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다움' 문제 삼자, 법원 "피해자다움 강요 말라"⋯12월 22일 한눈에 보는 판결
'피해자다움' 문제 삼자, 법원 "피해자다움 강요 말라"⋯12월 22일 한눈에 보는 판결

로톡뉴스가 12월 22일 판결 소식을 모아 전달해드립니다. /셔터스톡⋅ 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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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문신 시술을 배우던 미성년 제자를 성폭행한 30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5년이 지난 뒤 신고했지만, 법원은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더불어 아동 청소년 관련 기관 등 취업제한 8년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40시간도 함께 명령했다.
사건은 지난 2015년. 문신시술소를 운영하던 A씨는 자신에게 문신 시술을 배우던 피해자를 수차례 성폭행했다. 하지만, 피해자는 문신 시술을 허락해준 부모님을 향한 미안함 등 때문에 바로 신고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에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피해자는 결국 A씨를 고소했다. 법정에 서게 된 A씨는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금발로 염색도 하고, 화장도 진하게 하는 등 멋을 부리면서 잘 지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재판부는 "A씨 측 주장은 결국 피해자의 ‘피해자다움’ 부족을 지적하는 것"이라며 "범죄를 경험한 직후 피해자가 보이는 반응이나 대응 방법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핵심 피해사실에 대해 비교적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면서 "A씨는 진술 내용이 모순돼 일관되지 못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자가 A씨의 엄벌을 탄원하는 점을 고려했다"며 징역 7년을 선고한 배경을 밝혔다.

공공기관에서 성범죄를 당한 아르바이트생에게 가해 직원뿐만 아니라 해당 공공기관도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지난 2016년 7월, 서울의 한 공공기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피해자는 주말 근무를 지시받고 출근했다. 이후 함께 근무하던 직원 B씨가 피해자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쳤고, 재판에 넘겨졌다. 가해 직원 B씨는 대법원까지 재판을 끌고 갔으나 징역 1년 6개월형을 받았다.
당시 피해자는 해당 사건을 기관에 신고했으나, 담당 팀장은 "B씨가 처벌받으면 나도 불이익받는다"며 이를 무마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원래부터 목소리가 야했다"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기도 했다.
이에 피해자는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B씨와 해당 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했다.
해당 기관은 "범죄행위가 휴일에 단둘이 있을 때 발생했고, B씨의 개인적인 일탈에 불과해 사무집행과 관련성이 없다"고 했다. 민법 제756조 1항의 '사용자 책임'을 피하기 위한 주장이었다. 이 조항에 따르면, B씨를 고용한 공공기관은 업무 중 B씨가 일으킨 손해(피해자에 대한 성폭력)에 대한 책임이 발생한다.
재판을 맡은 서울동부지법 민사17단독 김유진 판사는 가해 직원 B씨와 해당 공공기관이 공동으로 2500만원을 위자료로 지급하라고 했다. 김 판사는 "사건 불법행위(성폭력)가 사무집행 자체로 볼 수는 없으나, △피해자가 실질적으로 B씨의 업무 지시를 받고 있었던 점 △비록 휴일이기는 하나 근무 장소에서 업무 수행 과정 중 발생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해당 공공기관은 성폭력 피해 예방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가해 직원을 해임 조치하는 등 감독상 주의 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했지만, 김 판사는 "상당한 주의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면제를 먹여 정신을 잃게 한 후 남편을 살해한 C씨에게 항소심에서도 무거운 형이 선고됐다. 광주고법 제2형사부(김무신 김동완 위광하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C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C씨는 지난 1월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에게 수면유도제를 먹여 잠들게 한 후 둔기로 남편의 머리를 가격, 끈으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이후 내연남에게 증거인멸을 부탁했다.
살해 현장을 감쪽같이 치운 C씨는 "남편이 욕실 앞에 쓰러져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타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경찰이 추궁을 이어가자 C씨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우발적으로 남편을 죽였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사건을 맡았던 1심 재판부는 C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C씨를 도와 증거를 인멸한 내연남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C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검찰 역시 C씨와 C씨 내연남의 "형이 가볍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22일, 광주고법에서 열린 2심. 재판부는 C씨의 '우발적 살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증거 등을 볼 때 피해자가 수면제의 영향 상태에서 살해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종합해보면 C씨가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먹인 시점부터 살해할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계획적인 범행이라는 취지의 판단이었다.
이어 재판부는 "C씨는 내연남을 시켜 증거를 은닉하고, 시신을 옮겨 범행장소도 훼손 하는 등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C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더불어 C씨 내연남에 대한 검찰의 항소도 기각하며 집행유예를 유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