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성범죄 피해 사실로 '인스타툰' 연재한 지인…창작물이라는데 처벌될까?
내 성범죄 피해 사실로 '인스타툰' 연재한 지인…창작물이라는데 처벌될까?
10개월 넘게 외모 비하·성적 대상화
변호사들 “특정성·비방 목적 명백”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올해 초, A씨는 지인을 통해 자신을 모델로 한 것으로 보이는 인스타툰이 10개월 넘게 연재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웹툰 작가는 A씨를 차단한 채 게시물을 올리고 있었다.
웹툰에는 A씨가 과거 겪었던 성범죄 피해 사실이 왜곡돼 담겨 있었다. '남미새(남자에 미친 새X)'라는 표현과 함께 외모 비하, 성적 대상화가 반복됐다. A씨가 하지 않은 말이 사실처럼 묘사되거나, 실제 대화가 다른 의미로 변질되기도 했다.
논란이 되자 작가는 댓글창을 닫고 "모든 내용은 창작"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미 지인들을 통해 A씨가 특정된 상황. 작가가 '창작'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외면하면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있을까?
작가가 창작물 주장해도…누군지 알 수 있다면 명예훼손
변호사들은 작가가 창작물이라고 주장하더라도 법적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게시물 내용과 주변 정보를 통해 독자들이 실제 인물을 떠올릴 수 있다면 명예훼손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쉴드 조재황 변호사는 "인스타툰 형식을 취했더라도 등장인물 외모, 언행, 주변 정보 등을 통해 특정인을 알아볼 수 있다면 창작물이라는 주장만으로 형사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체적 정보가 노출돼 제3자들이 실제로 A씨를 특정한 사정은 특정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짚었다.
대법원 판례 역시 실명을 쓰지 않았더라도 게시물 표현을 종합해 특정인을 지칭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면 피해자 특정이 가능하다고 본다.
법률사무소 송명 김호삼 변호사는 "①실제 일화가 사용된 점, ②추측 정보가 게시된 점, ③실제 지인들이 알아본 경위 등을 종합하면 특정성을 판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허위사실 명예훼손부터 모욕죄까지…처벌 수위는?
변호사들은 작가의 행위가 여러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우선 A씨의 성범죄 피해 사실이나 발언 등을 허위로 꾸며 연재한 부분은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 있다.
법무법인 강남 류재연 변호사는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이 인정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며 "지속성과 피해의 심각성이 고려돼 엄중한 처벌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외모 비하, 성적 대상화, '남미새' 같은 경멸적 표현은 별도로 형법상 모욕죄를 구성할 수 있다. 모욕죄는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모욕죄는 범인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안에 고소해야 하는 친고죄다.
나아가 성범죄 피해자의 신원을 알아볼 수 있게 공개한 부분은 성폭력처벌법 위반(피해자 신원 공개 금지) 소지도 있다.
다봄 법률사무소 김태환 변호사는 "성범죄 피해 사실을 알아볼 수 있게 공개한 부분은 성폭력처벌법상 피해자 신원 공개 금지 위반이 별도로 문제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게시물 삭제·손해배상 등 법적 대응 방법은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도 가능하다. 형사 고소와 별개로 법원에 '게시물 삭제 및 게시 금지 가처분'을 신청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법무법인(유) 에스제이파트너스 강지웅 변호사는 "가처분을 신속히 신청해 2차 피해를 차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사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8개월간의 반복적인 게시, 성범죄 피해 사실 왜곡, 광고·협찬을 통한 영리 활동 등은 모두 위자료 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규희 변호사는 "사건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았다면 진단서나 소견서를 확보해두는 것이 형사상 엄벌 요구 및 민사상 위자료 산정에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변호사들은 증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해답 정성희 변호사는 "고소 전에는 게시물을 직접 반박하거나 상대방에게 연락하지 말고, URL, 계정명, 게시일시가 보이도록 원본 캡처와 화면녹화 자료를 보존한 뒤 변호사에게 검토받는 것이 안전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