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간 11번 추행했는데 집행유예"... 직장 내 성범죄, 왜 솜방망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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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월간 11번 추행했는데 집행유예"... 직장 내 성범죄, 왜 솜방망이인가

2025. 11. 20 16:50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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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위계 이용, 11개월간 11차례 성추행 ‘상습범’ 논란

법정형 하한 선고의 적정성 긴급 점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대구지법 포항지원에서 상습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64)씨에게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과 함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80시간, 사회봉사 160시간이 선고됐다.


이 사건의 핵심적인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 A씨는 포항의 한 중소기업에서 상무로 재직 중이었으며, 피해자 B(31)씨는 A씨의 여성 비서였다. 즉, 두 사람은 직장 상사-부하 직원이라는 명확한 위계 관계에 놓여 있었다.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 2일까지 약 11개월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총 11차례에 걸쳐 B씨를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범행은 회사 사무실에서 단둘이 있을 때 이루어졌으며, A씨는 B씨에게 다가가 "뽀뽀 한번 하자"고 요구하며 뺨이나 얼굴에 입을 맞췄다.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의 아버지뻘 되는 나이의 직장 상사로서 입맞춤을 시작으로 점점 수위를 높이고 성관계를 암시하는 요구까지 지속해서 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언급하며 범행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11차례 상습 강제추행, 법정형과 양형기준은?

A씨에게 적용된 죄명은 상습 강제추행죄다.


이는 일반 강제추행죄(10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보다 형이 가중되어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250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처벌할 수 있는 중대 범죄다.


법률 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약 11개월 동안 11차례에 걸쳐 반복된 범행은 성범죄의 상습성이 명백히 인정되는 사안으로 판단된다.


한국의 양형기준상 상습 강제추행죄(다수 피해자 대상 계속적·반복적 범행, 상습범 가중요소 적용)는 가중영역으로 분류되며, 권고형의 범위는 징역 1년 6개월에서 3년이다.


본 사안의 선고형인 징역 1년 6월은 양형기준이 제시한 권고형 범위의 가장 낮은 하한선에 해당한다. 이는 법원이 A씨의 초범인 점, 64세의 나이, 그리고 일정 부분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 등을 고려하여 최대한 관대한 처분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왜 '실형' 아닌 '집행유예'였나?

상습적인 직장 내 성추행이라는 점에서 A씨의 처벌 수위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유사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 해당 양형의 적정성을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 부산고등법원 사례 (2022노26): 보험회사 지점장이 여성 보험설계사들을 상대로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추행한 상습 강제추행 사건에서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었다. 이 판례는 피해자들과 합의하고 용서를 받은 점이 참작된 사안이다.


  • 대전지방법원 사례 (2017고합290): 직장 동료를 4차례 강제추행한 사건에서는 범행 횟수가 본 사안(11회)보다 적음에도 불구하고 징역 1년 2월의 실형이 선고되었다. 이는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한 점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 청주지방법원 사례 (2020고단560): 상습범이 아닌 일반 강제추행(6회) 사건에서 본 사안과 거의 동일한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된 바 있다. 법정형이 더 무거운 상습범인 A씨가 일반 강제추행 사건과 비슷한 형을 받은 것은 상대적으로 가볍다고 평가될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A씨의 선고형은 양형기준의 하한에 부합하지만, 11개월간 11차례의 반복성, 직장 상사라는 위계 악용, 성관계를 암시하는 요구 등 범행의 악질성을 고려하면 다소 관대한 측면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A씨가 피해자와 합의했는지 여부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된 것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직장 내 성추행의 경우, 피해자가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을 악용한 범죄의 특성상 더욱 엄정한 처벌을 통해 경종을 울려야 하며, 피해 회복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집행유예보다는 실형 선고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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