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동인 줄 알았는데...구글 드라이브 정지에 '성범죄자' 위기
야동인 줄 알았는데...구글 드라이브 정지에 '성범죄자' 위기
호기심에 받은 압축파일, 클라우드 백업이 '아청물 소지' 혐의로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휴가 나온 군인이 인터넷 팝업창에서 내려받은 야동 압축파일. 확인도 못한 채 구글 드라이브에 백업했다가 계정이 정지되며 ‘아청물 소지’ 혐의로 수사받을 위기에 처했다. 전문가들은 “고의가 없었음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섣부른 자수보다 변호사와 먼저 상담하라”고 입을 모았다.
"야동인 줄 알았는데"...한순간에 닥친 '아청물 소지' 혐의
휴가를 나온 군인 A씨의 세상은 그저께 무너져 내렸다. 인터넷 서핑 중 우연히 뜬 팝업창에서 '야동 zip파일'을 내려받은 것이 시작이었다. 내용물이 궁금했지만, 때마침 아버지로부터 "핸드폰을 바꿔주겠다"며 집으로 오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A씨는 "아버지께서 엄하신 분이기에, 들키기에 겁이 났습니다"라며 당시의 다급했던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파일 내용을 확인도 못한 채 갤러리의 사진과 영상 전체를 구글 드라이브에 급하게 백업했다. 일단 위기를 모면하고 다음 날 파일을 정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A씨를 기다린 것은 구글 드라이브의 '계정 정지' 알림이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그는 자신의 상황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아청물) 소지 혐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끔찍한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평소 미성년자 관련 콘텐츠에는 관심도 없었고, 그런 내용이 있었다면 바로 삭제했을 것"이라며 "유포할 의도도 절대 없었다"고 호소했다. 사회초년생이자 군인 신분인 그는 한순간에 '성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였다.

[수사관 출신 변호사의 진술 전략, 불기소 사례 확인하기]
구글의 'AI 감시'...계정 정지는 수사의 신호탄인가?
A씨의 구글 계정 정지는 단순한 플랫폼의 제재가 아닐 수 있다. 정찬 변호사는 "계정이 정지됐다면, 구글이 불법 자료를 AI로 탐지 후 정부기관(경찰)에 정보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구글과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은 아동 성착취물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의심 파일을 탐지해 미국 국립실종착취아동센터(NCMEC) 등을 통해 각국 수사기관에 신고한다.
법적으로 '소지'의 개념은 매우 엄격하다. 정 변호사는 "실제로 핸드폰 또는 클라우드(구글 드라이브)에 불법파일이 1분만 존재해도 소지죄가 성립합니다"라고 경고했다. A씨처럼 내용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잠시 백업한 행위조차 법의 심판대에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계정 정지가 곧바로 수사 착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김대희 변호사는 "구글 드라이브 측에서 정지했다고 하더라도 바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기에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라며 섣부른 예단을 경계했다. 먼저 구글 측에 정확한 계정 정지 사유를 확인하는 것이 순서라는 조언이다.
"섣부른 자수는 위험"...변호사들이 말하는 '골든타임' 대응법
A씨처럼 절박한 상황에 처하면 '자수해서 광명 찾자'는 생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다. 성현상 변호사는 "바로 자수할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선을 그었고, 정찬 변호사 역시 "단독 자수는 위험할 수 있으니 반드시 변호사를 통해 준비·진술하라"고 강조했다.
수사기관이 범죄를 인지하기 전의 자수와 달리, 이미 구글의 신고로 내사가 진행 중일 수 있는 상황에서의 자수는 효과가 제한적이고 오히려 불리한 진술을 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첫 번째 대응 원칙은 '신속한 법률 상담'이다. 성범죄는 '고의성' 입증 여부가 처벌을 가르는 핵심이다. 백창협 변호사는 "모음 파일의 제목이 무엇이었는지 등 고의성을 다툴 수 있는지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A씨의 경우 '우연히 다운로드했고, 내용을 확인할 겨를 없이 급하게 백업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만약의 수사에 대비한 증거 확보도 중요하다. 박상우 변호사는 "본인의 기기에서 다운로드된 압축 파일과 압축 해제된 데이터를 완전히 삭제하시기 바랍니다. 삭제 기록은 스크린샷으로 보관하시면 향후 무혐의 입증에 도움이 됩니다"라고 조언했다.
성현상 변호사 역시 "수사 첫 진술이 중요하다"며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초기 대응에 나설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군인 신분이라고 해서 가중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유죄 판결 시 신상정보 등록, 취업제한 등 사회적 불이익이 막대한 만큼 '골든타임' 내의 전략적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