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또 마시면 전 재산 줄게" 남편 각서, 이혼할 때 효력 있을까?
"술 또 마시면 전 재산 줄게" 남편 각서, 이혼할 때 효력 있을까?
재산분할 포기 각서는 법적 효력 없어…'위자료' 액수 특정하거나 '명의 이전'이 확실한 방법

'이혼 시 전 재산 포기' 각서는 재산분할청구권이 이혼 성립 시에야 발생하므로 법적 효력이 없다. / AI 생성 이미지
남편의 반복되는 음주 문제로 이혼을 고민하던 A씨. 막상 이혼을 결심하니 남편은 극심한 우울감과 함께 잘못을 빌며 A씨가 떠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면서 “다시는 술 마시지 않겠다. 만약 또 술 문제 일으키면 공동명의 아파트를 포함한 전 재산을 당신에게 넘기고 깔끔하게 이혼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내년에 아이 출산을 앞둔 A씨는 남편이 협조적인 지금, 향후 분쟁을 막기 위해 법적 효력이 있는 서류를 만들어 두고 싶다. 이 각서만 받아두면 정말 괜찮을까?
"이혼 시 재산 포기" 각서, 법적으로는 '무효'
변호사들은 A씨 남편의 약속처럼 '이혼하게 되면 재산을 포기하겠다'는 내용의 사전 각서는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아직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재산분할청구권'이라는 권리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있지도 않은 권리를 미리 포기하는 약정은 무효라는 것이다.
법무법인 헌정의 송인혁 변호사는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이 성립한 때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므로, 혼인 중 사전에 이를 포기하는 협의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법원은 일관되게 판시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다 주겠다'는 단순 각서는 법원에서 참고 자료로만 쓰일 뿐, 판사가 재판 시점에 기여도를 다시 산정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 역시 "법원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이혼 청구권이나 재산분할 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약정은 무효'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확실한 효과 보려면 '명의 이전'과 '위자료 액수'로 나눠야
변호사들은 '전 재산 포기'라는 포괄적인 약속 대신, 내용을 구체적으로 나눠 실질적인 법적 조치를 지금 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재산과 위자료 문제를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공동명의 아파트 등 부동산은 '주겠다'는 미래의 약속 대신, 지금 당장 명의를 이전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고순례 변호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금 즉시 아파트 지분을 아내에게 증여하거나, 남편 지분에 근저당권이나 가등기를 설정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송인혁 변호사도 "'현재 공동명의인 아파트 지분 전체를 아내에게 증여한다'는 공증을 받고 명의를 지금 이전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고 말했다.
위자료의 경우, '재산을 포기한다'가 아니라 '약속을 어길 시 위자료로 특정 금액을 지급한다'는 형태로 약정하면 유효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정진열 변호사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얼마로 정한다'는 손해배상액 예정 약정은 유효할 수 있다"며 "일반적인 법원 판결(1천만~3천만 원)보다 높은 금액을 명시하여 압박하라"고 조언했다.
태어날 아이 양육권, 사전 합의는 '참고 자료'일 뿐
내년에 태어날 아이의 양육권 문제 역시 사전 합의만으로 법원을 완전히 구속할 수는 없다. 법원은 부모의 합의 내용보다는 아이의 행복과 이익, 즉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친권자와 양육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는 "출생 전 자녀의 친권·양육권 합의는 법원을 완전히 구속하지는 않지만, 출생 후 주양육자와 양육비 판단에 참고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합의서에 관련 내용을 명시해 두는 것 자체는 여전히 의미가 있다.
다만 변호사들은 남편이 자살 시도를 하는 등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작성된 문서는 추후 '강압에 의해 작성했다'거나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이유로 효력이 다투어질 수 있으므로, 작성 시점과 방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