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외도 각서', 법적 효력 있을까? 10인의 변호사 정밀 분석
결혼 전 '외도 각서', 법적 효력 있을까? 10인의 변호사 정밀 분석
'다시 바람피면 1억' 약속, 법원은 어디까지 인정해줄까?

예비 신랑의 외도에 대비한 '위자료 각서'는 법적 효력이 있지만, 약속된 금액 전액이 인정되지는 않을 수 있다. /AI 생성 이미지
결혼식을 코앞에 두고 예비 신랑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A씨. 심지어 상간녀로부터 직접 폭로 연락까지 받았다.
배신감 속에서도 관계를 이어가기로 한 A씨는 '재발 시 위자료 지급' 각서를 안전장치로 삼고 싶다. 과연 이 각서는 미래를 지켜줄 법적 방패가 될 수 있을까.
10명의 변호사가 외도 각서의 효력과 한계, 그리고 상간녀 소송의 쟁점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재발 시 1억' 각서, 효력 있지만 '금액'이 관건
“외도 관련 내용으로 각서 작성 시 차후 법적으로 유리한 판결을 낼 수 있는지” 묻는 A씨의 질문에 변호사들은 “효력이 있다”고 답하면서도, 중요한 전제 조건을 달았다.
법무법인 도모 김상훈 변호사는 "각서는 장래의 부정행위에 대한 위약금 약정으로서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약속한 금액이 전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위약금이 과도할 경우 법원이 감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희원 변호사는 "금액이 과도(ex. 향후 1회 외도 발각 시 1억 지급)하면 감액될 수 있으며, 일부 무효(위약벌)가 될 수 있으므로, 적정선에서 작성하시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위약벌'이란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벌칙으로 내기로 한 돈을 의미한다. 즉, 각서는 "재산을 미리 빼앗아두는 문서가 아니라, 향후 이혼·위자료 소송에서 외도 사실 인정, 재발 시 책임 인정, 증거자료로 의미가 크다"는 것이 법무법인 창세 김정묵 변호사의 설명이다.
'공증'은 만능 열쇠?…집행력에 대한 엇갈린 시선
각서의 효력을 높이기 위해 흔히 거론되는 '공증'에 대해서는 변호사들의 의견이 미묘하게 엇갈렸다.
공증의 실효성을 강조하는 측은 '집행력'을 꼽았다. 법무법인 한강 파트너스 한솔 변호사는 "공증을 받으면 집행력이 생겨 상대방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별도 소송 없이 강제집행이 가능하므로, 가능하다면 공증까지 받아두시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 역시 "공증을 받으면 나중에 집행권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실효성이 높아지고, 이혼 소송에서도 유책 배우자임을 입증하는 유력한 자료가 됩니다"라며 공증의 가치를 인정했다.
하지만 이것이 만능은 아니라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공증은 강제집행을 위해 진행하는데, 사실 해당 문서는 상대방이 부인하면 강제집행 효력은 없으므로 공증을 하실 필요까지는 없어 보인다"는 실무적 의견을 냈다.
김정묵 변호사 또한 "공증을 받으면 작성 사실과 진정성은 강해지지만, 장래 외도 발생 시 곧바로 강제집행까지 된다고 단정하긴 어렵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즉 공증은 문서의 존재와 작성 사실을 강력하게 증명하지만, 각서 내용 이행을 자동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가장 큰 쟁점 '혼인신고 전'…상간녀 소송의 조건
A씨의 사례에서 가장 복잡한 부분은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약혼 관계'라는 점이다.
법무법인 태림 오상원 변호사는 "결혼 전 외도와 결혼 후 외도는 법적으로 구분됩니다. 현재는 아직 혼인 전이므로 일반적인 상간소송처럼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보기 어렵고, 약혼 파탄이나 혼인 준비 과정에서의 손해배상 문제로 접근해야 합니다"라고 핵심을 짚었다.
즉, 법률혼 부부에게 인정되는 상간자 소송과는 법적 접근이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송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법무법인 에스 조수영 변호사는 "상간녀에 대해서는 아직 법률혼 전이라는 점이 쟁점입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다만 상대 여성이 결혼 예정 사실을 알면서도 부정한 관계를 지속했다면, 손해배상청구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결국 '상간녀가 약혼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를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 지점에서 한솔 변호사는 "상간녀가 먼저 연락해온 정황 자체가 관계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근거가 될 수 있으므로, 해당 연락 내역은 잘 보관해두시기 바랍니다"라고 조언했다.
상간녀의 폭로가 오히려 자신의 불법 행위를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