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사 대표 임플란트 비용까지 내 빚으로? 위약금 없이 전속계약 해지될까?
소속사 대표 임플란트 비용까지 내 빚으로? 위약금 없이 전속계약 해지될까?
정산서에 찍힌 2000만원대 개인 유흥비…매니저도 없이 활동, 보호의무 위반까지

소속사 대표의 개인 지출을 떠안게 된 아티스트는 신뢰 관계 파탄을 근거로 위약금 없이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 AI 생성 이미지
지난해 가을, 5년 전속계약을 맺고 아티스트 활동을 시작한 A씨. 그러나 반년 만에 A씨는 소속사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정산하던 중, 자신의 몫으로 청구된 내역에서 소속사 대표의 개인적인 지출 2000만 원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매니지먼트는커녕 기본적인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빚만 늘어나는 현실. A씨는 위약금이나 누적된 제반 비용을 떠안지 않고 이 계약을 끝낼 수 있을까?
정산서엔 대표 유흥비, 현장엔 아티스트 혼자
A씨가 겪은 소속사의 행태는 충격적이다. 표준계약서를 기반으로 계약했지만, 매달 받아보는 정산서는 이상했다. A씨의 활동 제반 비용, 즉 빚으로 잡히는 금액이 예상보다 훨씬 컸던 것이다.
내역을 확인한 A씨는 할 말을 잃었다. 정산서에는 소속사 대표 개인의 유흥비와 이동 비용, 심지어 임플란트 비용까지 약 2000만 원대가 A씨의 지출로 둔갑해 있었다. A씨는 이를 입증할 증거도 확보했다.
매니지먼트 시스템도 엉망이었다. 본업이 따로 있는 공동대표 2명과 매니저 1명 체제였지만, A씨는 스케줄이 있어도 매니저 없이 혼자 가야 할 때가 많았다. 한 번은 무대 전 술에 취한 관객이 고성을 지르며 모욕적인 발언을 했지만, 옆에 있던 소속사 관계자는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A씨에게 성추행 등 불편한 상황을 만들었던 대표의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와 합병을 하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A씨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계약서에 명시된 레슨 및 교육 지원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신뢰 깨뜨린 중대한 계약 위반…형사처벌 가능성도”
변호사들은 소속사의 행위가 전속계약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계약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속계약은 상호 간의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데, 이를 깨뜨린 책임이 소속사에 있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평정 김단 변호사는 "판례상 전속계약은 당사자 간 고도의 신뢰관계를 전제로 하므로, 소속사가 정산에 개인 지출을 포함시켜 신뢰관계가 무너진 경우 아티스트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개인 지출 2000만 원이 정산에 포함된 증거가 있다면, 이는 신뢰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사유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형사 문제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정 변호사는 "대표의 임플란트 비용, 개인 유흥비 등 아티스트 활동과 무관한 비용을 청구한 것은 정산 의무 위반을 넘어 형법상 사기 및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될 수 있는 중대한 계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소속사 잘못으로 계약 끝나면, 위약금 안 내도 된다
A씨가 가장 우려하는 위약금 문제 역시 소속사의 귀책사유가 명확하다면 걱정을 덜 수 있다. 변호사들은 계약 해지의 원인을 제공한 쪽이 소속사이므로, A씨가 위약금을 물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법무법인 한강 고용준 변호사는 "대표 개인 지출을 아티스트에게 부담시킨 점이 객관적 자료로 입증된다면, 이는 정산의무 위반을 넘어 계약상 신의성실의무 위반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상대방의 중대한 채무불이행이나 신뢰관계 파탄이 발생한 경우에는 계약해지가 인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경우 A씨가 위약금을 부담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부당하게 청구된 2000만 원대 역시 갚아야 할 빚이 아니라 소속사를 상대로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돈이 된다.
섣부른 활동 중단은 금물…'이것'부터 챙겨야
다만 변호사들은 억울한 마음에 섣불리 활동을 중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자칫하면 거꾸로 계약 위반을 문제 삼아 위약금 분쟁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태림 부천분사무소 윤현수 변호사는 "바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기보다, 전속계약서 및 특약 내용 확인, 정산 자료와 비용 내역 검토, 소속사의 계약 위반 사항 정리 등을 먼저 진행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증거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뒤, 내용증명 우편을 통해 소속사에 계약 위반 사항의 시정을 요구하는 절차를 먼저 밟으라고 조언했다. 정해진 기간 내에 시정이 되지 않으면, 이를 근거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