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사망 후 남겨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구제 방안은?
가해자 사망 후 남겨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구제 방안은?
형사처벌 '공소권 없음' 종결…전문가들 '상속인 상대 민사소송·국가 지원'으로 피해 구제 길 열려 있어

가해자 사망으로 형사처벌이 불가능해도 불법 영상 유포 피해는 계속된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가해자는 죽었지만 고통은 현재진행형…'공소권 없음' 뒤에 남겨진 피해자들
“가해자는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 제 영상은 인터넷에 계속 떠돌고 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A씨의 절규는 가해자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 고통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경찰 수사 중 가해자가 사망하며 형사 처벌의 길은 막혔지만, 온라인에 낙인처럼 남은 불법 영상은 피해자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공소권 없음'의 벽, 닫혀버린 형사의 문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가 사망하면 국가는 더 이상 그 죄를 물을 수 없다. 이를 ‘공소권 없음’ 처분이라고 한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는 “피의자가 사망하면 처벌 대상이 사라졌으므로 수사는 종료되고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된다”고 설명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른 이 절차에 따라, 경찰은 A씨에게도 “사건을 종결해야 할 것 같다”고 통보했다. 범죄를 단죄할 형사 절차의 문은 가해자의 죽음과 함께 굳게 닫힌 셈이다.
범인은 사라졌지만 영상은 떠돈다
A씨를 더욱 절망하게 하는 것은 끝나지 않는 2차 피해다. 그는 “제 영상은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가해자의 컴퓨터와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이 진행되더라도, 이미 사망한 그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는 불가능하다.
이루리 법률사무소의 이루리 변호사는 “불법 영상 유포는 피해자의 명예와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며 “가해자가 없어도 영상 유포 자체가 또 다른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형사처벌 막혔다면 민사로…'상속인'에게 책임 묻는다
형사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모든 구제 절차가 막힌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민사 소송’이라는 또 다른 길을 제시한다.
법률사무소 조이의 윤관열 변호사는 “가해자가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은 상속인에게 승계될 수 있다”며 “가해자의 유산을 상속받은 가족에게 정신적·물질적 피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면 책임을 묻기 어려워지는 한계도 존재한다.
국가가 나설 차례…'영상 삭제'와 '피해 구제' 두 개의 축
당장 시급한 불법 영상 확산을 막고 실질적인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국가 지원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두 가지 핵심적인 국가 지원책을 제시했다. 그는 “우선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통해 온라인에 유포된 영상을 삭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하며, “가해자에게 직접 배상을 받기 어려운 경우, 국가의 ‘범죄피해자 구조금’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고 설명했다. 범죄피해자 구조금은 범죄로 생명·신체에 피해를 본 국민에게 국가가 구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법률사무소 니케 이현권 변호사 역시 “범죄피해자 보호법에 따른 다양한 보상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며 국가 지원의 중요성을 뒷받침했다. 이는 피해자가 단편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법이 보장하는 구제 절차 전반을 폭넓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다.
“홀로 싸우지 마세요”…형사 종결은 끝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가해자의 사망은 형사 사건의 종결일 뿐, 피해자 권리의 소멸을 의미하지 않는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온라인 플랫폼에 지속적으로 삭제를 요청하고, 추가 유포자를 추적하는 등 적극적인 법적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홀로 고통을 감내하지 말고, 민사 소송과 국가 지원 제도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일상을 되찾기 위한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