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다더니 친척에 집 팔았다" 세입자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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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다더니 친척에 집 팔았다" 세입자의 절규

2026. 02. 13 09:36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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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 앞두고 무단 근저당, '꼼수 매매'까지…보증금은 누구에게?

전세 만기일에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고 몰래 근저당까지 설정한 집주인 때문에 세입자가 위기에 처했다. / AI 생성 이미지

전세계약 만료일에 맞춰 새 아파트 매매 계약까지 마쳤지만, 집주인은 "돈이 없다"며 말을 바꿨다. 급기야 "친척에게 집을 팔았다"며 보증금 반환을 미루고, 계약서상 약속을 어기고 몰래 설정한 근저당까지 발견됐다.


새 출발의 꿈이 산산조각 날 위기에 처한 세입자, 과연 보증금을 무사히 돌려받고 손해배상까지 받을 수 있을까? 법률 전문가들의 진단을 짚어봤다.


"선순위 유지 약속" 믿었는데…뒤통수 친 집주인의 계약 위반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세입자 A씨는 2024년 2월, 2년짜리 전세계약을 맺었다. 내 집 마련 계획에 따라 계약 만기 두 달여 전인 2025년 12월, 집주인에게 계약 종료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고 "알겠다"는 답변도 받았다.


하지만 약속과 달리 집주인은 부동산에 집을 내놓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 A씨가 "새 집 매매 계약을 해서 만기일에 꼭 나가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자, 집주인은 돌연 "만기에 보증금을 줄 수 없으니, 두세 달 연장하라"는 일방적 통보를 해왔다.


황당한 마음에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A씨는 더 큰 충격에 빠졌다. 집주인이 A씨에게 아무런 통보 없이 2024년 10월과 2025년 12월, 두 차례나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계약서에는 "임대인은 계약기간 만료일까지 임차인 선순위 유지를 위해 각종 제한물권을 설정하지 않기로 한다"는 특약이 명시돼 있었다. 명백한 계약 위반이었다.


A씨가 내용증명을 보내 항의하자, 집주인은 "친척에게 집을 팔았다. 3월 중순에나 보증금을 주겠다"는 황당한 답변만 내놨다.


보증금 지키는 첫 단추, '임차권등기'…"불이익 없는 안전장치"


보증금 반환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법률 전문가들은 만장일치로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을 최우선 조치로 꼽았다. 임차권등기명령이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사를 가더라도 대항력(집주인이 바뀌어도 세입자의 권리를 주장할 힘)과 우선변제권(경매 시 보증금을 먼저 돌려받을 권리)을 유지해주는 법적 장치다.


한병철 변호사(법무법인 대한중앙)는 "만기 후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으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은 정당한 권리보전 수단이며, 이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임차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습니다"라며 "오히려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한 채 이사할 수 있어 실무상 필수 절차에 가깝습니다"라고 강조했다.


홍윤석 변호사(제로변호사) 역시 "만기 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할 경우, 임차권등기명령은 HUG 보증보험 이행청구를 위한 필수 요건입니다. 등기를 한다고 해서 의뢰인에게 불리한 사항은 없으며, 오히려 이사를 가더라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시켜 주는 안전장치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손해배상, 어디까지 가능?…'바뀐 집주인 vs 옛 집주인' 책임 소재는


그렇다면 A씨가 입은 각종 손해는 누구에게, 어디까지 청구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보증금 반환 책임과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선 '보증금 반환 의무'는 집을 새로 산 사람에게 넘어가는 것이 원칙이다. 김강희 변호사(법무법인 도모)는 "보증금 반환채무는 원칙적으로 계약 당시 임대인이 부담하며, 임대차 기간 중 소유자가 변경되더라도 새로운 소유자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합니다. 따라서 보증금 반환청구는 현 소유자에게 행사하는 것이 일반적 구조입니다"라고 밝혔다.


반면, 계약을 위반한 행위에 대한 책임은 '옛 집주인'에게 물어야 한다. 특히 A씨의 계약서에는 '제한물권 설정 금지' 특약과 위반 시 '계약금을 손해배상 기준으로 본다'는 조항이 있다.


이에 대해 채한규 변호사(법률사무소 상산)는 "선순위 유지를 위해 제한물권을 설정하지 않기로 한 특약이 있음에도 임대인이 2024년 10월과 2025년 12월에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은 명백한 계약위반입니다. 계약서에 불이행 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계약금을 손해배상의 기준으로 본다는 약정이 있으므로, 최소한 계약금 상당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라고 분석했다.


보증금 미반환으로 A씨의 새 아파트 매매 계약이 파기될 경우 발생하는 손해(위약금 등)는 어떨까. 이충호 변호사(HB & Partners)는 "A씨가 전세 만기에 맞춰 이사를 가야 한다는 사정과 매매계약 체결 사실을 임대인에게 미리 통지했으므로, 보증금 반환 지체로 인해 해당 매매계약이 파기되어 발생하는 위약금 등의 손해는 민법상 '특별손해'로서 청구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승계 거부' 카드도 고려…전략적 대응이 중요


특히 전문가들은 '임대인 지위 승계 거부'라는 전략적 선택지도 제시했다. 집주인이 바뀌었을 때, 세입자가 이를 원치 않으면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해 새 집주인에게 임대차 관계가 넘어가는 것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충호 변호사(HB & Partners)는 "임차인이 임대인의 지위 승계를 원하지 않는다면, 양도 사실을 안 날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하여 승계를 거부하고 기존 집주인에게 보증금 반환 및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라며 "A씨의 경우 특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으므로, 자력이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새 집주인보다는 귀책사유가 명확한 기존 집주인에게 청구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결국 A씨는 임차권등기명령으로 권리를 확보한 뒤, 보증금은 새 집주인에게,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은 옛 집주인에게 청구하거나, 혹은 승계를 거부하고 모든 책임을 옛 집주인에게 묻는 복합적인 법적 대응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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