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전 전 남편이 데려온 아이, 갑자기 "어머니 재산 절반 내 것"…상속 막을 수 있나?
50년전 전 남편이 데려온 아이, 갑자기 "어머니 재산 절반 내 것"…상속 막을 수 있나?
가족관계등록부엔 '아들', 실제론 교류 끊겨…어머니는 알츠하이머 진단

50년 전 전남편이 허위로 아들로 등재한 남성이 알츠하이머를 앓는 어머니의 재산을 요구했다. / AI 생성 이미지
A씨는 최근 황당한 소식을 들었다. 50년 넘게 존재도 희미했던 B씨가 나타나 A씨 어머니의 재산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B씨는 가족관계등록부상 A씨 어머니의 아들로 등재돼 있다. 하지만 어머니가 직접 낳은 자녀가 아니며, 수십 년간 왕래도 거의 없었다.
B씨는 최근 A씨의 친부에게 연락해 “어머니 재산의 절반은 내 것”이라고 주장했다. 설상가상으로 A씨의 어머니는 2023년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아 법적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낳지도, 키우지도 않은 아들의 상속 요구를 막아낼 방법은 없을까?
50년 전 전남편이 멋대로 올린 '가짜 아들'
사건의 발단은 5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의 어머니는 1969년 전 남편과 혼인했다. 혼인 중 자녀가 없던 상황에서 1972년, 전 남편은 시댁 쪽 아이였던 B씨를 마치 자신과 아내 사이에서 태어난 친생자인 것처럼 출생신고했다.
어머니는 B씨를 출산하지 않았고, 독립적으로 입양하려 한 적도 없었다.
이후 1988년 전 남편과 협의이혼하며 시가를 떠난 뒤로는 B씨를 양육하거나 부양하지 않았고, 수십 년간 통상적인 모자 관계를 유지한 사실도 없었다.
하지만 최근 B씨가 상속권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법률관계 정리가 시급해졌다. A씨는 어머니의 가족관계등록부에서 B씨를 정리하고 상속 분쟁을 막고자 변호사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친자 아니면 끝? '사실상 입양' 인정 여부가 관건
결론부터 말하면, 법률상 모자관계를 정리하고 B씨의 상속권을 막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법원이 과거의 허위 출생신고를 '사실상 입양'으로 인정하는지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변호사들은 유전자 검사 등으로 혈연관계가 없음을 증명하면 친생자관계가 아니라는 점은 쉽게 인정받을 수 있다고 봤다. 문제는 허위 출생신고라도 당사자에게 입양 의사가 있었고 실질적인 부모·자식 관계가 형성됐다면, 법원이 입양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법무법인(유한) 텍스트의 박종태 변호사는 “무효인 친생자 출생신고가 입양의 효력을 가지려면 모(母)의 독자적인 입양 의사 합의 및 수십 년간의 실질적 양육·부양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머니가 시가를 떠난 후 수십 년간 교류와 부양이 없었다면 입양 효력은 부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도 “허위의 친생자 출생신고가 ‘입양신고’로 전환되어 효력을 가지려면 ① 당사자 간의 입양 합의와 ② 감호·양육 등 양자로서의 실질적 생활 공동체 관계가 모두 존재해야 한다”고 짚었다. 어머니 본인의 독립적인 입양 합의와 양육 사실이 없었음을 주장해 입양으로 인정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소송 전략으로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하면서, 만약 법원이 입양 관계를 인정할 경우에 대비해 입양을 무효로 하거나 파양(양친자 관계를 해소하는 재판)하는 청구를 예비적으로 함께 제기하는 ‘투트랙 전략’이 제시됐다.
1993년 '혼인 무효' 판결, 관계 끊는 결정적 증거 될까
변호사들은 A씨 어머니의 1993년 ‘혼인무효판결 확정’ 기록에 주목했다. 혼인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무효가 된다면, B씨와의 관계를 정리하는 데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진열 변호사는 “혼인무효판결이 확정되었다면, 전 남편과의 혼인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된다”며 “이는 전 남편이 행한 출생신고 당시 어머니의 대리권이나 동의권 행사 여부를 뒤흔들 수 있는 매우 강력한 입양 무효 사유가 된다”고 강조했다.
법률사무소 평정 이시완 변호사 역시 “1993년 혼인무효판결이 확정되었다면 전 남편의 신고 당시 어머니의 동의 여부를 다투는 강력한 근거가 되므로 판결문 확보는 필수”라고 조언했다.
어머니는 알츠하이머…소송 서둘러야 하는 이유
가장 시급한 문제는 어머니의 건강 상태다.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어머니의 의사능력(자신의 행위 의미나 결과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더 나빠지기 전에 소송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종태 변호사는 “어머니의 알츠하이머 진단을 고려할 때, 의사능력이 더 악화되기 전 즉시 소송 및 상속 방어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치의 소견서가 없더라도 정밀 신경심리검사(SNSB 등) 결과, MMSE/CDR 점수가 담긴 의무기록 및 약제 처방 내역으로 소송 진행 시 의사능력을 충분히 소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어머니의 인지 능력이 이미 소송을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저하됐다면 다른 방법도 있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현재 시점에서 성년후견 개시 심판 등을 통해 법률적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신중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법원에서 A씨 등이 어머니의 성년후견인으로 지정되면, 후견인 자격으로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변호사들은 어머니의 의사능력이 명확할 때 소송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봤다. 이를 위해 현재의 인지 기능 상태를 증명할 객관적인 의료 기록을 확보하고, 1993년 혼인무효 판결문을 찾아 소송을 제기하는 등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