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스스로 넘어진 것"…동거녀 폭행치사 혐의 40대 남성, 2심도 무죄
"술에 취해 스스로 넘어진 것"…동거녀 폭행치사 혐의 40대 남성, 2심도 무죄
시신에 다수 멍 자국 발견돼도 폭행 여부 불분명

동거녀를 때려 숨지게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시신에서 멍이 다수 발견됐지만, 법원은 1·2심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셔터스톡
동거하던 여성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법정에 선 40대 남성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끝내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박진환 부장판사)는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무죄 판결을 유지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동거녀 B씨를 폭행해 뇌출혈로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B씨가 숨지기 전 마지막 며칠을 A씨와 단둘이 보냈다는 점, 시신에서 멍 자국이 다수 발견된 점을 근거로 A씨의 폭행을 범행 원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A씨는 정면으로 맞섰다. 그는 수사 단계부터 재판 내내 "폭행한 사실이 결코 없다"며 "B씨가 술에 취해 약을 먹고 스스로 넘어져 뇌출혈이 발생한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사건의 진실은 두 사람만 아는 닫힌 문 뒤의 공방으로 흘러갔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B씨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인정하면서도 유죄를 선고하지는 못했다.
B씨 얼굴의 멍이 폭행 때문인지, A씨 주장처럼 넘어지면서 생긴 것인지 명확히 구분할 직접 증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재판의 대원칙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항소로 열린 2심 재판부의 판단도 같았다. 2심 재판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과관계의 문제를 지적했다. 재판부는 "설령 피고인이 B씨를 폭행했다고 하더라도, 그 폭행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법의학 감정 결과마저 '맞은 것이 먼저인지, 넘어진 것이 먼저인지 알 수 없다'고 나온 상황에서 폭행과 사망 사이의 연결고리를 검찰이 증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혐의가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손을 다시 한번 들어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