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통장이 압류됐다? 주소 이전 안 한 대가
나도 모르게 통장이 압류됐다? 주소 이전 안 한 대가
'공시송달' 함정에 빠진 억울한 사연, 전문가 “추완항소로 다툴 기회 있다”

한 시민이 형사 무혐의에도 보험사기범으로, 경미한 사고는 뺑소니로 몰려 억울하게 통장이 압류됐다. / AI 생성 이미지
형사상 무혐의를 받았음에도 보험사기범으로 몰려 통장이 압류되고, 스치기만 한 접촉사고는 뺑소니로 둔갑해 거액의 구상금 폭탄을 맞았다. 주소 이전을 깜빡했다는 이유로 법원 통지서 한 장 받지 못한 채 재산이 묶여 버린 한 시민의 사연이다.
전문가들은 판결이 확정됐더라도 '추완항소'로 다시 다툴 기회가 있다며, 지금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입을 모은다.
무혐의라더니…어느 날 갑자기 날아든 압류 통보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A씨의 통장이 갑자기 압류된 것은 올해 초였다. A씨는 2022년 말 보험금 과다 청구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고 사건이 종결된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보험사는 A씨가 갔던 병원장이 보험사기 혐의로 구속되자, 관련자 명부에 A씨의 이름이 있다는 이유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르는 사이 패소했고, 통장은 압류됐다. 최지우 변호사(법무법인 태일)는 “형사 ‘무혐의’와 별개로 민사상 부당이득 반환 책임이 인정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라며 “병원장 사건과 연루되어 “공동 반환 대상”으로 포함된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분석했다.
“살짝 닿았는데 입원?” 뺑소니로 둔갑한 접촉사고
A씨의 불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또 다른 통장 역시 압류 상태였다. 2024년경 발생한 교통사고 때문이었다. 신호 대기 중 한눈을 팔다가 앞차와 부딪힌 것에 대해 A씨는 “진짜 누가 봐도 아주 경미한(흠도 없었음) 사고였어요”라고 기억했다.
급한 일로 번호만 교환하고 헤어졌지만, 상대방은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다가 거절당하자 A씨를 뺑소니로 신고했다. 상대방은 자신의 보험사로 사고를 접수했고, 보험사는 피해자에게 비용을 지급한 뒤 A씨에게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 A씨의 다른 통장마저 압류했다.
모든 불행의 시작, '공시송달'의 함정
두 사건 모두 A씨가 법원의 판단을 전혀 모르는 사이 진행됐다. 원인은 단 하나, A씨가 '주소 이전' 신고를 제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원이 보낸 모든 소송 서류는 A씨의 옛 주소로 발송됐고, 수취인 불명으로 반송되자 법원은 '공시송달'로 재판을 진행했다. 공시송달은 소송 상대방의 주소를 알 수 없을 때 법원 게시판 등에 서류를 게시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당사자에게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이민철 변호사(법무법인 우선)는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주소지 이전 지연으로 인해 법원의 우편물을 받지 못했고, 그로 인해 두 사건 모두 '공시송달' 절차를 통해 A씨도 모르는 사이에 판결(또는 지급명령)이 확정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라고 지적했다.
A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패소하고 이의신청 기간까지 놓친 것이다.
“시간과의 싸움”…압류 해제를 위한 마지막 기회
전문가들은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아직 기회가 남았다고 조언한다. 핵심은 '추완항소' 또는 '청구이의의 소'다.
A씨처럼 본인 책임 없는 사유로 항소 기간을 놓쳤을 경우,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2주 이내에 '추완항소'를 제기해 재판을 다시 받을 수 있다. 이동규 변호사(법무법인 대한중앙)는 “지금은 시간 싸움입니다”라고 강조하며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가장 먼저 법원에 사건 기록을 확인해 판결문을 확보하고, 동시에 압류를 멈추기 위한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해야 한다.
이진훈 변호사(법무법인 쉴드)는 “기간 도과라도 민사소송법 제173조에 따라 주소 변경 누락 등 무과실을 소명하면, 기간 회복이 가능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억울한 압류를 풀기 위한 마지막 기회의 문이 시간과의 싸움 속에서 열릴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