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외주인 줄 알았는데”… 불법도박 ‘자동 배팅’ 프로그램 개발자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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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외주인 줄 알았는데”… 불법도박 ‘자동 배팅’ 프로그램 개발자의 눈물

2025. 11. 28 10:36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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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인 줄 알고도 ‘배팅 시간 단축’ 프로그램 개발 시 도박방조죄·공동정범 처벌 가능성 높아… 법원도 실형 선고

불법 도박에 사용될 것을 알고 자동 배팅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도박방조죄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코딩만 했을 뿐인데 '도박 공범'… 자동 배팅 프로그램 개발자의 눈물


고액 외주 제안에 솔깃했던 한 개발자의 절박한 질문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궜다. '불법 도박에 쓰일 걸 알지만, 배팅 시간을 줄여주는 프로그램을 외주 개발해주면 저도 처벌받나요?'


도박 사이트를 직접 운영하거나 확률을 조작하는 것도 아닌, 그저 이용자의 편의를 돕는 ‘도구’를 만들어주는 행위. 과연 안전한 부업일까. 법률 전문가들은 “범죄의 핵심 고리가 될 수 있다”며 강력한 경고등을 켰다.


당신은 공범입니다… 변호사 8명 중 7명의 섬뜩한 경고


개발자의 질문에 대해 변호사 대다수는 ‘매우 위험하다’는 일치된 의견을 내놓았다. 법무법인 창세의 박영재 변호사는 “프로그램이 불법 도박 행위의 편의를 제공하거나 이를 용이하게 하는 기능을 갖춘 경우, 개발·제공 행위는 도박 개입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배팅 효율을 높이는 것 자체가 범죄를 돕는 행위라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조이의 윤관열 변호사 역시 “개발자가 프로그램이 도박에 사용될 것을 알고도 제공했다면 도박 방조죄나 도박 개장죄의 공범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고 있었다’는 ‘고의성’이 인정되는 순간, 단순 외주 개발자는 범죄의 공범이라는 법적 지위를 갖게 된다는 의미다.


실제로 상담에 응한 8명의 변호사 중 7명이 도박방조죄, 공동정범 등 형사처벌 가능성을 경고했다. 경찰 사이버수사대 출신인 법률사무소 새율의 윤준기 변호사는 “불법 도박임을 알면서 이를 돕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은 불법 도박을 용이하게 하는 방조행위”라며 “배팅 시간을 단축시켜주는 기능은 도박 효율을 높이는 직접적인 도구”라고 못 박았다.


판사의 망치는 코딩 전문가를 향했다… “범죄의 핵심, 죄책 무겁다”


변호사들의 경고는 법원의 판례를 통해 더욱 명확해진다. 법원은 도박 범죄에서 각자의 역할이 달라도 범죄의 성공에 필수적인 기여를 했다면 모두를 주범처럼 처벌하는 ‘기능적 행위지배’ 이론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광주지방법원은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서버까지 관리해준 개발자에게 실형을 선고하며 “도박개장 범행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였고, 이를 통해 공범들은 약 2년 동안 50억 원에 달하는 도박자금을 송금 받을 수 있었으므로 피고인의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광주지방법원 2022노1308).


개발자가 없었다면 범죄 자체가 불가능했기에, 그 책임을 무겁게 물은 것이다.


대법원 역시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의 설계·제작·유통을 처벌하는 국민체육진흥법의 취지에 대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설계·제작·유통하는 행위까지도 차단하여 도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함”이라고 밝힌 바 있다(대법원 2018도7172). 법의 칼날이 도박 행위자뿐만 아니라, 그 환경을 조성하는 기술자까지 정조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외주비’가 ‘범죄수익’으로… 실형과 추징의 이중고


달콤한 외주비의 대가는 혹독할 수 있다. 법원은 도박 프로그램 개발에 가담한 이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는 추세다.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은 도박사이트 프로그램 제작자에게 징역 1년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고(2020고단1072), 다른 사건에서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등이 선고되기도 했다.


형사 처벌이 끝이 아니다. 범죄로 벌어들인 수익은 모두 국가에 환수될 수 있다. 대법원은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 범죄의 추징액에 대해 “실질적으로 운영자에게 귀속된 이익금을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7도6019). 개발의 대가로 받은 돈이 ‘외주비’가 아닌 ‘범죄수익 분배금’으로 인정될 경우, 전액 추징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외주 업체로 배팅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주는 것만으로 도박 방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개발자를 안심시킨 김일권 변호사의 소수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압도적인 다수의 변호사와 확립된 판례는 모두 개발자에게 ‘멈춤’ 신호를 보내고 있다. 단순 코딩 아르바이트로 여겼던 일이, 인생을 뒤흔드는 범죄의 서막이 될 수 있다는 서늘한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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