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이면 나라 돈 나온다더니…" 믿었던 동생에 1억 뜯기고 2억 빚더미 오른 노부부
"몇 달이면 나라 돈 나온다더니…" 믿었던 동생에 1억 뜯기고 2억 빚더미 오른 노부부
전문가들 "형사고소로 삼촌 압박, 채무부존재 소송으로 빚 털어내야…새 땅주인과 설비 매각 협상이 현실적 해법"

태양광 사업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동생의 꾐에 넘어가 큰 돈을 잃고 시름만 남은 A씨 부부/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태양광 사기] 친족 간 투자 사기, 법인도장 무단사용…사기·배임·사문서위조 혐의, 법적 대응은?
"몇 개월이면 나라에서 돈이 반 정도 나온다고 해서, 그 말만 믿었습니다."
믿었던 동생의 말에 1억 원을 투자한 노부부가 수입은 커녕 2억 원의 빚까지 떠안게 된 태양광 사업 사기 사건의 전말이다.
모든 비극은 2019년, B씨의 달콤한 제안에서 시작됐다. 그는 누나인 A씨 부부에게 "태양광 사업에 투자하면 몇 개월 안에 정부 지원금이 나와 투자금 절반을 돌려받을 수 있다"며 투자를 권유했다.
평생 믿고 의지해온 동생의 말에 부부는 의심 없이 1억 원을 건넸다. 사업 진행을 위해 부부 공동명의로 법인 사업자가 설립됐고, B씨는 "서류 처리가 필요하다"며 법인 인감도장을 포함한 모든 서류를 가져갔다.
하지만 약속했던 몇 개월이 지나도 정부 지원금은 감감무소식이었다. A씨가 부부 이를 따져 묻자 B씨는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발뺌했다. 사기라는 직감이 스치는 순간이었다.
다급해진 A씨가 사업 진행 상황을 추궁하자, B씨는 "마을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가 중단됐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 사이 집으로는 정체불명의 세금 독촉장만 날아들었다.
진실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끈질긴 추궁 끝에 알아낸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B씨는 자신의 개인 빚을 대신 갚아주는 조건으로, A씨 명의의 태양광 사업 수익권 전부를 다른 기업에 넘겨버린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B씨 소유의 사업 부지가 경매로 넘어갔으니, 땅 위에 있는 태양광 설비를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라'는 새 땅 주인의 통지서까지 받았다.
등기부를 확인한 뒤에야 A씨 부부는 자신들 명의로 2억 원의 대출이 실행된 사실도 알게 됐다. B씨가 멋대로 가져간 법인도장이 모든 재앙의 씨앗이었다.
도장 가져간 B씨가 A씨 명의로 2억 대출…어떤 죄 해당하나?
전문가들은 B씨의 행위가 여러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대섭 변호사는 "'나라에서 돈 나온다'는 거짓말로 1억 원을 투자받은 것은 사기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애초에 실현 불가능한 약속으로 돈을 편취했다는 것이다.
서아람 변호사는 "부모님 동의 없이 법인도장을 사용해 대출을 받았다면 이는 사문서위조 및 그 행사죄"라고 설명했다. 위임 범위를 벗어나 도장을 사용한 것 자체가 범죄라는 의미다.
나아가 송제원 변호사는 B씨가 법인 운영을 위임받은 지위에서 자기 빚을 갚는 등 다른 용도로 대출금을 사용한 것은 "법인 자금을 제멋대로 빼돌린 '업무상 횡령·배임'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내 땅도 아닌데 세금만…경매 넘어간 태양광 설비, 방법 없나?
가장 시급한 문제는 A씨 부부 명의로 남은 태양광 설비와 2억 원의 빚이다. 전문가들은 형사 고소와 민사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권고했다. 조선규 변호사는 "사기, 배임 등 혐의로 형사 고소를 진행해 B씨를 압박하고, 이는 민사소송에 유리한 증거를 확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빚 문제에 대해 한병철 변호사는 A씨 부부 동의 없는 대출임을 입증해 "채무부존재 확인소송(빚이 없음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여 법적으로 채무 책임을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금융기관이 대출 과정의 문제를 몰랐다면 A씨 부부가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골칫덩이로 남은 태양광 설비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해법이 제시됐다. 한장헌 변호사는 "새로운 땅 주인과 협의해 태양광 시설을 매각하거나, 법인 파산 절차를 통해 명의를 정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대섭 변호사 역시 "새 땅 주인에게 시설 매수를 제안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그 역시 땅을 놀리는 것보다 수익을 내는 게 이득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은 형사 고소로 B씨의 책임을 묻는 동시에, 민사소송으로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새 땅 주인과 설비 매각 협상을 벌여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달콤한 약속으로 시작된 사업은 가족 간의 신뢰를 무너뜨린 잔인한 사기극으로 막을 내렸다. 이제 피해 회복을 위한 기나긴 법적 싸움만이 A씨 부부를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