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목 졸린 주유소 직원, 30cm 망치 휘둘렀지만… 법원 "정당방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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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목 졸린 주유소 직원, 30cm 망치 휘둘렀지만… 법원 "정당방위" 인정

2025. 12. 12 16:24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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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시간 난동 부린 손님

30cm 고무망치로 반격한 알바생의 운명

목 졸린 주유소 직원이 고무망치를 휘둘렀지만, 법원은 생명 위협 상황에서의 단 1회 타격을 정당방위로 인정해 무죄를 선고했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새벽 시간 주유소 사무실에서 손님에게 목을 졸리던 직원이 책상 위에 있던 '고무망치'를 들어 손님의 머리를 가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해 사람을 다치게 할 경우 적용되는 '특수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직원에게 법원은 이례적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이 흉기를 사용한 반격조차 정당방위로 인정한 결정적인 배경에는 '단 한 번의 타격'이라는 사실관계가 숨어 있었다.


"화장실 공사 중이니 딴 데 싸라" 말 한마디가 불러온 참극

사건은 지난 2025년 1월 3일 새벽 1시 40분경,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유소에서 발생했다. 당시 주유소를 찾은 손님 A씨(44세)는 화장실이 수리 중이라는 이유로 주유소 벽면에 소변을 보기 시작했다. 이를 목격한 주유소 직원 B씨(25세)는 당연히 제지에 나섰고, "노상방뇨를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적반하장격으로 화를 낸 건 오히려 손님 A씨였다. A씨는 곧장 주유소 사무실로 따라 들어와 의자에 앉아 있던 B씨에게 욕설을 퍼붓더니, 급기야 왼쪽 손으로 B씨의 턱과 목 부위를 강하게 움켜쥐고 눌렀다. 좁은 사무실 안, 의자에 앉아 있던 20대 직원은 건장한 40대 남성에게 위에서 아래로 제압당하며 꼼짝없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 처했다.


생명 위협 느낀 찰나의 순간, 손에 잡힌 30cm 고무망치

숨이 막혀오는 긴박한 상황에서 B씨의 손에 잡힌 건 책상 위에 놓여 있던 길이 30cm의 고무망치였다. A씨가 목을 조르는 힘을 풀지 않자, B씨는 벗어나기 위해 엉겁결에 망치를 들어 A씨의 머리를 향해 강하게 한 차례 내리쳤다. 이 타격으로 A씨는 전치 2주의 두피 열상을 입었다.


수사 기관은 B씨의 행위를 방어 차원을 넘어선 범죄로 봤다. 위험한 물건인 망치를 사용해 상해를 입혔다는 점에서 '특수상해'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특수상해죄는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 규정되어 있을 정도로 무겁게 처벌되는 범죄다. B씨는 자신을 보호하려다 전과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법원의 판단 "망치 가격, 공격 아닌 생존 위한 몸부림"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단독 재판부는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상황이 CCTV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영상 속에서 A씨는 일면식도 없는 B씨의 목을 갑자기 조르기 시작했고, 이는 단순한 폭행을 넘어 생명에 대한 중대한 법익 침해가 발생한 상황이었다.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며 가장 중요하게 본 지점은 B씨의 '절제된 반격'이었다. B씨는 목이 졸리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망치로 단 1회 가격했을 뿐, A씨가 풀려나자마자 공격을 멈췄다.


이후 B씨는 A씨를 밀쳐 사무실 밖으로 내보내기만 했을 뿐, 추가적인 보복 폭행을 가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행위"라며 형법 제21조 제1항의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설령 그 행위가 과도했다 하더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야간에 낯선 사람으로부터 기습적인 공격을 받아 공포와 당황, 흥분 상태에서 벌어진 행동이므로, 형법 제21조 제3항에 따라 처벌할 수 없는 '면책적 과잉방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적반하장 손님 A씨, 결국 실형 선고받아

반면, 먼저 시비를 걸고 폭력을 행사한 손님 A씨에게는 엄중한 처벌이 내려졌다. A씨는 망치에 맞고 사무실 밖으로 쫓겨난 뒤에도 분을 삭이지 못하고, 뒤따라 나온 B씨를 넘어뜨려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이로 인해 B씨는 코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20일의 중상을 입었다.


재판부는 A씨가 사기죄 누범 기간 중에 범행을 저지른 점, 남의 가게에서 노상방뇨를 하고도 적반하장으로 직원을 폭행해 중한 상해를 입힌 점 등을 들어 A씨에게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사건의 원인 제공자이자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른 A씨는 법의 심판을 피하지 못했다.


이번 판결은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한 방어 행위라 할지라도, 생명의 위협이 닥친 급박한 상황에서 소극적인 방어 수단으로만 사용되었다면 정당방위로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확인해 준 사례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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