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늘도 내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법정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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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오늘도 내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법정에 들어간다"

2022. 06. 17 14:05 작성2022. 06. 21 15: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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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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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을 지키고, 피해자를 보호하고, 민원인을 달래주는 법정의 '보안관' 황수현 경위

원활한 재판 진행을 위해 법원의 수많은 구성원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직이고 있다. 하루종일 법정 한쪽에 서서 질서유지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법정 경위 역시 재판 업무의 숨은 '주인공'이다. /박선우 기자

소년범죄를 다뤄 화제를 모은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은 내용상 상당 부분이 법정신으로 채워졌다. 그리고 이 장면들엔 흔히 법정하면 떠오르는 인물인 판사, 검사, 변호인 등이 등장했다.


그런데 '가정폭력 사건'을 다룬 회차에서는 다소 생소한 인물이 화면 중앙에 잡혔다. 법정 내에서 난동을 부리는 상습 가정폭력범을 한 손으로 제압하는 '법정 경위'. 그가 순식간에 상황을 통제하며 소란스러웠던 법정은 이내 엄숙함을 되찾았다.


사실 원활한 재판 진행을 위해 법원의 수많은 구성원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직이고 있다. 하루종일 법정 한쪽에 서서 질서유지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법정 경위 역시 재판 업무의 숨은 '주인공'이다.


법정 소란을 제지하는 건 기본. 판결에 불만을 품고 도주하는 피고인을 잡거나, 재판에 출석한 증인이나 피해자 등을 챙기는 것도 법정 경위의 업무다. 13년째 경위로 근무하는 서울중앙지법 황수현 경위는 "치열함까지 느껴지는 곳이 형사 법정"이라며 "한순간도 긴장을 놓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황 경위는 인터뷰 내내 '공감'이라는 단어를 법정을 설명하며 많이 사용했다. 언뜻 보기엔 상반된 두 단어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황 경위가 바라본 법정을 로톡뉴스가 들여다봤다.


Q.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나.

"법원보안관리대 소속으로 일하고 있다. 법원 내 전문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지난 2006년 기존의 방호 요원과 청원 경찰 등을 통합해 만든 조직이다. 군인이나 국가대표 출신 운동선수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이들이 속해있다.


구체적인 업무는 법정의 존엄과 질서를 해치거나, 법관의 정당한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 제지하는 일이다. 문제가 된다고 판단되면 법원 출입자에게 출입 제한이나 퇴거 조치를 내릴 수도 있다. 사건 당사자 등 출석 확인이나 피해자 신변보호도 한다."


Q. 법정 경위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어릴 적 잔병치레가 많았고 약했다. 초등학생 시절엔 항상 달리기 꼴찌였다. 체력을 키우기 위해 태권도를 배우며 운동에 매력을 느꼈다. 누군가를 지켜주는 경호원을 하면 보람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체육대학교를 가게 됐는데, 졸업 후 경호업체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모님 반대가 심했다. 당시엔 남자 경호원도 드문데 딸이 경호원을 한다니까 '밥은 먹고 살 수 있냐'며 걱정이 많았다. 그래도 하고 싶은 건 해야 하는 성격이라 준비를 이어갔는데 당시 KBS드라마 '보디가드'가 인기를 끌었다. 덩달아 경호원 채용 과정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연히 채용 과정에 대해 인터뷰를 하게 됐다.


부모님이 방송을 보시더니 '당장 서울 올라가라'며 허락하더라. 이후 사설경호업체에서 근무하다가 법원에 들어왔다. 법원에서 근무한 뒤로 부모님의 자랑이 됐다."


고등학교 시절엔 태권도 선수로도 뛴 황수현 경위. 그는 태권도 7단 유단자로, 사설경호업체 경력을 살려 지난 2009년 법정 경위로 발을 내디뎠다. 서울고등법원을 거쳐 서울중앙지법 형사 법정에서 근무하고 있다.


13년째 경위로 근무하는 서울중앙지법 황수현 경위는 "치열함까지 느껴지는 곳이 형사 법정"이라며 "한순간도 긴장을 놓칠 수 없다"고 말한다. /박선우 기자
13년째 경위로 근무하는 서울중앙지법 황수현 경위는 "치열함까지 느껴지는 곳이 형사 법정"이라며 "한순간도 긴장을 놓칠 수 없다"고 말한다. /박선우 기자


Q. 형사 법정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어떤 의미인가?

"범죄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에 피고인 입장에선 선고에 대한 부담이 있다. 법정 구속도 될 수 있기 때문에, 법정에서 그런 (치열한) 분위기는 저절로 우러나온다. 검사 측과 피고인 변호인 측의 첨예한 법리 논쟁도 이런 분위기에 한몫하는 것 같다.


