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탈선에 출근길 전장연 시위까지... 4호선 '더블 펀치'에 시민만 울었다
새벽 탈선에 출근길 전장연 시위까지... 4호선 '더블 펀치'에 시민만 울었다
업무방해죄 성립 가능성 높지만 실형 선고는 '글쎄'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 연합뉴스
25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을 이용하던 시민들의 출근길이 '지옥'으로 변했다.
경기 시흥 오이도역에서 발생한 장비 탈선 사고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혜화역에서는 기습적인 시위가 벌어져 열차가 역을 서지 않고 통과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날 오전 8시 28분경 긴급 안전안내문자를 통해 "현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집회 시위로 혜화역 하행선 열차가 무정차 통과 중"이라고 공지했다.
시민의 발을 묶어버린 이번 사태를 두고 '이동권 보장'을 외치는 시위대의 목소리와 '법적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원성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탈선'에 '시위'까지... 마비된 4호선, 시민 분통 터졌다
사건의 발단은 새벽부터 시작됐다. 이날 오전 5시 10분경, 4호선 오이도역에서 선로 유지보수 장비인 '트롤리'가 궤도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첫차부터 운행이 지연되며 불안한 출발을 알렸다.
혼란이 채 수습되기도 전인 오전 8시, 출근 인파가 가장 몰리는 시간대에 전장연의 기습 시위가 혜화역에서 시작됐다. 시위 여파로 열차 운행이 지체되자 서울교통공사는 혜화역 하행선 무정차 통과라는 강경책을 꺼내 들었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닫힌 스크린도어를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열차 지연과 무정차 통과가 겹치면서 4호선 라인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고, 직장인과 학생들의 지각 사태가 속출했다.
시민의 편의를 볼모로 잡았다는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법의 시선은 복잡하기만 하다.
'신고 없는 시위'는 불법?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시민들의 가장 큰 의문은 "왜 경찰이 시위대를 즉각 해산하거나 체포하지 않는가"이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옥외집회 시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까지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신고하지 않은 집회는 해산 명령의 대상이다. 전장연의 이번 기습 시위 역시 미신고 집회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법원은 단순히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집회를 원천 봉쇄하거나 불법으로 단정하지 않는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미신고 집회라도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명백하고 직접적인 위험'이 초래된 경우에만 해산 명령이 가능하다.
즉,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폭넓게 해석해, 물리적 충돌이나 극심한 혼란이 없다면 공권력 투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 사법부의 입장이다. 경찰이 현장에서 즉각적인 강제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업무방해와 철도안전법... '선' 넘은 시위의 대가
그러나 이번처럼 열차가 역을 건너뛰어야 할 정도로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형법상 '업무방해죄'와 '철도안전법'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분석한다.
형법 제314조의 업무방해죄는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할 때 성립한다. 꼭 물리적인 파괴가 없더라도, 다수의 인원이 열차 출입문을 막거나 고성을 질러 정상적인 운행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면 '위력'으로 간주된다.
실제 판례에서도 지하철 운행을 6분간 지연시킨 행위에 대해 업무방해죄를 인정한 바 있다.
더 나아가 철도안전법은 철도종사자의 직무 집행을 방해하거나 열차 운행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 지하철은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인 만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일반 업무방해보다 더 엄중한 잣대를 들이댄다.
"처벌은 벌금형 그쳐"... 실형 선고 어려운 현실적 딜레마
문제는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실제 처벌 수위가 시민들의 법 감정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과거 유사 사례를 분석해보면, 지하철 시위 주동자들에게 내려진 처벌은 대부분 100만 원에서 300만 원 수준의 벌금형에 그쳤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의 행위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은 것은 사실이나, 장애인 권리 보장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참작한다"는 취지의 양형 이유를 밝히곤 한다. 시위 방법이 다소 과격했더라도 그 동기가 '생존권'이나 '이동권'과 연결되어 있다면, 실형을 선고하기보다는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선처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최근에는 출근 시간대 교통 마비가 반복되면서 법원의 시각도 조금씩 엄격해지고는 있다. 상해 등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거나 운행 지연 시간이 길어질 경우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구속 수사나 실형 선고는 드물어, "법이 불법 시위를 사실상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무정차 통과'라는 초강수에도 불구하고, 법적 처벌의 한계와 집회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 사이에서 시민들의 출근길 고통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