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넘어간 내 전셋집, '퇴거확약서' 써줘도 될까?
경매 넘어간 내 전셋집, '퇴거확약서' 써줘도 될까?
집주인의 LH 매각 제안…섣부른 서명은 '독'

경매에 넘어간 집의 임차인에게 집주인이 '퇴거확약서'를 요구하더라도 서명할 법적 의무는 없다. / AI 생성 이미지
집이 경매에 넘어갔는데 집주인이 LH 공공매입을 위해 '퇴거확약서'를 요구했다. 보증금 1천만 원을 돌려준다지만 당장 이사 갈 돈도 없는 상황.
섣불리 서명했다간 보증금도 못 받고 쫓겨날 수 있다는 변호사들의 경고가 나왔다.
"써줄 의무 없다"…내 법적 권리부터 확인해야
보증금 1천만 원에 서울 소재 주택에 거주 중인 A씨. 2024년 4월 1년 계약 후 묵시적 갱신으로 살던 중, 지난해 10월 집이 경매에 넘어간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법원에 배당요구(경매 대금에서 보증금을 달라고 신청하는 절차)까지 마친 A씨에게 최근 집주인이 "LH 공공매입을 위해 보증금 반환을 전제로 퇴거확약서를 써 달라"고 연락해 왔다. 하지만 목돈이 없어 당장 이사가 어려운 A씨의 마음은 타들어 가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집주인의 요구에 응할 법적 의무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A씨는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모두 갖췄고, 법원에 배당요구까지 마쳤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게이트 정덕 변호사는 "퇴거확약서는 법적 의무가 아니라 임대인 또는 매수인(LH) 측의 요청에 따른 임차인의 임의 의사표시일 뿐이므로, 반드시 응할 필요는 없습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 역시 "질문자님이 퇴거확약서 작성을 거부한다고 해서 바로 불법 점유가 되거나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설명했다.
약속 어기면 '손해배상' 청구…섣부른 서명의 대가
만약 집주인의 사정을 봐줘 섣불리 확약서에 서명하면 어떻게 될까. 변호사들은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확약서에 적힌 퇴거 날짜는 법적 구속력을 갖는 '약속'이 되기 때문이다.
더신사 법무법인 남희수 변호사는 "퇴거확약서를 작성하면 약정한 날짜에 퇴거해야 할 법적 의무가 발생합니다"라며 "보증금을 받더라도 이사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퇴거 기한을 어기면 임대인 또는 LH로부터 손해배상 청구를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새올법률사무소 강원모 변호사는 더 나아가 "공증(강제집행 승낙 포함) 형태로 진행되면 재판 없이도 집행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집니다"라고 경고했다. 보증금을 돌려받기도 전에 쫓겨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조건' 없으면 사인 금물…안전장치 3가지
그렇다면 집주인과 원만하게 합의할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확약서를 쓰게 되더라도 반드시 '안전장치'를 걸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핵심은 보증금 반환과 퇴거를 철저히 맞바꾸는 것이다.
변호사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조건은 세 가지다.
첫째, '보증금 1,000만 원 전액을 반환받는 조건으로' 퇴거한다는 점을 명시해야 한다.
둘째, '보증금 수령 후 최소 2~3개월'처럼 충분한 이사 준비 기간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보증금이 약속된 날짜에 지급되지 않으면 확약서는 효력을 잃는다'는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
이푸름 법률사무소 이푸름 변호사는 "질문자님께서는 우선 보증금 전액의 실제 지급과 퇴거 시점을 반드시 동시이행 관계로 기재하셔야 하고, 최소 1~2개월 이상의 이사 준비기간을 조건으로 명확히 요구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뉴로이어 법률사무소 최동준 변호사 역시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여 계약서 작성 및 협의 과정을 점검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라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