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33)] 세상에서 가장 서글픈 이야기
[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33)] 세상에서 가장 서글픈 이야기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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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은 절차도 복잡하고 자녀의 양육은 어떻게 할 것이며, 그동안 마련한 재산은 어떻게 나눌 것인지 등 복잡한 문제가 얽히고설켜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부부의 혼인생활이 파탄에 이르면 혼인관계를 해소하여 이혼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될 때도 많다. 그러나 이혼은 그렇게 쉽게 결심할 일이 아니다. 이혼하는 절차도 복잡하고,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있듯이 섣불리 이혼하고 나서 후회할 수도 있고, 당사자들은 이혼해서 홀가분해도 자녀는 행복하게 클 수 있을지, 미성년 자녀의 양육은 어떻게 할 것이며, 그동안 마련한 재산은 어떻게 나눌 것인지, 이혼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가 어떤 책임을 지는지 등 복잡한 문제가 얽히고설켜 있다.
이혼하는 절차에는 두 가지가 있다. 혼인 당사자인 이춘풍과 박순이가 협의하여 이혼할 수도 있고(협의상 이혼), 가정법원의 재판으로 이혼할 수도 있다(재판상 이혼). 협의상 이혼은 이들이 이혼하기로 합의했다고 바로 되는 것은 아니다. 부부가 가정법원에 이혼의사 확인을 신청하고 가정법원의 안내를 받아야 한다. 가정법원은 이들에게 안내를 제공한 뒤에, 양육할 자녀가 있으면 3개월, 그렇지 않으면 1개월 뒤에 비로소 이혼의사를 확인한다. 인내심 부족으로 경솔하게 이혼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이다. 다만 박순이가 이춘풍의 폭력에 시달리는 등, 이혼할 급박한 사유가 있으면 이 기간을 단축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협의가 성립되었다고 인정받으려면 이춘풍과 박순이가 자녀의 양육자와 양육비용 부담 등 양육에 관한 사항과 친권자 결정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합의해야 한다. 이혼하기로 협의는 되었으나 양육에 관해서는 협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에는 가정법원이 양육에 관한 사항을 정할 수 있다. 박순이가 양육을 담당하면 이춘풍과 자녀의 인연은 끊어지는가? 물론 아니다. 서로 만나고 연락을 취할 권리(면접교섭권)를 가진다.
협의상 이혼을 할 경우에 박순이가 이춘풍에 대하여 부부가 협력하여 이룩한 재산의 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재산분할청구권). 분할청구가 있으면 우선 당사자들이 분할 협의를 하고, 협의가 되지 않으면 가정법원이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 이춘풍이 재산분할청구를 당할 것에 대비하여 재산을 미리 다른 사람에게 빼돌렸으면 박순이는 그 빼돌린 행위의 취소와 원상회복을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재판상 이혼은 박순이가 이혼을 원하나 이춘풍이 원하지 않을 경우에 박순이가 가정법원에 이혼심판을 청구하고, 법원이 이혼심판을 하여 이루어진다. 재판상 이혼의 경우에도 자녀의 양육책임, 면접교섭권, 재산분할 등이 적용된다.
재판상 이혼은 민법이 정한 다음의 이혼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① 배우자의 부정(不貞)한 행위, ② 나쁜 마음으로 한 배우자의 유기(遺棄), ③ 배우자나 그의 직계존속의 심히 부당한 대우, ④ 자기 직계존속에 대한 배우자의 심히 부당한 대우, ⑤ 배우자의 3년 이상의 생사 불명, ⑥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
다음 사례는 각 이혼사유의 예를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하겠다: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살던 이춘풍이 돈 벌러 간다고 집을 떠나 서울에서 장사를 하여 큰돈을 벌었는데, 오랜 세월 아내 박순이에게는 생활비는커녕 소식 한 장 없이 지내면서(사유 ②) 서울서 사귄 김추월과 딴살림을 차리고 살았다(사유 ①). 바느질로 겨우겨우 자식들을 키우며 산 박순이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되어 친정아버지 박허달과 함께 이춘풍을 찾아가 항의를 하다가 싸움이 벌어졌다. 마침 아들 집에 놀러 온 이춘풍의 아버지 이태권도 그 싸움에 합세하여, 이춘풍은 박허달의 다리를 물어뜯어 부상을 입히고(사유 ④) 이태권은 박순이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사유 ③).
이런 경우에 박순이는 책임 있는 이춘풍에게 이혼청구와 함께 위자료 등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혼인생활 파탄에 책임이 있는 이춘풍이 거꾸로 이혼을 청구할 수 있을까? 우리 민법은 원칙적으로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춘풍과 같이 축생 짓을 하다가 아귀다툼을 벌여 집안을 아수라장으로 만들면 지옥이 어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니, 지옥에서 염라대왕 역할을 해야 하는 가정법원 판사들이 불쌍하고 존경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