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아주고 식당 차리게 도왔더니 '이혼하자'는 남편…재산 빼돌리는 것 같은데 방법 없나?
빚 갚아주고 식당 차리게 도왔더니 '이혼하자'는 남편…재산 빼돌리는 것 같은데 방법 없나?
부모님이 사준 집에 살면서 몰래 대출 갚고 주식 투자…변호사들 "재산부터 묶어야"

결혼 전 남편 빚까지 갚아주며 헌신한 아내는 출산 후 남편과 시댁의 폭언과 이혼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A씨는 남편 B씨의 2000만원대 카드빚을 갚아주고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A씨 부모님이 사준 집과 차로 신혼을 시작했고, B씨가 1년간 무직일 때도 A씨가 생활비를 벌었다. 하지만 13개월 된 아이를 낳자 남편과 시댁의 태도는 180도 돌변했다.
최근 작은 중식당을 차려 운영하게 된 B씨는 장사가 잘되기 시작하자 A씨에게 언어폭력과 정서적 학대를 가하며, 이혼을 무기처럼 사용했다. 심지어 B씨는 A씨와 상의도 없이 대출을 갚거나 몰래 주식 투자를 하는 등 재산을 빼돌리는 듯한 정황까지 보였다.
A씨는 현재 경제적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어, B씨의 이혼 요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할까 두려운 상황이다. A씨는 남편의 재산 은닉을 막고 정당한 권리를 찾을 수 있을까?
"인생 갱생시켜줬더니"…출산 후 돌변한 남편과 시댁
A씨는 연애 시절부터 남편 B씨의 2000만원대 카드빚을 갚아주며 경제적 뒷받침을 했다. 결혼 후에도 A씨 부모님이 마련해준 집과 차로 생활 기반을 닦았고, B씨가 1년간 직업이 없을 때도 A씨 혼자 일하며 생계를 책임졌다. B씨는 A씨가 주는 용돈으로 생활하며 게임을 했다.
B씨가 취직하고 A씨가 임신했을 때만 해도 남편과 시댁은 극진했다. 하지만 A씨가 아이를 낳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B씨는 끊임없는 언어폭력과 정서적 학대로 A씨를 괴롭혔고, 시어머니는 A씨의 친정어머니에게까지 연락해 고통을 줬다.
A씨의 도움으로 작은 중식당을 열어 경제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B씨는 이제 이혼 이야기를 꺼내며 A씨를 압박하고 있다. A씨는 B씨가 이혼 시 재산분할을 피하기 위해 현금성 자산을 대출 상환이나 주식 투자로 돌리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변호사들 "재산 은닉 막는 게 급선무…가압류·가처분부터 신청해야"
변호사들은 A씨의 사례에서 가장 시급한 조치로 '재산 보전'을 꼽았다. 이혼 소송 전에 상대방이 재산을 처분하거나 숨기면 분할할 재산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규희 변호사는 "재산 은닉을 막는 것이 급선무"라며 "남편의 식당 매출이나 개인 재산에 대해 가압류 또는 가처분 조치를 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 역시 "남편 명의 재산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하면 임의 처분을 막을 수 있다"며 "소송 전에도 신청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만약 남편이 이미 재산을 처분했더라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제이디종합법률사무소 전종득 변호사는 "남편이 공동재산을 임의 처분했다면, 실제로 빼돌렸더라도 보유한 것으로 보아 분할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KB 김태안 변호사도 "법원의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으로 과거 거래 내역을 추적해 재산분할 대상에 모두 포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모님이 사준 집과 차, '내 몫'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재산분할에서 A씨의 기여도는 높게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A씨 부모님이 마련해준 집과 차는 재산분할에서 A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핵심 자산이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질문자 부모님이 마련해준 집과 차가 질문자 명의이고 증여받은 재산이라면 원칙적으로 특유재산(부부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 및 상속·증여로 취득한 재산)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지만, 상대방이 그 재산을 유지·증가시키는 데 기여했다면 일부 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
탄탄 이수천 변호사는 "친정에서 마련해 준 집과 차량은 매우 중요하다"며 "취득 시기와 자금 출처에 따라 특유재산 여부와 남편의 기여도가 달라지며, 남편의 분할 비율을 낮추는 중요한 사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남편의 빚을 갚아주고 무직 기간 생계를 책임진 점 역시 A씨의 기여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는 "남편의 빚을 갚아주고 식당 개업의 기틀을 마련해 주신 점 역시 높은 기여도로 인정받을 수 있으니 관련 금융 거래 내역을 수집해 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폭언·정서적 학대, 녹음해두면 위자료 청구 가능
남편과 시댁의 부당한 대우는 재판상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으며, 위자료 청구의 근거가 된다.
법무법인 헌정 송인혁 변호사는 "배우자 및 직계존속으로부터 받은 언어폭력과 정서적 학대는 민법이 정한 명백한 재판상 이혼 사유이며, 이에 따른 위자료 청구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증거 확보가 필수적이다. 법무법인 (유) 에스제이파트너스 윤승진 변호사는 "남편의 폭언 녹음, 시어머니의 친정 괴롭힘 문자, 정신과 진료 기록은 위자료 청구의 핵심 증거"라고 강조했다.
변호사들은 소송을 원치 않더라도 증거를 수집하고 재산을 파악하는 등 소송에 준하는 준비를 해야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고 봤다.
법률사무소 가호 이진채 변호사는 "위자료나 재산분할이 주된 쟁점인 경우, 처음부터 재판상 이혼을 선택했다면 한 번의 절차로 모든 쟁점을 끝낼 수 있다"며 전략적 접근의 중요성을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