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보완수사’, 불기소 신호? 성관계 영상 협박 사건의 진실
검찰의 ‘보완수사’, 불기소 신호? 성관계 영상 협박 사건의 진실
900만원 뜯어낸 전 여친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을까 봐 미칠 것 같아요.” 헤어진 연인에게 성관계 영상 유포 협박을 당하며 900만 원을 뜯긴 남성 B씨.
경찰 수사의 끝이 보이던 순간,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라는 날벼락 같은 통보에 그의 세상은 다시 무너져 내렸다.
‘영상 퍼트릴게’, 900만원 뜯어낸 전 여친 악몽은 언제 끝날까?
한 남성이 헤어진 여자친구 A씨로부터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A씨는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피해 남성 B씨로부터 약 900만 원을 뜯어냈다. B씨는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A씨를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이용협박 혐의로 고소했다.
수사 과정은 험난했다.
B씨의 휴대전화는 파손됐고, A씨의 끊임없는 회유와 압박에 시달리던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뒤늦게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고 진술을 번복하는 심리적 혼란을 겪었다.
B씨의 휴대전화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 결과는 ‘초기화’로 나와, 결정적 증거 확보에 실패했다.
하지만 B씨는 주저앉지 않았다.
그는 A씨의 범행을 입증할 정황증거들을 필사적으로 모았다.
▲과거 A씨의 협박 사실을 알렸던 112 신고 내역 ▲“영상을 퍼트리고 난리 났었지”라는 B씨의 물음에 A씨가 “어”라고 답하는 녹취록 ▲다시는 협박하지 않겠다는 A씨의 약속이 담긴 과거 녹취록 등을 확보해 검찰에 제출했다.
경찰 역시 A씨가 일부 혐의를 인정하는 듯한 진술을 한 점 등을 토대로 “죄질이 안 좋다”는 의견과 함께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보완수사 요구’ 다섯 글자, 왜 희망은 절망이 되었나?
이제야 끝이 보이나 싶던 B씨의 기대는 검찰의 처분 결과 조회 화면 앞에서 산산조각 났다.
사건 상태를 알리는 ‘보완수사 요구’라는 다섯 글자 때문이었다. B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보완수사는 불기소(혐의가 없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로 가는 수순’이라는 글들을 접하고 깊은 절망에 빠졌다.
온라인의 글자 하나하나가 비수처럼 그의 가슴에 박혔다.
“가해자가 처벌을 받지 않을까 봐 잠도 설치고 미칠 것 같다”며 그는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검찰이 경찰 수사에 제동을 건 모양새가 되면서, B씨의 머릿속은 ‘왜?’, ‘이대로 끝인가?’라는 물음표로 가득 찼다.
담당 형사가 바뀌는 건 아닌지, 또다시 그 끔찍한 기억을 꺼내 조사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닌지, 온갖 걱정이 그를 짓눌렀다.
보완수사는 불기소의 전조? 법조계의 해석은 왜 다른가
하지만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은 B씨의 상황을 ‘긍정적 신호’로 해석했다.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가 불기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소(공소를 제기하여 재판에 넘기는 처분)를 확실히 하기 위한 증거 보강 절차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박진우 변호사(법무법인 영웅)는 “검사 입장에서 가해자는 혐의를 부인하는데 결정적 직접 증거는 사라진 상황”이라며 “하지만 피해자에게 여러 강력한 정황 증거가 있기에, 재판에서 유죄를 확실히 받아내기 위해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추라고 경찰에 지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즉, 검사가 B씨의 편에 서서 더 확실한 승리를 위해 전력을 보강하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은 성적 촬영물을 이용해 협박한 자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중범죄다.
조은 변호사(법무법인 태강)는 “중대한 범죄라서 검찰도 꼼꼼히 보완수사를 지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로는 기소를 염두에 두고 증거를 더 갖추려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보완수사는 통상 기존 담당 형사가 수 주에서 3개월 내에 마무리하며, 이 과정에서 검찰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가해자 휴대전화 압수수색과 포렌식도 진행될 수 있다.
‘스모킹 건’이 없는데, 유죄 판결이 정말 가능할까?
B씨의 가장 큰 불안은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인 협박 메시지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그러나 법원은 직접 증거가 없더라도, 제출된 여러 정황증거들을 종합해 합리적 의심 없이 유죄를 확신할 수 있다면 처벌이 가능하다고 본다.
B씨가 제출한 112 신고 내역, 가해자의 자백성 발언이 담긴 녹취록 등은 그 자체로 강력한 정황증거다.
특히 가해자가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가 그렇게 얘기했다면 맞을 것”이라고 말한 부분은 혐의를 입증하는 데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B씨가 보완수사 단계에서 가해자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과 포렌식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의견서를 수사기관에 적극적으로 제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불안에 떨며 기다리기보다, 수사기관이 ‘마지막 퍼즐’을 맞출 수 있도록 끝까지 자신의 피해 사실을 논리적으로 주장하고 증거로 뒷받침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