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을 기회 있었는데…변호사가 지적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문제점
막을 기회 있었는데…변호사가 지적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문제점
지난해 10월, 구속영장 기각된 뒤 불구속 재판⋯선고 하루 전 살인
"스토킹 혐의로 추가 기소했을 때, 구속영장 다시 청구했다면 좋았을 것"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역무원을 살해한 사건에 대해 "지난해 10월,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게 문제"라는 비판이 거세다. 변호사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연합뉴스·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그때 구속만 됐어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역무원을 살해한 사건에 대해 국민의 공분이 거세다. 특히 지난해 10월, 법원에서 가해자 A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에 대해 비판이 크다. 당시 A씨는 불법촬영 등 혐의로 수사를 받으며 구속의 갈림길에 섰는데, 이때 구속이 됐다면 이번 살인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한동훈 법무부장관도 현장을 직접 찾아 "국가가 피해자를 지켜주지 못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할 당시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사유를 들었다. 이는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법원이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는 사유는 크게 세 가지다(제70조).
①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②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③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최근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10대 여학생을 납치하려고 한 40대 남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법원은 "가해자가 도주할 우려 등이 없다"는 이유에서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피해자 보호에 대한 고려 없는, 형식적 판단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직 변호사들 역시 "의아하다"라는 반응이다.

법무법인 시우의 채다은 변호사는 "법원에서도 증거기록 등을 면밀히 살펴 판단했겠지만, (실무 경험상) 구속 영장을 기각한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검찰이 징역 9년을 구형했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밝혔다. 구형(求刑)은 형사 재판에서 검사가 "피고인에게 이런 형벌을 선고해달라"고 요구하는 절차다.
채 변호사는 "(물론 사건이 병합된 것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9년을 구형할 정도였다면 사안이 중대했을 것"이라며 "실형 선고를 피하기 어려운 사건으로 예상된다면 도주의 우려(③)가 있다고 보고, 수사 초기 단계부터 구속시키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통계 역시 이러한 의견을 뒷받침한다. '2021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2020년 한 해 동안 청구된 구속영장은 총 2만 5777건이었다. 이 중 82%인 2만 1141건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5건 중 약 4건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통계에 비춰봤을 때도 이례적인 기각이었던 셈이다.
다만, 로엘법무법인의 권태균 변호사는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보다, 스토킹 혐의가 추가됐을 때 수사기관에서 추가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은 게 더욱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불법촬영 혐의에 대해 영장을 기각할 땐 법원에서도 A씨에게 합의와 사과를 위해 노력할 기회를 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구속의 기로에서 풀려난 A씨는 합의를 빌미로 피해자에게 스토킹 행위를 지속했다.
현재까지 나온 보도를 종합하면, A씨는 "내 인생 망치고 싶냐, 합의하자", "원하는 조건이 뭐냐. 다 맞춰주겠다"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수십 차례 보냈다. 이를 견디다 못한 피해자가 결국 지난 1월 A씨를 스토킹 혐의로 추가 고소했지만, 경찰은 스토킹 혐의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권 변호사는 "혐의가 추가됐을 때 경찰이든, 검찰이든 법원에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추가 조치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이러한 조치 없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한 게 이번 스토킹 살인 사건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권 변호사는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