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기각 후 풀려난 유괴 미수범, 불안에 떠는 부모들 "이대로 끝인가"
영장 기각 후 풀려난 유괴 미수범, 불안에 떠는 부모들 "이대로 끝인가"
서대문구 초등학생 유괴 미수 사건
법원 결정에 '호루라기' 드는 부모들

서대문 초등생 유괴미수 일당, 영장실질심사 /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유괴 미수 사건의 피의자들이 구속영장 기각으로 풀려났다.
법원이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특히 "판사들도 자녀가 다 컸나 보다"라는 날 선 비판이 쏟아지며, 사법부의 판단과 시민들의 정서 간 괴리가 드러나고 있다.
자녀 안전에 '빨간불', 학원으로 내몰리는 아이들
이번 사건은 자녀 안전에 대한 부모들의 현실적인 불안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마포구에 사는 워킹맘 이양원 씨는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 근처에서 사건이 터지자 곧바로 호루라기를 구매해 아이 가방에 넣어줬다.
이 씨는 "안전 교육을 계속하지만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다"고 했다.
이 씨의 불안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맘카페'에는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아이 안전을 위해 호신용품을 찾는 학부모들이 늘면서 온라인 쇼핑몰에서 호루라기, 경보기, 후추 스프레이 등의 매출이 급증했다.
아이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위치 추적' 앱은 5,000만 회 이상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아이 하교를 픽업해 집까지 데려다주는 사교육 업체에 대한 문의도 폭증했다. 경기 하남시에 사는 또 다른 워킹맘 이모 씨는 월 90만 원에 달하는 사교육비가 부담되지만 아이 안전을 위해 태권도, 영어, 피아노 학원에 아들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구속 기각은 무죄가 아니다" 경찰의 반격
유괴 미수범들이 풀려난 뒤 학부모들의 불안이 확산되자, 경찰은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분석하며 영장 재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구속영장 기각은 곧 무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찰은 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하고 필요한 보완 조사를 실시한 후 신중하게 재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규정(인권보호수사규칙 제21조)에 따라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피의자들의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작업을 통해 이들이 누군가의 지시를 받았는지, 조직적으로 범행을 모의했는지 등을 보강 수사할 방침이다.
미성년자 약취·유인 범죄는 2020년 158건에서 지난해 316건으로 4년 만에 2배나 증가했다. 이에 재범 방지를 위한 강력한 조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사법부의 선택: "풀어준 법관, 책임지나"
이번 사건은 "영장을 기각해서 풀려난 피의자가 또 범죄를 저지르면 이 일당을 풀어준 법관은 책임을 지나"라는 사회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법률 전문가에 따르면, 법관은 사법 독립성 원칙에 따라 영장 기각과 같은 재판상 판단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영장 심사 당시 제출된 증거만으로 판단을 내린 것이므로, 이후에 발생한 사건까지 예측하고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법관의 결정과 피의자의 재범 행위 사이에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다.
법관에게 모든 가능성에 대한 책임을 지운다면 소신 있는 판결을 내리기 어려워지고, 이는 오히려 무분별한 구속으로 이어져 인권 침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대중의 시각과 법적 원칙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
한편, 법원은 영장 기각 후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에 대비한 법적 장치를 두고 있다. 만약 풀려난 피의자가 피해자나 그 가족에게 보복 목적으로 추가 범죄를 저지르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반 범죄보다 훨씬 무겁게 처벌될 수 있다.
경찰의 보강 수사와 더불어, 법원의 현명한 판단이 학부모들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지, 그리고 우리 사회가 아동 안전망을 어떻게 구축해 나갈지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