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20)] 전세권 설정 아파트 모르고 매수했다면
[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20)] 전세권 설정 아파트 모르고 매수했다면
매도인의 담보책임(2)
![[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20)] 전세권 설정 아파트 모르고 매수했다면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1618537884246585.jpg?q=80&s=832x832)
매매 목적물에 매수인의 사용이나 수익을 방해하는 권리가 존재한 경우에도 매도인은 담보책임을 진다. 다만, 매도인이 항상 담보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전에 잠시 언급한 것처럼 매매 목적물에 매수인의 사용이나 수익을 방해하는 권리가 존재한 경우에도 매도인은 담보책임을 진다. 예를 들면, 봉이 김선달이 자기 아파트를 이춘풍에게 전세권을 설정해서 살도록 했다. 그 상태에서 아파트를 허생원에게 팔면, 매수인 허생원은 소유자가 되어도 이춘풍을 그냥 쫓아낼 수는 없으니 소유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가 없다.
다만 김선달이 항상 담보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이춘풍이 그 집에 전세권자로 살고 있는 사실을 허생원이 알았으면 처음 계약을 할 때부터 그 점을 고려했을 것이다. 매매대금에서 전세보증금만큼 감액하여 김선달에게 지급하고, 아파트를 인도받는 시기도 전세권의 만기 이후로 잡을 것이다. 실제 거래에서 이러한 일은 매우 흔하다. 계약 내용대로 잘 이행이 되면 매도인 김선달이 담보책임을 질 일은 생기지 않는다. 김선달이 담보책임을 지는 것은 매수인 허생원이 이춘풍의 전세권이 설정되어 있는 줄 모르고 계약한 경우, 즉 선의(善意)인 경우이다.
이처럼 허생원의 권리행사에 방해가 되는 이춘풍의 권리에는 위에서 설명한 전세권뿐만 아니라 지상권, 질권, 유치권, 등기된 임차권 등도 포함된다. 지상권이 방해되는 것은 허생원이 김선달에게서 토지를 매수하였는데, 알고 보니 그 토지에 이춘풍이 건물을 지어 그 토지를 사용할 권리(지상권)를 갖고 있는 경우이다. 질권이 문제 되는 것은 허생원이 김선달로부터 매수한 조선백자가 알고 보니 이춘풍의 전당포에 잡혀 있는 경우이다. 유치권은 허생원이 새로 지은 정자를 김선달로부터 매수하였는데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시공업자 이춘풍이 그 집을 넘겨주기를 거부한 경우에 문제 된다. 등기된 임차권은 전세권의 경우와 비슷하다.
이때 김선달이 부담하는 담보책임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이 때문에 매수인 허생원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매매계약을 해제하면 처음부터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로 되어 김선달은 이미 받은 매매대금을 허생원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② 허생원이 이로 말미암아 손해를 입었으면 김선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계약의 목적을 제한적으로나마 달성할 수 있어서 계약을 해제하지 않은 경우에도 이 일로 생긴 이용 가치의 하락 부분만큼의 손해는 김선달이 배상하여야 한다. 다만 손해배상 청구와 계약의 해제는 질질 끌면 안 된다. 이춘풍의 권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이내에 행사하여야 한다.
위의 경우와는 달리, 이춘풍의 권리행사로 허생원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거나 취득한 소유권을 잃게 되는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가?
예를 들면, 김선달이 이춘풍에게 진 빚을 담보하기 위하여 자기 집에 저당권을 설정한 뒤에 그 집을 허생원에게 팔았다고 가정해보자. 이후 김선달이 빚을 갚지 못하여 이춘풍이 그 집을 경매에 부쳐 남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경우에는 허생원은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거나 이미 취득한 소유권을 잃게 된다. 이러한 경우에 허생원은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만일 허생원이 김선달의 채무를 이춘풍에게 대신 변제하여 저당권을 소멸시켰으면 허생원은 김선달에게 그 채무액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이를 구상권이라고 한다. 이와 달리 채무자 황진이가 이춘풍에게 진 빚을 담보하기 위하여 김선달이 자기 집에 저당권을 설정해 놓고 그 집을 허생원에게 판 경우에도 허생원이 황진이의 빚을 갚았으면 김선달에게 담보책임을 물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처럼 담보책임의 내용으로 매도인 김선달은 계약을 해제당하거나 구상권 행사에 응해야 하며, 매수인 허생원에게 손해가 생겼으면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도 진다.
매도인이 전세권을 가진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여 경매로 남에게 소유권이 넘어가면 매수인에 대하여 저당권의 경우와 마찬가지의 담보책임을 진다.
민사법 이야기가 참 복잡하다고 느낄 이들이 많을 것 같다. 이는 지난 2천여 년 쌓인 경험과 지혜를 법률에 반영한 것이니 찬찬히 음미하면 정의로운 삶의 슬기가 생기리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