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잡는 검찰이 피싱에? 400억 원대 비트코인 증발 사태
범죄 잡는 검찰이 피싱에? 400억 원대 비트코인 증발 사태
400억 원대 비트코인
검찰 보관 중 피싱 사이트로 ‘증발’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수백억 원에 달하는 가상화폐 압수물이 검찰의 관리 소홀로 인해 감쪽같이 사라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광주지검은 최근 압수물 관리 담당 수사관 5명을 상대로 비트코인 320개(현 시세 약 400억 원) 분실 경위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사건은 지난해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수사관들은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전자지갑에 보관 중이던 비트코인 수량을 확인하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했다. 하지만 이들이 접속한 곳은 공식 사이트가 아닌 정교하게 꾸며진 ‘피싱 사이트’였고,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 탈취가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후의 관리 행태다. 수사관들은 사고 이후 매달 진행된 정기 압수물 점검에서 비트코인이 실제로 지갑에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생략했다. 오로지 USB 형태의 전자지갑 실물이 서고에 있는지만 확인한 채 수개월을 보낸 것이다. 결국 검찰은 해당 비트코인을 국고로 환수하려던 최근에서야 뒤늦게 분실 사실을 인지했다.
‘선량한 관리자 의무’ 저버린 수사관들, 업무상과실죄 성립하나
이번 사건의 핵심 법적 쟁점은 압수물을 분실한 수사관들의 형사 책임 여부다. 법조계에서는 가상화폐가 재산적 가치를 지닌 재물로 인정되는 만큼, 담당자들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했다면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방법원(2018가합567582 판결)은 가상화폐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한 바 있으며, 형법 제364조에 따르면 업무상 과실로 재물을 손괴하거나 분실하게 한 경우 1년 이하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수백억 원대의 압수물을 관리하면서 URL 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피싱 사이트에 접속한 점, 그리고 수개월간 내용물 확인을 방치한 점은 형사소송법 제131조가 규정하는 ‘압수물 상실 방지를 위한 상당한 조치’를 위반한 중과실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국가가 400억 배상해야 할 판… 수사관 개인에 대한 구상권 청구는?
검찰의 관리 부실이 명백해지면서 국가가 압수물 소유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은 공무원이 직무 집행 중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가 배상할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2022나4792 판결) 역시 수사기관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압수물을 보관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명확히 했다. 분실된 비트코인의 시세가 약 400억 원에 달하는 만큼, 국가가 배상해야 할 금액도 천문학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감찰 결과 수사관들에게 ‘중과실’이 인정된다면, 국가는 배상금을 먼저 지급한 뒤 해당 공무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라 이들이 직접 변상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육 부족했다” 항변 통할까… 법원 “기본적 주의의무 위반이 핵심”
일각에서는 디지털 자산 관리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이나 매뉴얼이 부족했던 점이 책임 경감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판례의 시각은 엄격하다.
대법원(2015다222852 판결) 등은 손해 발생에 있어 시스템적 결함이 있다면 책임을 일부 제한할 수 있다고 보지만, 이번 사건처럼 피싱 사이트 접속이나 정기 점검 누락 같은 ‘기본적인 주의의무’를 저버린 경우에는 그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사관들이 매달 점검에서 전자지갑 실물만 확인하고 실제 잔액 확인을 의식적으로 생략한 행위는 형법 제122조상의 직무유기죄 성립 여부까지 검토될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내부인의 범죄 연루 가능성도 열어두고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 중이며, 범죄 혐의가 구체화되면 감찰을 공식 수사로 전환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