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만 빼면 귀엽다"… 6개월간 반복된 상사의 외모 품평, 법원은 어떻게 봤나
"살만 빼면 귀엽다"… 6개월간 반복된 상사의 외모 품평, 법원은 어떻게 봤나
하급 여성 직원에게 메신저로 외모 지적 반복한 팀장
견책처분 취소 소송에서 패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2020년 7월부터 약 1년간, 경기도양평교육지원청의 한 팀장이 같은 팀 하급 여성 직원에게 업무용 메신저로 "살만 빼면 귀엽다", "여자는 관리받아야 한다"는 발언을 반복했다.
피해 직원은 2년 뒤 이를 성희롱으로 신고했고, 팀장은 견책 징계를 받았다. 팀장은 "친밀한 관계에서 오간 농담"이라며 처분 취소 소송을 냈지만, 수원지방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메신저에 고스란히 남은 6개월의 기록
원고 A는 2002년 임용된 지방공무원으로, 2020년 7월부터 경기도양평교육지원청 팀장으로 재직했다. 피해자 B는 같은 팀 하급 직원이었다.
A는 2020년 8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약 6개월간 업무용 메신저로 B에게 외모를 지적하는 메시지를 반복 전송했다. "다이어트만 좀 하면 미모까지 되죠", "살 빼면 달라져요 보는 시선이", "비율이 위아래가 바뀐 듯 하체가 정말 운동선수 근육" 등 신체를 직접 평가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여자는 관리받아야 해요", "여자 변비 없는 사람이 있어요" 등 성별 고정관념에 기반한 발언도 있었고, "우리는 결혼은 못하지만 잘 어울리는 커플"이라는 메시지까지 남아 있었다.
B가 "저는 안 해요 싫다고 했어요"라며 거부 의사를 밝히거나, "팀장님은 외모 너무 따져요"라고 불편함을 표현해도 A의 발언은 멈추지 않았다. B의 반응은 대부분 "헉", "큰일 나요 그런 말하심", "네" 등이었다.
신고까지 2년, 그리고 엮인 투자사기
B가 성희롱을 신고한 것은 2023년 5월로, 행위 시점으로부터 약 2년 뒤였다. B는 "2022년에도 신고했으나 증거가 없어 무혐의 처리됐고, 2023년 4월 메신저 자료를 확보해 다시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한편 B에게는 별도의 형사 문제가 있었다. 지인들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편취한 혐의로 2024년 10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A와 사이에도 수억 원 규모의 금융거래가 있었다. A는 이를 근거로 "B가 합의금 마련 목적으로 허위 신고한 것"이라 주장했다. 또한 B 역시 A에 대한 부적절한 성적 언동으로 별도의 견책 징계를 받은 바 있어, A는 "상호 양해 범위 안의 대화"였다고 항변했다.
"농담이었을 뿐" vs "친밀감이란 포장 속 폭력"
성희롱·성폭력 상급심의위원회는 A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판단했고, 전문가 3인 중 2인도 성립을 인정했다. 한 전문가는 "친밀감이라는 포장으로 행해지는 폭력에 속할 수 있다"고 의견을 냈다. 반면 1인은 "단편적 표현만으로 성적 굴욕감에 이르렀다고 보기 곤란하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피고는 2023년 11월 2일 A에게 견책 징계를 집행했고, A는 소청심사 기각 후 수원지방법원에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반복된 외모 지적, 농담의 범위를 넘었다"
수원지방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김태환)는 2025년 2월 6일 A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법원은 성희롱 성립에 반드시 성적 동기가 필요하지 않으며, 당사자의 관계·행위의 내용과 정도·상대방의 반응·행위의 계속성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확인했다(대법원 2017두74702 참조).
법원은 A의 발언이 약 6개월간 반복됐고, 여성의 외모를 직접 지적·평가하거나 성별 고정관념에 기인한 내용이어서 객관적으로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기 충분하다고 봤다.
팀장과 하급 직원이라는 지위 관계도 중요하게 고려됐다. B가 "뒤로 갈수록 무슨 말을 해도 끝나지 않아서, 맞춰주면 빨리 끝나니까 거부의사를 표현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점도 근거가 됐다.
허위 신고 주장도 배척됐다.
법원은 "신고 시기가 늦었거나 외부적 사정이 있다는 것만으로 피해 진술의 증명력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량권 일탈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견책이 성희롱 관련 징계기준상 가장 가벼운 처분이며, 성희롱의 경우 징계 감경이 불가하다고 확인하면서 "비위의 정도를 결코 가볍게만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