이러다 보니 돌발상황도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긴장된 상태로 업무에 임한다."


Q. 실제로 돌발 상황이 자주 벌어지나?

"피고인이 법정에서 도주하는 경우도 있었다. 조직폭력배였던 피고인이 법정 구속이 선고되자 도주를 시도했다. 법원 구조가 미로처럼 돼 있고, 경위들이 다 배치되어 있어 도망가도 잡힐 수밖에 없었는데도 그랬다. 결국 제압돼 끌려 나갔다.


이 밖에도 재판에 불만을 품고 판사를 향해 발차기를 하거나, 휘발유를 들고 와 난동을 부리는 경우도 있다. 억울함 등으로 감정이 격해져 과호흡, 쇼크 등 응급 상황도 많이 발생한다. 자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Q. 피고인이 자해를 시도하면 경위로서는 당황스러울 것 같다.

"아찔하긴 했다. 5년 전쯤, 한 피고인이 실제로 재판에 불만을 품고 흉기로 자해를 했는데 출혈이 엄청 심했다. '어떤 식으로 대처를 해야겠다'라는 생각보다도 몸이 먼저 뛰어나갔다. 즉각 응급처치하고 119에 신고를 했다.


그래서인지 그 사건 이후 교도관들이 '무술소녀'라고 부르기도 했다. 같이 대처했는데, 법정에서 한 바퀴 굴러서 피고인을 제압했다고 소문이 파다했다."


Q. 심리적으로 힘들지는 않았나?

"당시 피고인이 흘린 피를 닦고 법정을 정리한 뒤 아무렇지 않게 업무를 이어갔다. 그런데 재판 일정이 다 끝나고 나니 잔상이 남아 심리적으로 힘들었다. 소중한 생명인데 왜 그랬는지 염려도 됐다. 하지만 법정 경위라는 직업상 그런 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 조절을 하려고 노력한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생각하여 스트레스를 받으면 운동으로 조절하는 편이다."


Q. 일반적으로 법정구속이 될 때 돌발상황이 많이 발생할 것 같은데 어떤가?

"의외로 다들 담담하다. 구속 명령 떨어지면 소지품 압수당하고 휴대전화 사용을 못 하기 때문에 (돌발행동을 하기보다는) '집에 아기가 있다', '집에 아픈 노모가 있다', '전화 한번 하게 해달라'고 하소연을 하는 편이다."


Q. 위압적인 행동을 하는 피고인을 제압해야 할 때 부담은 없나?

"사실 살인 등 중범죄나 성범죄 재판에서 피고인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눈싸움을 한다거나. 하지만 경위를 얕잡아볼 수 있기 때문에 움츠리거나 눈을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너 조금만 더 하면 가만 안 둬'라는 눈빛으로 기선제압을 한다."


Q. 법정에서 완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 경위밖에 없으니, 그런 태도가 필요할 것 같다.

"맞다. 법정에서 난동을 부리다가 퇴정 조치 등의 명령이 떨어지면 경위가 제압해 처리해야 한다. 그럴 때 자신감이 도움이 된다. 재판에 들어갈 때는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들어간다. 돌발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정숙해주십시오', '소리 내지 마십시오'라고 말하며 정숙을 유지해달라는 메시지를 주기도 한다."


이런 황수현 경위도 소란 행위에 대처하다 피고인 등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고 했다. 공무원 신분이기에 상대방을 제지할 때 최소한의 물리력만을 사용해야 하기에 고충도 있다고 했다.


소란 행위에 대처하다 피고인 등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는 황수현 경위. 공무원 신분이기에 상대방을 제지할 때 최소한의 물리력만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고충도 있다고 한다. /조하나 기자


Q. 근무하면서 느끼는 고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소란행위에 대처하다 보면 몸싸움이 있을 수 있는데, 이후 이 일로 경찰 조사를 받는 경우도 있다. 법정의 질서를 지키는 것도 경위의 몫이지만, 일을 하다 생긴 물리적 충돌 등으로 인해 폭행 혐의로 휘말리면 이를 해결하는 것도 경위의 몫이다. 보호장치가 없는 게 조금은 아쉽다.


