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요구 다음날 암 진단…생명줄 7천만원, 남편과 나눠야 하나?
이혼 요구 다음날 암 진단…생명줄 7천만원, 남편과 나눠야 하나?
남편이 낸 보험료가 불씨…'치료비'인가, '공동재산'인가 법적 쟁점은

이혼 요구 직후 암 진단을 받은 여성이 생명줄인 암 보험금 7천만원을 두고 재산분할 위기에 처했다./ AI 생성 이미지
결혼 20년 만에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요구받고, 바로 다음 날 암 진단까지 받은 한 여성. 유일한 희망인 암 보험금 7천만원을 두고 '재산분할'이라는 또 다른 벽에 부딪혔다.
남편이 낸 보험료와 20년의 혼인 기간이 발목을 잡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특유재산'이라는 주장과 함께, '분할하되 비율을 조정'하거나 '치료비를 초과한 잔액만 분할'하는 등 복잡한 법적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혼 통보 다음 날 찾아온 암… 7천만원은 내 생명줄
결혼 20년차 주부 A씨의 세상은 지난 11월 무너져 내렸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이혼 요구에 이어, 바로 다음 날 청천벽력 같은 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그간 가입해 둔 보험에서 총 7천만원의 진단금이 나왔다. 남편이 보험료를 내준 CI보험(중대질병보험)에서 5천만원, A씨 본인이 낸 보장성보험에서 2천만원이었다.
A씨에게 이 돈은 단순한 재산이 아닌, 생존을 위한 마지막 보루다. 그녀는 곧바로 ‘암췌장장기치료비’라는 이름의 계좌를 만들어 7천만원을 이체하고, 암 수술 및 입원비 약 180만원을 1원 단위까지 맞춰 해당 계좌에서 지출하며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앞으로 항암 약물 복용과 기나긴 재발 추적관찰을 앞둔 그녀는 이 생명줄 같은 돈마저 남편과 나눠야 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였다.
법조계 “치료 목적 명확, 특유재산 인정 가능성 커”
A씨의 가장 큰 걱정은 암 진단금이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지 여부다.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진단금이 ‘특유재산’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부부가 함께 일군 공동재산이 아닌, A씨 개인의 신체 손상에 대한 보상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더신사 법무법인 장휘일 변호사는 “암진단비는 혼인 중 발생했더라도 치료 목적의 보장성 보험금으로서 개인 신체 손해에 대한 보전 성격이 강해 판례상 특유재산으로 인정될 여지가 큽니다”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베테랑 최승아 변호사 역시 “보험금은 피보험자 본인의 신체에 발생한 보험사고(암 진단)에 대한 보상으로서, 혼인 중 부부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된 재산이 아니기 때문입니다”라고 거들었다.
특히 A씨가 진단금을 별도 계좌로 관리하며 치료비로만 사용하는 점은 특유재산 주장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근거로 꼽혔다.
남편이 낸 보험료, 20년 혼인 기간…'기여도' 주장 발목 잡나
하지만 남편이 재산분할을 요구할 빌미도 존재한다. 5천만원 진단금이 나온 CI보험의 보험료를 남편이 납입했다는 사실과 20년이라는 긴 혼인 기간이 바로 그것이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는 “혼인 기간이 20년으로 길고 특히 고액인 CI 보험료를 남편분이 납입했다는 점은 상대방이 기여도를 주장하며 분할을 요구할 수 있는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라며 “남편분은 보험 유지에 대한 기여를 근거로 진단비의 상당 부분을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라고 경고했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도 “특유재산이라 하더라도 혼인 후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재산유지, 감소방지 또는 가치상승 등 재산증식에 협력했거나 기여한 바가 있다면, 특유재산이라 하더라도 가치상승 등 재산증식 기여분에 대해서 재산분할을 청구 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해, 남편이 보험료 납입을 근거로 기여분을 주장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전부냐, 일부냐’…분할하되 비율 조정, 제3의 길도 있다
이처럼 쟁점이 첨예한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전부 분할’ 또는 ‘전부 제외’라는 이분법을 넘어선 제3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새올법률사무소 강원모 변호사는 실무상 다른 접근법이 있음을 알렸다. 그는 “보험료가 혼인 중 공동재산에서 납입된 부분이 있으면(배우자 납입 포함) 법원은 분할대상에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라면서도 “다만 질병으로 받은 급부는 향후 치료·추적관찰 등 본인에게 실질 귀속될 필요가 있어 분할비율을 본인 쪽으로 크게 조정하는 판단이 흔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쉴드의 이진훈 변호사 역시 비슷한 맥락의 의견을 냈다. 그는 진단금이 특유재산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서도, “다만 치료에 합리적으로 필요한 범위를 현저히 초과하는 잔액이 남는 경우, 그 잔액은 재산분할 비율 산정에서 참작될 여지가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즉, 치료비를 쓰고 남은 돈은 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 한목소리 “1원 단위까지 기록, ‘생존 자금’ 입증이 관건”
결국 법정 다툼의 향방은 A씨의 진단금이 ‘재산 증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자금’임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입증하느냐에 달리게 됐다. 법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철저한 증거 관리를 통한 입증을 강조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는 “암진단금 전용 계좌 관리를 지속하시고, 모든 의료비(수술, 입원, 약제, 검사 등) 지출 내역을 1원 단위까지 상세히 기록하며 영수증 등 증빙 자료를 보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라며 “진단서, 소견서, 처방전 등 진료기록 일체도 함께 준비하여 진단금의 사용 목적이 오직 치료와 생존을 위한 것임을 명확히 입증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클리어 법률사무소의 김동훈 변호사는 이 싸움의 본질을 이렇게 짚었다. “이 사건은 단순히 돈을 나누는 문제가 아니라 A씨의 의료받을 권리와 생존권을 지키는 싸움입니다. 자칫 안일하게 대응하여 진단비가 분할될 경우 치료에 전념해야 할 시기에 경제적 곤궁함까지 겪으실 수 있습니다.”
A씨의 어깨에 놓인 생존과 재산 방어라는 두 가지 무거운 짐을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