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3개월 지나면 환불 불가'? 법원 “소비자 울리는 약관, 무효”
피부과 '3개월 지나면 환불 불가'? 법원 “소비자 울리는 약관, 무효”
120만원 패키지 결제 후 이사했는데…'서명했다'며 환불 거부한 병원, 법의 심판대에

피부과 시술권의 '3개월 후 환불 불가' 조항은 무효 가능성이 높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120만원 피부과 시술권을 끊고 한 번 이용했을 뿐인데, ‘3개월이 지났다’는 이유로 환불을 거부당했다면?
큰맘 먹고 120만원을 들여 6회짜리 피부 관리 패키지를 결제한 직장인 A씨. 하지만 단 한 번의 시술을 받은 뒤 갑작스러운 지방 발령으로 A씨의 계획은 틀어졌다.
A씨는 남은 5회분에 대한 환불을 요청했지만, 병원 측은 냉담했다.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느냐. 3개월이 지나 환불은 절대 안 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런 설명을 들은 기억이 없다는 A씨의 항변은 소용없었다.
"서명했으니 끝"?…법원 "소비자에 일방적으로 불리하면 무효"
법률 전문가들은 병원 측의 주장이 법의 잣대 앞에선 힘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계약서가 여러 고객을 대상으로 미리 만들어 놓은 '약관'이라면, 사업자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소비자에게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하는 것을 막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규제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3개월이 지났다고 환불 자체를 막는 약관은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해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법원은 '3개월 경과 시 환불 불가' 같은 조항이 고객의 정당한 계약 해지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한다고 봐 무효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병원 측이 계약서에 서명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환불 의무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환불금은 얼마? '위약금 10%' 떼고 돌려받는다
환불이 가능하다면 A씨는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을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계약 해지의 책임이 소비자에게 있더라도, 남은 대금 전체를 위약금으로 삼는 것을 부당하다고 본다.
법률사무소 조이의 윤관열 변호사는 "전체 금액에서 이미 받은 서비스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의 10%를 공제한 후 환불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A씨의 경우, 총액 120만원에서 이용한 1회 비용 20만원과 위약금 12만원(총액의 10%)을 뺀 88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말이 안 통할 땐 '내용증명'부터…최후의 수단은 소송
병원이 끝까지 환불을 거부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법적 검토를 마친 '내용증명'을 발송해 환불을 공식적으로 요구하라고 조언한다. 내용증명은 그 자체로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병원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추후 소송에서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유리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내용증명에도 병원이 꿈쩍 않는다면 한국소비자원(국번없이 1372)에 무료로 분쟁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여기서 조정이 성립되면 법원의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이마저도 실패하면 최종적으로 법원에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소액사건심판)을 제기해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
'3개월 후 환불 불가' 같은 조항은 소비자를 옭아매는 절대적인 족쇄가 아니다. 부당한 계약 조건 앞에 좌절하기보다, 법이 보장하는 자신의 권리를 당당히 요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