한번은 비슷한 일로 법정에 증인으로 선 적이 있다. 상대방이 나를 가리키며 '저 사람이 때렸습니다'고 하더라. 억울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제가 언제 때렸습니까!'라고 하게 되더라. 평소에는 이런 증인에게 '진정하라'고 말하고 제지하는 게 역할인데도 그랬다.


이 밖에도 여성의 경우 법정 퇴정 조치 당하는 과정에서 남자 경위에게 성추행을 문제 삼는 경우도 있다. 신체가 닿지 않았는데 '가슴을 만졌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여성 민원인인 경우, 여성 경위들이 도맡아 하는 편이다."


Q. 이렇게 난동을 부리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기도 한다고.

"대부분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순간적으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서 이성을 잃는 경우가 많다. 법에 대해서 몰라서 소리 지르는 분을 보면 '우리 어머니가 억울함을 당하면 저렇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진정시키려고 한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어주며 공감하면 격한 감정이 누그러지더라. 위로받았다고 생각해 편안하게 귀가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Q. 사실 본연의 업무는 아니다.

"(경위의 업무가 아니라고 볼 수 있지만)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판사님이 내가 제출한 서류 보는 거 맞냐', '상대방이 대형 로펌을 썼는데 내 말을 들어주겠냐'며 재판에 불신이 있는 분들이 많은데 안타까웠다.


한번은 사건 당사자가 법정에서 '차로 다 죽여버리겠다'며 고성을 지르더라. 그때 법정 밖으로 데리고 나와서 얘기를 들어봤다. 2년 동안 재판을 받으면서 자기 말 들어주는 사람이 내가 처음이라며 고맙다고 하더라. 그렇게 감정이 풀려서 다음 재판에선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처음 느끼는 법정 분위기나 생소한 법률 용어들이 민원인들에게는 힘들 수도, 무서울 수도 있다. 그런 고충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법정 경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법정 내에서 황수현 경위는 최대한 자신의 감정을 조절했지만, 밖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내 가족의 일인 것처럼 공감하고 손을 내밀었다.


법정 안과 달리 밖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내 가족의 일인 것처럼 공감하고 손을 내미는 황수현 경위. /박선우 기자
법정 안과 달리 밖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내 가족의 일인 것처럼 공감하고 손을 내미는 황수현 경위. /박선우 기자


Q. 성폭력 전담 재판부에서 오래 근무했다. 느낀 점이 있다면?

"생각보다 가족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이 많아서 놀랐다. 피해자는 거의 미성년자다. 어릴 때부터 성범죄를 당한 아이도 있고, 그러다 어른이 된 피해자도 있다. 다른 가족이 합의를 해주라고 하는 상황도 볼 때도 있고, 다시 가해자와 살아야 하는 경우도 있고 안타까운 사건들을 많이 본다.


그럴 때 옆에서 위로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더라. '잘못한 거 없으니까 당당해도 된다', '옆에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며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 피해자가 귀가할 때도 버스 등을 탈 때까지 동행한다. 우연히 가해자 측을 만날 수 있고, 경위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에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한다."


Q. 2009년의 법원과 2022년 법원의 모습은 많이 달라졌나? 가장 가까이서 본 경위님이 보기엔 어떤가.

"우선 권위적인 분위기가 많이 사라진 것 같다. 판사님들의 경우, 사건 당사자들이 법률 용어 모른다고 가정하고 설명을 많이 해주는 등 많이 배려해 주는 분위기다. 존댓말로 판결문을 읽는 판사님도 계셔서 놀랐다. '국민의 눈높이를 맞춰줬구나', '노력하는 판사님들이 많이 계시는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Q. 10년 이상 법정 경위로 일하고 있다. 원동력이 있다면?

"어렸을 때부터 꿈꿔온 일을 성취한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끼며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또한 법정 경위는 법원에 오는 민원인이 제일 처음 마주하는 사람이지 않나. 국민에게 봉사하는 '법원의 얼굴'이라고 생각하니까 책임감도 있다. 힘든 일이 있으면 가족처럼 공감해주는 법원 선후배들도 오래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Q.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보안관리대 선임으로서 동료들과 발맞춰 나가고 싶다. 개인적으로 더 발전하기 위해 관련된 역량 개발도 꿈꾼다. 좋은 선임으로서 후배들을 이끌어주고 책임감 갖고 솔선수범할 생각이다. 앞으로도 법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고 법원의 필수 조직으로 발전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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