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럽다" 커플 말다툼에 흉기 휘둘러 20대 살해…살인범이 감당할 배상금은?
"시끄럽다" 커플 말다툼에 흉기 휘둘러 20대 살해…살인범이 감당할 배상금은?
법원 “범행 잔인, 피해자가 65세까지 벌었을 돈과 정신적 고통 모두 배상해야”

생성형 AI로 만든 본문과 무관한 이미지
새벽 1시, 아파트 단지 옆 길가에서 한 젊은 커플이 다투고 있었다. 그 시끄러운 말다툼 소리에 잠 못 이루던 한 남성은 결국 집에서 과도를 들고 나왔고, 끔찍한 비극으로 이어졌다. 순간의 분노로 한 청년의 목숨을 앗아간 살인범은 유가족에게 얼마를 배상해야 할까.
"시끄럽다"는 이유가 살인으로 이어진 그날 밤
사건은 2022년 10월 2일 새벽, 경기도 안산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발생했다. 20대 청년 A씨는 여자친구와 길에서 다투고 있었다. 이때 근처에 살던 B씨는 이 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격분했다. B씨는 자신의 집에 있던 과도를 들고 나와 A씨를 수차례 때리고, 흉기로 가슴과 복부, 얼굴 등을 찔러 살해했다.
이 끔찍한 범행으로 B씨는 형사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이 매우 잔혹하고 중대하며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형량을 높여 징역 25년을 선고했고, 이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남겨진 부모의 피눈물… 법원의 계산이 시작되다
한순간에 아들을 잃은 A씨의 부모는 형사처벌과 별개로 살인범 B씨를 상대로 아들의 목숨값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아들이 살아있었다면 벌었을 돈과, 자식을 잃은 부모의 상상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대가를 법적으로 묻고자 한 것이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임정택)는 부모의 손을 들어주며, "피고 B씨는 원고 A씨의 부친에게 3억 4334만 원, 원고 A씨의 모친에게 3억 3507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배상액을 다음과 같이 계산했다.
① 아들이 65세까지 벌었을 돈, '일실수입' 4억 7015만 원
법원은 먼저 A씨가 살해당하지 않았다면 벌었을 미래의 소득, 즉 '일실수입'을 계산했다. 재판부는 A씨가 만 65세가 되는 2054년까지 도시 일용직 근로자 수준의 소득을 올릴 수 있었을 것으로 봤다.
여기서 재판부는 최근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월평균 근무일수를 과거의 22일이 아닌 20일로 적용했다. 주 40시간 근무제 정착 등 변화한 사회상을 반영한 것이다. 이렇게 계산된 A씨의 총 일실수입에서 본인의 생활비(1/3)를 공제한 금액은 4억 7015만 8377원이었다.
② 참혹한 고통의 대가, '위자료' 총 2억
다음으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산정했다. 재판부는 "살인 범행의 수단과 방법이 잔인하고, 유족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이 극심하다"는 점을 들어 숨진 A씨 본인의 위자료 1억과 부모의 위자료 각 5000만 원씩, 총 2억을 인정했다.
"정신장애 탓" 살해범 주장, 법원은 외면했다
B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조울증 등 정신장애로 인해 사물 변별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으니 손해배상액을 깎아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미 관련 형사재판에서 B씨의 심신미약 주장이 배척된 바 있고, "살인이라는 극단적 가해 행위에 있어 피고의 주장은 배상 책임을 제한할 합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A씨의 일실수입(4억 7015만 원)과 위자료(1억 원)를 합한 금액을 부모가 절반씩 상속받고, 여기에 각자의 위자료(5000만 원)와 부친이 지출한 장례비(826만 원)를 더해 최종 배상액을 확정했다.
징역 25년의 세월과 별개로, B씨는 한 청년의 삶과 미래를 앗아간 대가를 약 6억 8000만 원이라는 금액으로 책임지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