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미약’ 통했을까? 무면허 약물운전 7중 추돌 20대, 실형
‘심신미약’ 통했을까? 무면허 약물운전 7중 추돌 20대, 실형
무면허·약물복용 상태로 10명 피해 발생시킨 김씨, 심신미약 주장 기각

강남에서 7중 추돌 사고를 내 구속된 20대 무면허 운전자가 24년 11월 7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약물을 복용한 채 무면허로 운전해 7중 추돌 사고를 일으킨 20대가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장수진 판사는 2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및 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운전)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2일 오후 1시경 면허 없이 어머니 소유 차량을 몰다가 서울 송파구 거여동에서 4세 아들을 태운 유모차를 밀던 30대 여성을 치고 달아난 후,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로에서 차량들을 잇달아 들이받고 역주행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 사고로 총 10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으며, 그 중 1명은 12주 치료가 필요한 중상을 입었다.
사고 당시 김씨는 치료 목적으로 향정신성 의약품인 클로나제팜을 복용한 상태였으며, 차량 시동 등에 대한 기본적인 운전 지식조차 없는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 과정에서 김씨 측은 사고 당시 약물 복용으로 인해 정상적 판단을 할 수 없는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 판사는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 결과를 보면 범행 당시에 충동성, 자기 조절 문제, 우울 등으로 판단력이 일부 손상된 정도에 불과하고 그 정도를 넘어서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한 "심신미약은 임의적 감경 사유"라며 "(피고인 상태가) 심신미약이라고 볼 수 없고 설사 심신미약에 해당해도 감형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밝혔다. 이는 약물 복용이 형사책임을 면제하거나 감경하는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법원의 엄중한 입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의정부지방법원 2023노1194,2023노1814(병합) 판례에 따르면, 무면허 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에서 피고인의 과거 전력, 사고 후 도주, 피해 회복 미흡 등을 불리한 정상으로 고려해 징역 1년 8개월을 내린 사례가 있다. 특히 사고 후 도주 행위는 피해자 구호 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죄질을 더욱 나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대구고등법원 2022노43 판례는 약물 투약으로 인한 정신적 기능 장애가 상해로 인정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심신미약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위한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 판례는 약물 복용 상태에서의 운전이 단순히 심신미약의 근거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고의적인 위험 행위로 평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