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혐의 없음'인데 '민사 소송' 당했습니다…어떻게 하죠?
경찰 '혐의 없음'인데 '민사 소송' 당했습니다…어떻게 하죠?
형사 불송치 후 민사소송, 왜?…'형사 무죄≠민사 면죄부' 공식을 전문가 답변으로 풀어본다

사이버 모욕으로 고소당한 A씨. 경찰에서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받았지만 상대방은 민사소송을 걸어왔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경찰서에선 웃었지만 법원에서 울게 될까? '불송치' 후 날아온 민사 소장에 대처하는 법
“사이버 모욕으로 고소당했지만 경찰에서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자기를 조롱했다며 민사소송을 걸어왔습니다. 형사상 죄가 없다는데, 민사 책임을 져야 하나요?” A씨의 절박한 질문을 통해, 형사 사건 종결이 민사 책임의 면죄부가 아님을 보여주는 법률 상식을 짚어본다.
형사 ‘무죄’가 민사 ‘면죄부’는 아니다
많은 이들이 형사상 ‘혐의 없음’ 통보를 받으면 모든 법적 분쟁이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오산일 수 있다. 형사 재판과 민사 재판은 사용하는 ‘저울’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형사 재판은 국가가 범죄자에게 벌을 내리는 절차로, ‘의심의 여지 없이(beyond a reasonable doubt)’ 범죄를 입증해야 하는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그러나 민사 재판은 개인 간의 다툼을 해결해 손해를 물어주는 절차다. 형사상 범죄에 이르지 않더라도 타인에게 피해를 준 ‘불법행위(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위법한 행위)’가 인정되면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통상 민사상 불법행위가 형사 범죄보다 그 범위가 넓다”며 “형사적으로 무혐의 종결된 사안이라도 민사소송에서는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무도 못 봤는데도 배상?…‘인격권 침해’라는 다른 잣대
A씨의 사례처럼 경찰이 사이버 모욕 혐의를 불송치한 핵심 이유는 ‘공연성(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의 부재였을 가능성이 크다. 형법상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상태여야 하지만, 일대일 비밀 댓글이나 메시지는 이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하지만 민사 법원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 법원은 공연성이 없더라도 개인의 ‘인격권(개인의 명예, 사생활 등 인격적 이익을 누릴 권리)’을 침해한 행위 자체를 불법행위로 볼 수 있다.
이는 A씨의 사건과 별개인 참고 판례에서 확인된다. 실제로 춘천지방법원은 2023년 한 판결에서 “공연성이 없어 형사상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이 성립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고 명시하며 위자료 지급을 명령한 바 있다.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한 모욕이라도 당사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다면 배상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겼다고 생각한 순간이 가장 위험…전문가의 조언은?
그렇다면 A씨 처럼 형사 불송치 후 민사 소장을 받았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법률 전문가들은 감정적인 대응은 절대 금물이라고 조언한다. 상대방을 조롱하거나 자극하는 행위는 오히려 민사 재판에서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다.
가장 현명한 대처는 소장을 받은 즉시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다. 불송치 결정문 등 유리한 증거를 바탕으로, 상대방이 주장하는 ‘정신적 고통’과 나의 행위 사이에 법적인 인과관계가 있는지,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수준을 넘었는지 등을 법리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온라인에서의 순간적인 감정 표출이 값비싼 법적 대가로 돌아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