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넷인데, 혼자서 조부모 모신 손녀…부양료 청구될까?
자식이 넷인데, 혼자서 조부모 모신 손녀…부양료 청구될까?
변호사들 "부양 의무자 여럿이라면, 부양료 책임 나누도록 할 수 있어"
단, 경제적 여건 따라 부양책임 달라질 수는 있다

10년 넘게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생계를 홀로 책임져 온 손녀 A씨. 친자녀가 넷이나 있었지만 아무 도움도 주지 않고 있다. 직계 자녀인 삼촌과 고모들에게 부양책임을 짊어지게 할 수 있을까?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생계를 책임지는 건 손녀 A씨였다. 어릴 적 부모님을 여읜 A씨를 도맡아 길러주셨기에, 그 사랑에 보답하려는 마음에서였다. 그렇게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A씨는 월세와 각종 생활비는 물론, 두 분의 병원비까지 홀로 책임져왔다.
하지만 혼자만의 힘으론 점차 쇠약해져 가는 두 분의 생계를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친자녀(A씨의 삼촌과 고모)들이 넷이나 있었지만 아무 도움도 주지 않고 있다. "당연히 A가 모시겠지"라는 태도다.
A씨는 앞으로도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계속 부양할 생각이지만, 직계 자녀인 삼촌과 고모들 또한 부양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법적으로 그들에게 부양책임을 짊어지게 할 수 있을까?
사연을 접한 변호사들은 "A씨가 생각한 대로 부양료 청구가 가능하다"고 했다. A씨가 삼촌과 고모들을 상대로 부양료를 나눠서 부담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현 법률사무소의 송인욱 변호사는 "우리 민법 제974조에 따르면, 손녀에게도 조부모에 대한 부양 의무가 있는 건 맞는다"면서 "다만 이 사건처럼 부양 의무가 여러 사람에게 있는 경우라면, 그중 홀로 의무를 이행한 사람이 다른 부양 의무자들을 상대로 부양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법무법인 백일의 이용수 변호사도 "A씨가 조부모와 어려서부터 생계를 함께한 손자녀라고 하더라도, 자녀들의 부양 의무가 우선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이 변호사는 "A씨가 앞으로 발생할 부양료뿐 아니라, 과거에 부담했던 부양료도 청구가 가능하다"며 "삼촌과 고모 모두에 대해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정확한 부양료 청구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 과거 부양료까지 청구하게 된다면 "시효중단 조치를 취해 둘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변호사들은 "자녀가 부모를 부양할 의무는 각자가 처한 경제적 능력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A씨가 부양료 분담을 청구할 수는 있지만, 삼촌과 고모의 경제력이나 제반 상황에 따라 의무가 줄거나 늘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한 근거는 민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 민법은 부모와 미성년 자녀, 부부 사이는 경제적 능력과 무관하게 무조건적인 부양 의무가 있다고 본다. 이른바 1차적 부양 의무다.
반면, 성인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는 의무 등은 2차적 의무다. 이때는 부양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경제적으로 도움이 필요하고, 부양 의무자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의무가 인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