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콕 당하셨나요? 경찰도 못 잡는 가해자, 이렇게 잡을 수 있습니다
문콕 당하셨나요? 경찰도 못 잡는 가해자, 이렇게 잡을 수 있습니다
경찰은 형사사건 아니라고 철수, 관리소는 개인정보 타령
피해 입주민은 CCTV 열람 권한 있어
민사소송 통한 '사실조회'로 가해자 특정 가능

아파트 주차장에서 문콕 피해를 당한 차주가 게시한 사진. /보배드림 커뮤니티 캡처
"가만히 주차된 차 문짝을 찍고 갔는데, 범인을 못 찾는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진짜 억울해서 미치겠습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A씨의 사연이 수많은 운전자의 공분을 샀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소위 '문콕' 테러를 당한 A씨. 관리사무소에 CCTV 확인을 요청했지만 "경찰 동행 없이는 보여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경찰을 불렀지만,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문콕은 고의성이 없는 단순 물적 피해라 형사 사건 접수가 안 된다"며 보험 접수나 하라는 말만 남기고 떠났다. 경찰 없이는 CCTV를 못 본다는 관리소와, 범죄가 아니라서 개입 못 한다는 경찰. 이 핑퐁 게임 속에 피해자 A씨는 덩그러니 남겨졌다.
과연 A씨는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자비로 수리해야 할까. 법적으로 따져보면 관리사무소의 주장은 틀렸고, 가해자를 잡을 방법도 있다.
"경찰 데려오라"는 관리소의 으름장, 명백한 '불법'
가장 먼저 바로잡아야 할 것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태도다.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경찰 없이는 CCTV를 보여줄 수 없다"는 말은 현장에서 가장 흔하게 들리는 거절 사유다.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결과적으로 위법한 주장이다.
법적으로 CCTV 영상 속의 피해 차주는 '정보주체'에 해당한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 제8조 제3항에 따르면, 정보주체인 입주민은 자신을 촬영한 자료를 열람할 권리가 있다. 즉, 내 차가 부서지는 장면을 내가 확인하겠다는 데 경찰을 데려올 필요는 없다.
만약 관리주체가 계속해서 열람을 거부한다면 이는 위법 행위이며, 관할 지자체나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해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타인의 얼굴 등 불필요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마스킹 처리를 요구받을 수는 있지만, 열람 자체를 거부할 명분은 없다.
경찰이 '문콕' 수사에 손 놓는 진짜 이유
A씨가 가장 분통을 터뜨린 지점은 경찰의 소극적인 태도였다. 하지만 냉정하게 법리만 따지면 경찰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형법상 '재물손괴죄'(제366조)가 성립하려면 반드시 고의성이 입증되어야 한다. 누군가 일부러 차를 부수려고 문을 쾅 열었다면 범죄지만, 실수로 문을 열다 옆 차를 찍은 것은 과실에 불과하다. 우리 형법은 과실로 남의 물건을 부순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다.
또한, 주차된 차량을 긁고 도망가는 '물피도주'(도로교통법 위반) 역시 운전 중 발생한 사고에 적용되므로, 차 문을 열다 발생한 문콕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결국 경찰 입장에선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니니 해줄 게 없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형사가 안 되면 '민사'로… 가해자 잡는 로드맵
그렇다면 피해자는 억울함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형사 처벌은 어렵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민법 제750조)은 분명히 존재한다. 실수로 남의 차를 찌그러뜨렸다면 물어주는 게 당연한 이치다. 문제는 가해자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점인데, 여기서 다시 CCTV 확보가 중요해진다.
- 증거 확보: 관리사무소에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을 근거로 당당하게 CCTV 열람을 요구해 가해 차량 번호를 확보한다.
- 경찰 협조 요청: 확보한 차량 번호를 들고 경찰서 민원실을 찾는다. "형사 처벌은 안 되더라도 민사 소송을 위해 가해자 신원 확인이 필요하다"고 요청한다. 간혹 경찰이 중재 차원에서 가해 차주에게 연락해 보험 처리를 유도해주기도 한다.
- 사실조회 신청: 만약 경찰이 개인정보라며 알려주지 않는다면, 법원으로 가야 한다. 소액심판이나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원에 '사실조회 신청'을 한다. 법원이 경찰이나 구청에 "이 차주가 누군지 밝혀라"라고 명령하면, 합법적으로 가해자의 인적 사항을 확보할 수 있다.
- 보상 청구: 가해자가 특정되면 보험 처리를 요구하거나 수리비와 감가상각비 등을 청구한다.
물론, 문콕 하나 때문에 소송까지 가야 한다는 건 피해자에겐 가혹하다. 하지만 도망친 가해자나, 복지부동하는 관리소에 맞서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똑똑해지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