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에게 월세 냈는데…'계약 해지' 권리 사라지나?
새 주인에게 월세 냈는데…'계약 해지' 권리 사라지나?
월세 1회 납부가 '묵시적 동의'? 건물주 변경 시 임차인의 운명은.

건물주 변경 후 월세를 낸 임차인이 계약 해지를 원할 때는 신속히 내용 증명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해지를 통보해야 한다. / AI 생성 이미지
경기도의 한 학원 임차인은 최근 건물이 팔리면서 새 주인에게 월세를 딱 한 번 냈다. 하지만 바뀐 임대인과 계약을 이어가고 싶지 않아 해지를 원한다.
이 1회 월세 납부가 '계약 승계에 대한 암묵적 동의'로 해석돼 1년 4개월 남은 계약에 발목이 잡히는 것은 아닐까? 임차인의 운명을 가를 법률 전문가들의 진단을 짚어본다.
"주인 바뀌고 월세 한번 냈을 뿐인데"… 계약 해지에 켜진 '빨간불'
경기도 시흥시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임차인 A씨는 최근 건물주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기존 계약 기간은 1년 4개월이나 남아 있었다.
A씨는 새로운 임대인과 계약을 이어갈 의사가 없어 해지를 원했지만, 고민이 생겼다. 임대인 변경을 안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인 3월 1일에 새 임대인에게 월세를 한 번 냈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임차인은 건물주 변경 시 이의를 제기하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지만, 만약 임차인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간주되면 해지권이 사라질 수 있다. A씨는 월세를 낸 자신의 행동이 '묵시적 동의'로 해석돼 해지할 기회를 날린 것은 아닌지 불안에 떨고 있다.
월세 1회 납부, 계약 승계 '동의'인가…엇갈린 법률가들의 시선
A씨의 사례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소 엇갈렸다. HB & Partners의 이충호 변호사는 비관적인 해석을 내놨다. 그는 "법률적으로 임대인 변경 사실을 알고도 새로운 임대인에게 차임을 지급한 것은 새로운 임대차 관계를 인정하겠다는 의사표시로 간주되므로, 이의 제기를 통한 계약 해지권이 소멸할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새 임대인을 인정한 행동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다수의 변호사들은 1회 납부만으로 해지권이 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규희 변호사는 "월세를 1회 납부한 것도 일단 연체를 하면 안 되기 때문에 납부한 것으로 설명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1회 납부한 사실만으로 바로 해지권이 소멸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라고 분석했다.
더신사 법무법인의 김연주 변호사 역시 "임대인 변경 사실을 인지한 지 한 달이 되지 않았고 연체로 인한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일단 월세를 납부한 것이라면, 이를 곧바로 묵시적 동의로 간주하기는 어렵습니다"라며 임대인 변경 인지 시점과 납부 경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골든타임 놓치지 마라"…변호사들의 만장일치 해법은 '이것'
해석은 분분하지만, 모든 변호사가 이구동성으로 강조하는 해결책은 단 하나, 바로 '신속한 이의 제기'다.
제이디종합법률사무소 전종득 변호사는 "관건은 이의 제기를 ‘상당히 신속하게’ 했는지와 월세 1회 지급이 승계 수용(묵시적 동의)으로 평가될지입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1) 승계에 동의하지 않음 + (2) 임대차 해지 통보 + (3) 퇴거·인도 및 보증금 동시이행 반환 요구를 내용증명으로 명확히 하시는 것이 우선입니다"라고 구체적인 행동 방안을 제시했다.
즉, 임대인 변경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내용증명'이라는 명확한 증거로 남겨 최대한 빨리 통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지 통보 후 보증금, 구주인? 신주인? 누구에게 받아야 하나
그렇다면 성공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을 때, 보증금은 누구에게 받아야 할까? 임대차 승계가 거부됐으므로 원칙적으로 보증금 반환 의무는 '이전 임대인'에게 있다. 하지만 분쟁의 소지를 없애고 안전하게 보증금을 회수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한 가지 안전장치를 더 권고한다.
법률사무소 반석 최이선 변호사는 "해지 의사를 표명하기 전까지는 보증금 반환 의무자가 불분명해질 수 있으므로 두 임대인 모두를 수신인으로 지정하는 것이 실무상 안전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이규희 변호사 역시 "현 단계에서는 해지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종전 임대인과 새로운 임대인 모두에게 보증금 반환을 청구해두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으로 보입니다"라며, 법적 관계가 명확해지기 전까지는 양측 모두에게 권리를 주장해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