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허가 쉽게 받으려고 '명의 변경' 꼼수 썼다가 눈뜨고 땅 뺏기게 됐다
건축 허가 쉽게 받으려고 '명의 변경' 꼼수 썼다가 눈뜨고 땅 뺏기게 됐다
대법원 "정확히 '무엇'을, '얼마'에 팔겠다고 정하지 않아도 '매매계약' 성립"
당사자 간 짜고 한 매매계약에도 '실효성' 인정

목적물과 대금을 특정하지 않고 만든 매매계약서인데도 실제 매매가 이루어진 것으로 본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어떤 상황이었을까?/게티이미지코리아
경북 구미의 한 주택에 사는 A씨는 집을 넓히고 싶었다. 주택이 서 있는 곳 바로 '북쪽에 붙어있는 땅'(▲)도 자기 소유라 여기까지 집을 넓히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기존 주택이 '농업인 주택'으로 등록돼 있어 허가가 쉽게 나오지 않을 게 뻔했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냈다. 옆집에 부탁해서 허가를 대신 받아내는 방식을 택하기로 한 거다. A씨와 달리 이웃집 B씨는 '농업인 주택'이 아니었다. 그러니 '북쪽에 붙어있는 땅'(▲)을 B씨 소유로 잠시 넘겨줬다가 허가를 받아 주택을 넓힌 뒤에, 다시 돌려받으면 될 것 같았다. B씨도 이 아이디어에 동의했다.
A씨는 계획대로 B씨에게 '북쪽에 붙어있는 땅'(▲)의 소유권을 넘기고 공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서류 작업을 하던 중 B씨가 '그 땅'(▲)에 별도로 건축물 증축허가를 받은 사실을 알게됐다.
나중에 돌려받을 생각으로 잠시 넘겨준 땅에 B씨가 자기 명의의 건축물을 지으려고 허가를 받아낸 건, 선을 넘은 행위라고 A씨는 생각했다. 그래서 B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증축 신고를 하는 데 여러 문제점이 있어서 B씨에게 임야를 명의신탁한 것뿐인데, B씨가 기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했다. 넘긴 소유권을 돌려달라는 취지의 청구였다.
A씨는 "B씨 명의로 증축 신고를 한 다음, 자신(A씨) 소유의 건물을 증축하기로 B씨와 합의했다"며 "임야의 소유권을 B씨 앞으로 이전등기한 것은 명의신탁약정이나 통정허위표시(의사 표시자가 상대방과 짜고 허위로 한 의사표시)에 따른 것이어서 무효"라고 주장했다.
B씨는 다른 주장을 했다. A씨는 '문제가 된 땅'(▲)의 일부는 자기에게 매도하기로 했고, 일부만 명의신탁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갈등에서 첫 승자는 B씨였다. 2017년 5월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A씨가 B씨에게 임야 중 일부를 매도하고 일부는 명의신탁하기로 B씨와 합의한 게 맞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B씨 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 중 일부는 매매계약에 따른 것이어서 A씨의 말소등기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고, 나머지 일부만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것이어서 A씨의 말소등기청구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포기하지 않고, 이 문제를 대법원으로 끌고 갔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법원은 제3부(재판장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9일 "소유권이전등기 당시 A씨가 자기 소유 임야 중 일부를 B씨에게 매도하는데 합의한 것으로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허가를 쉽게 받아내기로 위해 '꼼수'를 썼다가 땅의 일부를 이웃집에 넘겨주게 된 셈이다.
대법원은 매매계약이 성립하기 위해 필요한 매매목적물 특정 여부와 관련해서는 이렇게 판시했다. "A씨와 B씨가 합의할 당시 매매목적물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았더라도, 이를 나중에 구체적으로 특정할 방법과 기준을 정하였다"고 했다. 즉, 대법원은 A씨가 임야에 평탄 작업을 하고 그 중간에 석축을 쌓은 것이 매매목적물인 특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울러 '매매대금' 특정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금은 B씨가 A씨의 증축을 위해 건축주 명의를 대여하는 등 편의를 제공한 것을 감안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하되, 향후 구체적인 매매목적물이 특정된 시점에 확정한다고 합의한 것"으로 봤다.
또한, 대법원은 "A씨가 임야 중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만 단독주택 증축을 위한 건축공사를 진행하는 등 계약을 이행하였으므로, A씨도 이 계약에 구속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