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약식기소됐다는데, 통지 못 받은 피해자…치료비·위자료는 어떻게?
가해자 약식기소됐다는데, 통지 못 받은 피해자…치료비·위자료는 어떻게?
가명으로 피해 신고했더니 검찰 처분 결과 '깜깜'…손해배상 받으려면 별도 민사소송 필요

형사사건이 약식절차로 진행된다면 형사재판 안에서 피해 보상을 받기는 어렵다. / AI 생성 이미지
범죄 피해 사실을 가명으로 신고했던 A씨는 최근 황당한 소식을 접했다. 경찰 조사를 마치고 검찰로 넘어간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 검찰청에 직접 문의했더니, 이미 약 10일 전에 가해자에 대한 '약식기소' 처분이 내려졌다는 답변을 들었다.
검찰청 직원은 A씨가 가명으로 수사를 받아 피해자와 변호사에게 처분 결과가 제대로 통지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해자는 처벌을 앞두고 있는데, 정작 피해자는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사건 진행 상황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형사사건은 거의 끝났다는 말에 A씨는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와 치료비를 받을 방법을 알아봤다. 하지만 이 또한 별도의 민사소송을 진행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과 별개로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한 절차는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
'약식기소'면 형사사건 끝난 거 아닌가요?
우선 A씨의 사례처럼 가해자가 약식기소됐다고 해서 형사사건이 완전히 종결된 것은 아니다. 변호사들은 법원의 최종 결정이 남아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약식기소란 검사가 피의자의 혐의가 인정되지만 정식 재판 대신 서면 심리만으로 벌금형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는 "상대방(가해자)이 법원으로부터 약식명령을 송달받고 7일 이내 이의신청(정식재판 청구)을 하지 않으면, 약식명령이 확정되게 된다"고 설명했다.
즉, 가해자가 벌금형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법무법인 쉴드 박수범 변호사 역시 "법원의 약식명령이 확정되어야 형사절차가 종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실무상 검사의 종국처분이 내려진 이상 사건이 사실상 정리 단계에 들어갔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형사 재판에서 바로 치료비·위자료 받을 순 없나
결론부터 말하면 A씨의 경우처럼 약식절차로 진행된다면 형사재판 안에서 피해 보상을 받기는 어렵다. 범죄 피해자가 형사 소송 절차에서 신속하게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배상명령' 제도가 있지만, 이는 약식기소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배상명령신청은 아쉽게도 정식 재판에 회부된 사건(구공판)에서만 가능하며, 약식명령 사건에서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오른 백창협 변호사도 "공판 절차가 진행되어야 배상명령 신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가해자가 처벌 감경을 위해 자발적으로 합의금을 주지 않는 한, 약식기소 사건의 피해자는 별도의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를 배상받아야 한다.
결국 민사소송…실익 따져보고 결정해야
피해자는 가해자의 불법행위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와 치료비 등을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받아낼 수 있다.
이때 확정된 약식명령은 민사소송에서 가해자의 유죄를 입증하는 유력한 증거자료가 될 수 있어 피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다만 변호사들은 민사소송을 제기하기 전 소송의 실익을 신중히 따져볼 것을 조언했다. 예상되는 배상액과 변호사 선임 비용 등 소송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탑승 법률사무소 문탑승 변호사는 "사선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손해배상 범위나 절차의 진행을 대신해 주는 정도를 감안할 경우 선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는 "손해액이 크지 않다면 먼저 처분결과 통지서와 약식명령 등본을 확보한 뒤 내용증명으로 합의를 시도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가명수사 때문에 통지 못 받은 건 문제 없나
A씨처럼 가명으로 수사를 진행했다는 이유로 검찰의 처분 결과를 통지받지 못한 부분은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게 변호사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한대섭 변호사는 "가명 수사로 인해 처분 결과 통지가 누락된 부분은 범죄피해자 보호법상 피해자의 알 권리가 일부 침해된 측면이 있으나, 수사기관의 행정적인 착오에 불과하여 이 자체를 문제 삼아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분석했다.
다만 향후 민사소송 등 권리구제를 위해선 절차적 문제를 바로잡아 둘 필요가 있다. 라미 법률사무소 이희범 변호사는 "가명 처리 과정에서 통지가 누락되었다면 검찰청에 가명·실명 연계 및 통지정보를 확인해 두시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