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네 엄마 피부색 레드' 게임 채팅 한 줄에 고소 위기… "핵심은 이것"
'너네 엄마 피부색 레드' 게임 채팅 한 줄에 고소 위기… "핵심은 이것"
4명뿐인 채팅방, '공연성' 인정될까? 모욕적 표현 판단은 게임의 맥락 고려해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팀원이 어이없이 죽자 농담 삼아 던진 채팅 한 줄. '너네 엄마 피부색 레드'. 하지만 돌아온 것은 '고소하겠다'는 싸늘한 음성 메시지였다. 순식간에 예비 범죄자가 된 A씨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수많은 온라인 게이머들이 겪는 아찔한 순간, 과연 법의 심판대에 오를 사안일까. '박사방 공범' 등 굵직한 형사사건을 다뤄온 법률사무소 니케 이현권 변호사는 "모욕죄 성립 요건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며 명쾌한 법적 분석을 내놓았다.
한순간에 전과자로? 게임 채팅 한 줄의 무게
그날도 A씨는 친구와 함께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팀원 중 한 명이 게임 내 위험 구역인 '레드존'에서 어이없이 사망하자, A씨는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는 팀 채팅창에 '레드존에 죽냐 ㅋㅋ 너네 엄마 피부색 레드임 ㅅㄱ'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가벼운 농담이라 생각했지만, 상대방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음성 채팅 너머로 격한 욕설과 함께 '고소하겠다'는 말이 날아왔다. 채팅방에는 A씨와 친구, 그리고 상대방을 포함해 단 4명뿐이었다. 상대방의 프로필에는 뒷모습 사진만 있을 뿐, 신상을 특정할 정보는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고소'라는 단어의 무게는 A씨의 심장을 짓눌렀다. 단순한 게임 속 말장난이 정말 형사 처벌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이현권 변호사 "모욕죄, 공연성과 표현 수위가 관건"
최근 온라인 공간에서의 표현 수위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A씨의 사례처럼 많은 이들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고소 위기를 겪는다. '강남 부녀자 납치 살인사건', '제2의 N번방 사건' 등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들을 맡아온 법률사무소 니케의 이현권 변호사는 이러한 상황일수록 냉정하게 법적 요건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모욕죄는 공연성, 특정성, 경멸적 표현이라는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될 때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먼저 '공연성'의 문제다. 공연성이란 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변호사는 "채팅을 본 사람이 4명뿐이라면,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낮아 공연성이 부정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대법원 판례 역시 소수에게만 발언한 경우, 그 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에 대해 검사가 엄격하게 증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A씨의 경우, 서로 신상도 모르는 4명만 있던 폐쇄적인 채팅방이었기에 이 '공연성'의 벽을 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엄마 피부색 레드'는 경멸적 표현일까?
더욱 중요한 쟁점은 해당 발언이 과연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경멸적 표현'에 해당하는지다. 이현권 변호사는 "'너네 엄마 피부색 레드'라는 표현은 분명 무례하고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지만, 이것이 곧바로 법적인 '모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법원은 모욕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발언의 경위, 전체적인 맥락, 장소와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A씨의 발언은 게임 내 '레드존'이라는 특정 상황과 연결된 일회성 농담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판례 역시 표현이 다소 저속하고 무례하더라도, 객관적으로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정도가 아니라면 모욕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 변호사는 "상대방을 특정해 발언한 점(특정성)은 인정될 수 있으나, 공연성과 모욕적 표현이라는 나머지 두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범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