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친구가 내 돈을? 동업 잔혹사, 1억 투자금 회수하려면
믿었던 친구가 내 돈을? 동업 잔혹사, 1억 투자금 회수하려면
50:50 지분 공동대표, 그러나 통장은 친구 손에… 법인 재산, 내 몫은 어떻게 찾나

친구와 동업한 음식점의 매출이 2배로 뛰었지만, 친구는 수익이 없다며 통장 공개를 거부해 갈등이 생겼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매출 2배 뛰는데 '남는 돈 없다'는 친구, 내 투자금 1억은 어디에?
초등학교 친구와 함께 1억 넘게 투자한 식당의 매출이 2배로 뛰었지만, 친구는 '남는 게 없다'며 통장 공개를 거부한다. 공동대표 A씨는 투자금 회수를 고민 중이다.
초등학교 친구와 의기투합… 개인사업에서 법인 대표까지
A씨의 동업은 2022년, 초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친구와 함께 음식점을 차리면서 시작됐다. 각자 6천만 원씩, 총 1억 2천만 원을 투자해 개인사업자로 문을 열었다.
가게는 제법 잘 됐고, 월 매출은 4천만~5천만 원을 꾸준히 기록했다. 사업에 자신감이 붙은 두 사람은 2024년, 브랜드를 바꾸고 사업 형태도 개인사업자에서 법인으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각자 4천만 원에서 5천만 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A씨가 사업에 쏟아부은 돈은 총 1억 원이 훌쩍 넘었다.
법인 지분은 정확히 50대 50으로 나눴고, 두 사람은 나란히 공동대표에 올랐다.
하지만 사업의 주도권은 점차 친구에게로 넘어갔다. 새로운 브랜드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친구가 브랜드 대표와 직접 소통하며 관계를 다졌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법인 통장과 법인카드 관리는 100% 친구의 손에 있었다. A씨는 친구의 말을 믿고 모든 재무 관리를 맡겼다.
매출은 2배, 통장은 '깜깜'… 친구는 왜 숨기나
브랜드를 바꾼 뒤 사업은 날개를 달았다. 매출은 종전의 2배 이상으로 뛰었고, 매장 수도 점차 늘려나가는 중이다. 사업이 번창하는 것은 기쁜 일이었지만, A씨의 마음속에는 의심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친구가 항상 '남는 게 없다'는 말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A씨가 "매출이 이렇게 올랐는데 왜 수익이 없냐, 법인 통장을 같이 보자"고 요구할 때마다 친구는 말을 돌리며 회피했다. 수십 년 우정을 쌓아온 친구였기에 믿고 싶었지만, 불투명한 자금 흐름에 불화의 골은 깊어만 갔다.
결국 A씨는 법적 자문을 구하기에 이르렀다. "제 투자금과 지분에 대한 몫을 문제없이 받고 나올 수 있을까요?" 그의 질문에는 오랜 친구에 대한 배신감과 새롭게 일군 사업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뒤섞여 있었다.
계약서 없는데 괜찮을까? 변호사들 "이것부터 확인하라"
A씨의 가장 큰 걱정은 친구 사이에 별다른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계약서가 없어도 동업 관계를 입증할 방법은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동백의 배소연 변호사는 "동업과 관련된 메시지를 주고받은 내용이 있다면 동업 계약의 존재를 어느 정도 입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 역시 "초기 투자금, 업무 분담, 수익 배분에 대한 내용이 담긴 문자, 이메일, 계좌 이체 내역 등이 동업 계약의 존재를 뒷받침할 수 있다"며 증거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첫 번째 단계는 '재무 투명성 확보'다. 친구의 말을 믿고 기다릴 게 아니라, 법적으로 보장된 주주의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상법상 주주의 권리로서 회계장부 열람을 청구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법원에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을 신청할 수도 있다"고 명확히 밝혔다. 법무법인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한발 더 나아가 "상대방이 법인 통장을 전적으로 관리하고 질문자님은 통장을 확인할 수도 없는 구조는 정상적인 구조가 아니다"라며, 소송 전 문제 해결을 위해 변호사 명의의 내용증명을 보내 정산을 요구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내 지분 50%, 얼마를 받아야 할까? '가치평가'가 관건
동업 관계를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면, A씨는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단순히 투자 원금 1억여 원을 돌려받는 문제가 아니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김재헌 변호사는 "법인이므로 투자금을 단순 반환받는 것이 아니라, 지분 매각이나 법인 청산을 통해 회수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회사 지분 50%를 가진 주주이므로, 현재 회사 가치의 절반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절차는 '기업 가치평가'다. 법률사무소 조이의 윤관열 변호사는 "매출이 증가하고 사업이 성장하는 상황이라면 법인의 현재 자산, 부채, 순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인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회계 전문가를 통해 객관적인 기업 가치를 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출이 2배 이상 늘고 매장까지 확장하는 상황이라면, 회사 가치는 초기 투자금을 훌쩍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친구와 갈라서는 3가지 방법… 최악은 '회사 해산'
객관적인 회사 가치가 산정됐다면, 이제 본격적인 '엑시트(Exit)' 방법을 찾아야 한다. 변호사들은 크게 세 가지 길을 제시한다.
첫째는 '협상을 통한 지분 매각'이다. A씨의 50% 지분을 친구가 사주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둘째는 '제3자에게 지분을 파는 것'이다. 친구가 매입을 거부할 경우 다른 투자자에게 지분을 넘길 수 있다.
마지막은 '법적 절차를 통한 정리'다.
법률사무소 두루라기의 이주락 변호사는 이 상황을 '교착 상태'라 진단하며, 이를 타개할 '부자연스러운' 법적 조치를 제안했다. 그는 "대표이사 해임 소송으로 동업자를 대표에서 내린 후, 지분 청산 협상을 하거나, 본격적으로 갈등 구조를 세운 후 그 갈등을 이유로 회사 해산을 청구"하는 방법을 거론했다. 회사 해산은 함께 키운 사업체를 없애는 최후의 수단이지만, 교착 상태를 풀 강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
수십 년 우정의 끝에서 A씨는 차가운 법의 논리 앞에 섰다. 전문가들은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친구'라는 관계를 넘어 '주주'로서의 권리를 명확히 행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의 정당한 몫을 되찾기 위한 첫걸음은 친구에게 보낼 내용증명 한 통에서 시작될 것이다. 우정의 신뢰가 깨진 자리에는 이제 권리의 증거들이 채워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