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에 "살쪘냐, 남친 있냐" 막말 이사…형사 무죄에도 민사 '성희롱' 인정
계약직에 "살쪘냐, 남친 있냐" 막말 이사…형사 무죄에도 민사 '성희롱' 인정
대법원 거쳐 판결 반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된 사건이더라도, 직장 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계약직 직원에게 모욕감을 주고 사적 발언을 일삼았다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거쳐 다시 열린 민사 재판에서 법원은 해당 행위가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이자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사건의 발단:자선골프행사 중 벌어진 '회초리 지시'와 폭언
원고 A씨는 2014년 3월부터 한 후원회의 계약직 직원으로 근무하며 어린이 환자 지원 등의 업무를 맡아왔다.
피고 B씨는 병원 외래교수이자 해당 후원회의 이사로 활동하며 직원들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내리는 지위에 있었다.
사건은 지난 2015년 10월 15일, B씨가 주도적으로 기획한 자선골프행사 과정에서 발생했다.
B씨는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부터 이전 행사의 업무 처리가 미흡해 실적이 저조했다며 A씨를 질책했고,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골프장에 도착한 후에도 지배인에게 싸리나무의 위치를 묻는 등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후 골프장 내 VIP룸에서 둘만 있게 되자 B씨는 A씨에게 "싸리나무 왜 안 가져오냐"며 나뭇가지를 구해오라고 거듭 요구했다.
거절하지 못한 A씨가 나뭇가지를 구해와 수치심과 자괴감에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자, B씨는 손으로 A씨의 어깨를 막아 고개를 들게 한 뒤 얼굴을 가까이 대며 "너 웃는 거냐, 쇼하는 거냐"라고 말하고 옆구리를 밀쳤다.
또한 업무와 무관하게 살이 졌다거나 남자친구가 있느냐는 등의 사적인 질문을 이어갔다.
소송의 흐름:형사 무죄와 민사 기각을 뒤집은 대법원의 반전
당초 이 사건은 형사재판에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됐으나,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 판결이 선고되어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민사상 불법행위 배상 청구 소송의 제1심 재판(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8. 27. 선고 2018가단5252208 판결)과 환송 전 항소심 재판(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9. 18. 선고 2019나54179 판결) 역시 B씨의 추행 등 불법행위를 인정할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며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2021. 11. 25. 선고 2020다270503 판결)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했다.
대법원은 형사상 강제추행죄가 성립하지 않더라도,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는 민사상 불법행위인 '직장 내 괴롭힘'이자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결정했다.
최종 판결:파기환송심 재판부 "위법한 괴롭힘·성희롱 명백"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1-3민사부(사건번호 2021나74978)는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제1심 판결 중 일부를 취소하고 "피고 B씨는 원고 A씨에게 위자료 1,0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B씨의 일련의 행위가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에 해당하므로 신체적·언어적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아울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추가로 주장한 외래진료실 내 성희롱, 귀경 승용차 안에서의 추행, 형사 무죄 확정 이후 B씨가 행한 무고 등 2차 가해 주장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고 청구를 기각했다.
소송 총비용은 원고와 피고가 절반씩 부담하도록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