"신이 시켰다"며 엄마 38번 찌른 아들...그녀의 마지막 말 "엄마는 너밖에 없었다"
"신이 시켰다"며 엄마 38번 찌른 아들...그녀의 마지막 말 "엄마는 너밖에 없었다"
조현병 앓던 30대 아들, 존속살해 혐의로 징역 20년 확정
1심 "심신미약 아냐" 25년 선고
재판부 "어머니의 헌신과 희생에 대한 어떠한 감사도 없어"

“신의 명령이었다”는 아들에게 수십 차례 찔린 어머니는 숨지며 “엄마는 너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셔터스톡
법정에 선 아들 A씨는 자신의 끔찍한 범행이 신의 명령 때문이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그가 칼을 휘두른 대상은 평생 조현병을 앓는 아들을 위해 헌신해 온 자신의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아들의 칼에 수십 차례 찔려 생명이 꺼져가는 순간에도 아들을 원망하기보단 "엄마는 너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들은 어머니가 숨진 뒤 5일간이나 시신과 함께 생활하며 영화를 보러 다니는 등 기이한 행동을 이어갔다. 법원은 이 비극적인 사건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판결문을 통해 사건의 전말을 들여다봤다.
"용돈 안 줘서, 잔소리해서"... 어머니를 향한 적개심
A씨는 2010년경부터 조현병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병마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자라나고 있었다. 바로 어머니 B씨(57세)에 대한 적개심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어릴 때 용돈을 많이 주지 않았다", "밥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았다", "잔소리가 심하다".
2025년 2월의 어느 날 밤, A씨는 "이제는 악연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는 주방에서 길이 29cm의 식칼을 꺼내 바지 뒤춤에 숨겼다. 그리고 안방에서 드라마를 보고 있던 어머니에게 다가갔다.
무방비 상태였던 어머니는 아들이 휘두른 칼에 배와 옆구리 등 무려 38군데를 찔렸다. 끔찍한 고통 속에 어머니는 "아프다, 수면제를 달라"고 호소했다.
아들은 수면제를 건네줬지만, 정작 가장 필요한 119 신고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고를 할까 봐" 어머니의 휴대전화를 찾아 자신의 서랍 깊숙이 숨겨버렸다.
어머니는 결국 심폐정지로 사망했다. 그 후 A씨가 보인 행동은 엽기적이었다. 그는 피 묻은 옷을 세탁하고, 방을 청소했다. 범행 도구인 칼을 닦아 다시 싱크대에 넣어두었다. 시신이 방 안에 있는 5일 동안 그는 태연히 밥을 먹고, 영화를 보러 외출했다.
1심 법원 "범행 은폐 시도... 심신미약 아니다" 징역 25년
재판에 넘겨진 A씨 측은 "조현병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사물 변별 능력과 의사 결정 능력이 미약했으니 형을 깎아달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1심 재판부(수원지법 안산지원)의 판단은 단호했다. 재판부는 A씨의 치밀한 뒤처리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범행 직후 어머니가 살아있음에도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오히려 휴대전화를 숨긴 점, 범행 도구와 의류를 세척해 증거를 인멸하려 한 점 등을 보면 사물 변별 능력이 온전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수사기관에서 A씨가 한 말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왜 경찰 조사 때는 우주신 이야기를 안 했냐"는 질문에 "말해봤자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아서 안 했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상황에 따라 진술을 조절할 지능이 있다"며 심신미약 주장을 배척하고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2심의 반전 "심신미약은 맞다. 하지만..."
사건은 2심(수원고등법원)으로 올라갔다. 국립법무병원의 정신감정 결과가 변수가 됐다. 감정의는 "범행 당시 조현병 증상인 피해망상과 환청(우주신의 명령)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심신미약 상태였던 것이 인정된다"는 소견을 냈다.
2심 재판부는 이 감정 결과를 받아들였다. 1심과 달리 A씨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형량이 대폭 줄어들었을까? 아니었다.
재판부는 A씨가 심신미약 상태였음은 인정하면서도, 법률상 감경은 거부했다. 2018년 형법 개정으로 심신미약 감경이 '의무'에서 '재량(임의)'으로 바뀐 점을 적용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다음과 같이 꾸짖었다.
> "피고인은 어머니인 피해자를 잔혹한 수법으로 살해했다. 피해자는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상황에 따라 진술을 조절할 정도의 지능을 보였고, 범행 내용 등을 소상히 기억하고 있다. 심신미약의 정도가 형을 감경해 줄 정도로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
"엄마는 너 밖에 없었다"... 헌신에 칼 꽂은 패륜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며 어머니의 비극적인 삶을 조명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피해자는 아들이 조현병 진단을 받은 이후 별다른 사회생활도 하지 못한 채 "일생을 피고인(아들)을 위하여 살아왔던 것"으로 보였다.
죽어가는 순간 "엄마는 너 밖에 없었다"고 말한 것은 아들에 대한 원망이 아닌, 끝까지 아들을 걱정했던 모정이었을 것이다.
재판부는 "어머니의 헌신과 희생에 대한 어떠한 감사도 없이, 피고인은 부당한 원망의 감정만을 드러내고 있다"며 "가장 안전해야 할 거처에서 믿었던 아들의 느닷없는 공격에 끔찍한 공포 속에서 삶을 마감하게 했다"고 질타했다.
다만 2심은 1심의 징역 25년을 파기하고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감경 이유는 심신미약 인정 그 자체보다는, 정신질환이 범행의 근본적 원인이었다는 점을 참작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오랜 기간 조현병을 앓아왔고, 이로 인해 행위 통제 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범행에 이르게 된 점, 수사 과정에서 뒤늦게나마 '어머니가 보고 싶고 죄송하다'는 감정을 표현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참고]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제1형사부 2025고합136 판결문 (2025. 10. 1. 선고)
수원고등법원 제1형사부 2025노1525 판결문 (2025. 12. 24.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