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다, 법대로 해' 찜통 원룸 집주인의 큰소리, 세입자는?
'돈 없다, 법대로 해' 찜통 원룸 집주인의 큰소리, 세입자는?
폭염 속 한 달 넘게 에어컨·보일러 고장 방치…전·현 집주인 '책임 전가'

에어컨 고장으로 고통받는 세입자가 집주인의 책임 회피로 계약 해지를 요구했으나, 집주인은 "돈 없으니 법대로 하라"며 버티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한 달 넘게 에어컨이 고장나 찜통이 된 원룸. 세입자가 고통을 호소했지만 현 집주인은 "돈 없으니 법대로 하라"며 버티고, 전 집주인과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임대인의 명백한 의무 위반이라며, 증거를 확보한 뒤 내용증명을 보내고 보증금 반환 소송까지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새벽 6시에 집에서 도망칩니다"…지옥이 된 원룸 생활
2027년 10월까지 원룸 전세 계약을 맺은 A씨의 여름은 악몽 그 자체였다. 지난 5월부터 에어컨이 말썽을 부리더니, 찬 바람 대신 에러 메시지만 뿜어냈다.
집주인에게 알려 수리기사가 한 달간 네 명이나 다녀갔지만, 원인조차 찾지 못했다. A씨는 "아침마다 너무 더워서 집에 있지 못하고, 새벽 6시에 출근하기를 한 달 넘게 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설상가상으로 어렵게 수리를 마친 에어컨에서는 가스가 새는 소리가 들렸고, 이전에는 보일러가 고장나 며칠간 찬물로 샤워를 해야 했다.
방문한 수리기사들조차 "자주 이런 일이 많은 건물"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A씨는 "오만 정이 떨어져 더는 살 수 없다"고 호소했다.
"난 돈 없다, 법대로 해"…전·현 집주인의 '책임 폭탄 돌리기'
A씨를 더 절망에 빠뜨린 것은 집주인들의 태도였다. 현 건물주는 작년 12월에 집을 매입해 A씨의 계약 당시와 주인이 달랐다. 현 건물주는 "매매 계약 시 건물 하자는 2년간 매도인이 해 주기로 했다"는 내부 사정을 들며 책임을 전 건물주에게 미뤘다.
A씨가 현 건물주에게 연락하면 현 건물주는 전 건물주에게, 전 건물주는 다시 수리업자에게 연락하는 '책임 돌리기'만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현 건물주는 단 한 번도 집에 와보지 않았다. 결국 A씨가 계약 해지를 요구하자, 현 건물주는 "돈 없다"며 버티기 시작했다. 심지어 "법대로 하라"며 큰소리를 쳤다.
A씨는 "서로 떠넘기는 느낌으로 대응을 하고 있어서 더 짜증이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들 "명백한 의무 위반...내용증명으로 법적 절차 시작해야"
법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현 건물주'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건물을 매수한 현 건물주는 이전 임대인의 지위를 그대로 승계하므로, 수리 의무와 보증금 반환 책임은 오직 현 건물주에게 있다는 것이다.
홍현필 변호사는 "전 소유자와의 매매 계약상 하자 담보 책임 약정은 전 건물주와 현 건물주 사이의 내부 약정일 뿐 임차인에게 이를 근거로 책임을 회피할 수 없습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에어컨, 보일러 등 필수 설비 고장을 한 달 이상 방치한 것은 임대인의 수선의무(민법 제623조)를 중대하게 위반한 것으로, 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환진 변호사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거주 자체가 어려웠다면, 계약 만료 전이라도 임대인에게 책임을 묻고 보증금 반환이나 해지 주장을 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사들은 공통적으로 ▲고장 사진, 수리 내역 등 증거 확보 ▲'기한 내 수리, 불이행 시 계약 해지'를 명시한 내용증명 발송 ▲이후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 등 단계적 대응을 조언했다.
만약 소송 중 이사를 해야 할 경우에 대해 전종득 변호사는 "해지 후 퇴거했는데 보증금을 안 주면 임차권등기명령으로 대항력·우선변제권을 유지한 채 이사 가능하고 이후 보증금반환청구를 진행하는 흐름이 보통"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