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뺑소니 운전자, 도주 도운 동승자… 두 번 우는 피해자
음주뺑소니 운전자, 도주 도운 동승자… 두 번 우는 피해자
변호사들 '도주치상·폭행' 혐의, 상해진단서 확보가 관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신호 대기 중 발생한 가벼운 접촉사고가 음주 뺑소니와 폭행이 뒤얽힌 복합 범죄로 돌변했다. 피해자 A씨는 사고 처리 대신 도망치려는 운전자를 막아섰다가 차에 치였고, 심지어 동승자는 A씨를 붙잡아 운전자의 도주를 도왔다.
사건은 A씨가 신호 대기 중이던 도로에서 시작됐다. A씨 차량 앞으로 끼어들던 차와 접촉사고가 났다. 상대 운전자에게서 강한 술 냄새를 직감한 A씨가 경찰 신고를 준비하자, 운전자는 그대로 차를 몰아 도주를 시도했다. A씨가 차 앞을 막아서자 운전자는 망설임 없이 차로 A씨의 무릎을 들이받았다.
상황을 지켜보던 조수석의 동승자마저 차에서 내렸다. 그는 A씨를 뒤에서 끌어안아 꼼짝 못 하게 만들었고, 그 틈을 타 운전자는 현장에서 사라졌다. 동승자 역시 뒤따라 도망쳤다.
A씨는 “너무 화가 나고 무릎도 아프다”며 “운전자를 도운 동승자까지 반드시 처벌받게 하고 싶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운전자는 이후 통화에서 “급한 미팅이 있었고, 보험사기범인 줄 알았다”는 황당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뺑소니 혐의, 피할 수 있나
변호사들은 운전자의 변명이 법적 책임을 피할 방패가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윤관열 변호사(법률사무소 조이)는 “사고를 인식하고도 차량으로 피해자를 치고 도망간 행위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주치상(뺑소니)은 피해자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할 때 적용되며,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혐의 입증의 관건은 상해 발생 여부다. 한대섭 변호사(모두로 법률사무소)는 “도주치상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며 “의사에게 ‘도주하는 차량에 부딪혔다’고 정확히 설명하고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아 경찰에 제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씨의 무릎 통증은 상해를 입증할 명백한 증거가 될 수 있다.
시간 끌어도 소용없다…CCTV가 스모킹 건
A씨의 가장 큰 우려는 운전자가 시간을 끌어 음주 혐의를 벗는 것이다. 실제로 시간이 지나면 체내 알코올이 분해돼 음주 측정이 어려워진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음주운전 입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배재용 변호사(예서 법률사무소)는 “경찰은 운전자가 언급한 국밥집 CCTV, 카드 사용내역,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음주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음주 시간과 양이 특정되면, 위드마크 공식(마신 술의 종류, 체중 등을 통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기법)을 적용해 사고 당시의 음주 상태를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환진 변호사(법무법인 한일) 역시 “호흡측정이 불가능해도 간접증거로 음주 정황 입증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도주 도운 동승자의 운명은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핵심 쟁점은 동승자의 책임이다. 단순히 차에 타고 있던 것을 넘어, 운전자의 도주를 적극적으로 도왔기 때문이다.
한대섭 변호사는 “동승자가 운전자의 도주를 돕기 위해 피해자를 물리적으로 제압한 것은 범행에 적극 가담한 행위”라며 “가담 정도에 따라 방조범을 넘어 운전자와 동일하게 처벌받는 공동정범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신체를 붙잡은 행위 자체만으로도 폭행죄가 성립할 수 있다.
윤관열 변호사는 “동승자가 피해자를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행위는 공범 또는 범인도피죄에 해당할 수 있어 함께 처벌이 가능하다”며 “경찰 진술 시 해당 부분을 반드시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