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는 100억 아파트, 병수발 든 막내딸은 2억 땅…치매 아빠 유언장 뒤집을 수 있나
오빠는 100억 아파트, 병수발 든 막내딸은 2억 땅…치매 아빠 유언장 뒤집을 수 있나
법조계 "무효 입증은 딸 몫"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어렸을 때부터 노골적인 차별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병상을 지켰던 막내딸. 하지만 치매 아버지가 남긴 유언장에는 두 오빠에게 100억 원대 아파트와 현금 전부를, 자신에겐 2억 원짜리 시골 땅만 물려준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오빠들은 "아버지의 뜻"이라며 서둘러 재산을 정리하려 하지만, 막내딸은 유언장이 치매 진단 무렵 작성되었다는 점에 강한 의구심을 품고 있다.
억울한 막내딸은 법적으로 유언 효력을 뒤집을 수 있을까?
'비밀증서유언'의 깐깐한 요건… 하나라도 어기면 무효
사연 속 아버지가 남긴 유언장은 겉면에 낯선 도장이 찍혀 있고 '비밀증서유언'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는 유언자가 내용을 비밀로 한 채 봉인해 일정한 방식으로 인증받는 방식이다.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정은영 변호사는 17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출연해 "비밀증서유언은 단순 자필 유언과는 달리 조금 더 복잡한 방식을 취한다"고 설명했다.
민법 제1069조에 따라 유언자는 증서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한 후 이를 봉인하고, 겉면에 유언서임을 표시해야 한다. 또한, 2명 이상의 증인 앞에서 제출해 자기의 유언서임을 진술하고, 5일 이내에 공증인 또는 법원으로부터 확정일자를 받아야만 한다.
정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며 "위와 같은 방식은 엄격한 요식행위이므로 하나라도 흠결되면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강조했다. 만약 아버지가 남긴 유언장이 이 엄격한 법적 절차 중 하나라도 빠뜨렸다면, 유언장 자체의 효력을 상실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치매 걸렸다고 유언이 무효?… 핵심은 '당시의 의사능력'
가장 큰 쟁점은 유언장이 아버지가 치매 진단을 받고 약을 먹기 시작할 무렵, 즉 인지 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작성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치매 진단'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유언장이 무조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민법은 유언 결과와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의사능력을 갖춘 자만이 유언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정 변호사는 "대법원은 치매 진단을 받았더라도 유언장 작성 당시 유언 내용과 법률적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의사능력'이 있었다면 유언은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고 짚었다.
결국 법정 싸움의 핵심은 유언장 작성 그 시점에 아버지가 온전한 판단을 내릴 수 없었음을 증명해 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무거운 입증 책임은 소송을 제기할 사연자(막내딸)에게 있다.
정 변호사는 "사연자 분이 당시의 진료기록, 의사소견서, 주변인의 진술, 유언 당시에 찍어놓았던 영상 등으로 유언장을 작성하는 그 시점에서의 아버지의 인지능력이 저하되어 유언 내용과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의사능력이 없었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언 무효 시 '원점' 재분할… "현실적으론 팔고 현금 정산해야"
만약 막내딸이 험난한 입증 과정을 거쳐 소송에서 이긴다면 어떻게 될까. 유언 효력은 전부 소멸하고, 재산은 법정 상속 비율에 따라 삼남매에게 공평하게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100억 원대 아파트라는 덩치 큰 부동산이 문제다.
정 변호사는 "누구 한 명이 반포 아파트를 받으면 아파트를 가져가는 사람이 현금 정산을 해줘야 할뿐더러 상속세 자체가 30억 혹은 40억 원에 육박할 테니, 이런 상속 협의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결국 다 팔고 현금 정산하는 등의 협의를 시도하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인 방안이 아닐까 싶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