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 홀린 '80% 할인'…'부장님 결제가 늦어져서' 핑계, 1천만원 사기극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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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 홀린 '80% 할인'…'부장님 결제가 늦어져서' 핑계, 1천만원 사기극 전말

2025. 09. 23 16:57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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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 거래로 신뢰 쌓아 거액 편취하는 '빌드업 사기' 전형…전문가 '신분증이 결정적 증거, 형사·민사 동시 대응해야'

A씨는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상품권 80% 할인 판매'라는 게시글을 보고 판매자에게 연락했다가 1천만원을 사기 당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부장님 결제'를 핑계로 6개월간 1천만 원을 가로챈 온라인 사기범이 '갭투자로 돈이 묶였다'고 실토하며 덜미를 잡혔다. 소액 거래로 신뢰를 쌓은 뒤 거액을 노리는 전형적인 '빌드업 사기' 수법에 평범한 직장인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부장님 결제' 핑계로 6개월... 10만원이 1천만원 되기까지


모든 비극의 시작은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상품권 80% 할인 판매'라는 파격적인 게시글이었다. 직장인 A씨는 시세보다 월등히 저렴한 가격에 이끌려 판매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자신을 '회사에서 상품권을 대량 거래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판매자는 결제 후 일주일 뒤 상품권을 보내주는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첫 거래는 10만 원 소액으로 이뤄졌다. 며칠 뒤, 판매자의 약속대로 상품권이 도착하자 A씨의 의심은 눈 녹듯 사라졌다. 경계심이 허물어진 A씨에게 판매자는 "또 물량이 나왔는데 사놓으실래요?"라며 달콤한 유혹의 손길을 뻗었다. 그렇게 거래 금액은 100만 원을 넘어 순식간에 1천만 원까지 불어났다.


6개월의 희망고문, 그리고 '갭투자' 고백


거액이 오간 뒤, 판매자의 태도는 돌변했다. 약속된 지급일이 되자 "회사 부장님이 결제를 안 올려준다",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변명이 꼬리를 물었다. A씨의 돈 1천만 원은 그렇게 묶였고, 상품권은 그림자조차 볼 수 없는 상태로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A씨가 "말이 앞뒤가 하나도 안 맞는다. 더는 못 참겠다, 고소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날리자, 판매자는 마침내 모든 것이 거짓이었음을 실토했다. 그는 "미안하다. 사실 갭투자를 한 것 때문에 돈이 묶였다. 차차 갚겠다"며 용서를 구했다. 6개월의 희망고문 끝에 남은 것은 1천만 원의 빚과 깊은 배신감뿐이었다.


사기꾼 잡을 '결정적 카드'... 전문가들이 본 반격의 열쇠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소액으로 신뢰를 얻은 뒤 거액을 편취하는 전형적인 온라인 사기 수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더신사 법무법인의 정찬 변호사는 "상품권을 제공할 것처럼 속여 돈을 받았다면 명백한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처음 일부를 지급했더라도 이후 지속적으로 돈을 받으며 지급을 미룬 점은 기망행위(상대방을 속이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A씨가 판매자의 신분증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결정적인 반격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소액으로 신뢰를 쌓은 뒤 금액을 키우는 것은 사기 범죄의 교과서적 수법"이라며 "피해자가 상대방의 신분증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피의자 특정에 매우 유리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내 돈 1천만원, 돌려받으려면? '형사·민사 투트랙' 전략


전문가들은 피해 회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동시에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권고했다. 우선 A씨가 가진 판매자와의 대화 기록, 송금 내역, 신분증 사본 등을 증거로 첨부해 경찰서에 사기죄로 신속히 고소장을 제출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형사 절차와 별개로, 피해 금액을 돌려받기 위한 민사적 조치도 병행해야 한다.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거나 민사 소송을 제기해 법적으로 채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김경태 변호사는 "가해자가 '갭투자가 있다'고 말한 것은 재산이 있다는 단서가 될 수 있다"며 "이를 근거로 가압류(재산을 임시로 묶어두는 조치)를 신청해두는 것이 향후 강제집행에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1천만 원은 연기처럼 사라졌지만, 사기꾼의 이름 석 자가 박힌 신분증은 A씨의 손에 남았다. 이제 지난 6개월의 희망고문을 끝내고, 법의 시간이 시작될 차례다. A씨의 눈물을 닦아줄 첫걸음은, 모든 증거를 담아 경찰서 민원실에 제출할 '고소장' 한 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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