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판사는 성범죄 저질러도 신상공개 안 된다?"…팩트체크 해봤더니
"의사, 판사는 성범죄 저질러도 신상공개 안 된다?"…팩트체크 해봤더니
직업 따른 면제 조항은 없어
법원의 '특별한 사정' 판단, 대중의 법 감정과 충돌하며 논란 키워

문제 의사는 137차례 불법촬영을 저질렀지만, 법원은 신상공개를 면제했다. /셔터스톡
'몰카 중독 의사, 137회 촬영. 법원, 의사 신분 고려 신상공개 불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진 한 방송 뉴스.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의사라는 신분 덕분에 신상공개를 피했다는 내용에, "의사, 판검사, 변호사는 성범죄를 저질러도 신상공개가 안 되는 거냐", "법 위에 특권층이 존재한다"는 분노 섞인 반응이 들끓었다. '성범죄 특권층'은 실재하는 것일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현행법 어디에도 의사, 변호사 등 특정 직업군을 성범죄자 신상공개 대상에서 제외하는 특혜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신상공개, '직업' 아닌 '재범 위험성'으로 결정
성범죄자의 신상공개 여부는 오직 법원의 판결로만 결정된다.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과 '청소년성보호법'에 따라 피고인의 직업이 무엇이든 관계없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
핵심 판단 기준은 바로 '재범의 위험성'이다. 재판부는 범행의 내용과 죄질, 범죄 전력, 나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 범죄자가 또다시 성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는가"를 판단한다. 이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될 때 비로소 공개명령을 내린다.
그렇다면 논란이 된 '의사'의 경우는 어떻게 된 것일까. 우리 법은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예외를 두는데, 법원은 바로 이 '특별한 사정'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판례들을 보면, 재판부는 주로 ▲성범죄 전과가 없는 초범인 경우 ▲범행을 뉘우치고 재범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을 '특별한 사정'으로 인정해 신상공개를 면제해 왔다.
논란이 된 의사 역시 '의사'라는 직업 그 자체가 아니라, 이러한 법적 기준에 따라 신상공개가 면제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복잡한 법원의 판결 이유를 '의사 신분 고려'라는 한마디로 압축하면서 오해를 불러일으킨 셈이다.
진짜 문제는 '법과 현실의 괴리'
'성범죄 특권층'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137차례나 불법 촬영을 저지른 범죄자의 '재범 위험성이 낮다'는 법원의 판단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분노의 본질은 없는 특혜를 향한 오해가 아니라, 법원의 판단과 국민의 법 감정 사이의 깊은 괴리감에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