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보고서에서 성범죄 뺀 경찰⋯줄입건 부른 '장윤기' 윗선 수사 축소 지시 의혹
수사 보고서에서 성범죄 뺀 경찰⋯줄입건 부른 '장윤기' 윗선 수사 축소 지시 의혹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 불똥 튈까 봐 의도적 축소 의혹
가해자 아버지인 현직 경찰 간부는 가족 휴대전화 불태워
손수호 변호사 "장윤기 반성문, 극도의 자기중심적 사고"

지난 15일 오후 광주경찰청에서 광주지검 수사관들이 압수수색을 마친 뒤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경찰 간부 아들의 흉악 범죄를 축소하고 은폐하려 한 경찰 지휘부가 줄줄이 수사망에 올랐다.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장이 구속 송치되고, 형사과장과 서장까지 입건되며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장윤기 사건' 이야기다.
20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한 손수호 변호사는 이 사건을 둘러싼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와 부실 수사 의혹 이면을 낱낱이 파헤쳤다.
'남양주 사건' 불똥 피하려 의도적 은폐 지시 의혹
국가수사본부 조사 결과, 광산서 수사팀은 살인 범행 다음 날인 5월 6일 이미 장윤기가 다른 '베트남 여성 스토킹 강간 사건' 용의자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통상적이라면 여죄를 밝혀 수사에 속도를 내야 하지만, 상황은 반대로 흘러갔다.
수사팀장이 해당 내용을 수사 보고서에서 빼라고 지시했으며, 형사과장 역시 "강간 살인이 아닌 일반 살인으로 처리하라"고 지시한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경찰 지휘부가 무리한 은폐를 시도한 배경에는 두 달 전 발생한 '남양주 스토킹 살해 사건'이 있다. 당시 경찰의 부실 대응으로 피해자가 사망하자 대통령의 질타가 이어졌고, 무더기 징계가 내려졌다.
손 변호사는 "스토킹 신고 조치를 제대로 안 해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는 문책을 피하기 위해 지휘부가 의도적으로 성범죄 관련성을 지우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크다"고 분석했다.
훼손된 휴대전화와 가해자의 '기괴한 허세'
경찰 내부 보신주의와 더불어 가해자 아버지가 현직 경찰 간부(경감)라는 점도 사건을 꼬이게 만들었다.
장 경감은 사건 발생 후 장윤기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휴대전화 여러 대를 불태워 훼손했다.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들었지만, 과거부터 이어져 온 아들의 비위 사실이나 가족 간의 은폐 모의 정황을 없애려 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낳고 있다.
법정에서 뒤늦게 강간 목적을 인정한 장윤기의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결정적 증거인 블랙박스 영상이 나오자 형량을 줄이기 위해 혐의를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손 변호사는 장윤기가 범행 후 미용실에 가거나 언론 앞에서 당당하게 얼굴을 든 점을 지적하며, "증거가 나온 마당에 발뺌하는 게 멋이 없다고 생각하는 일종의 허세와 과도한 자기애적 성향이 가미됐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윤기가 제출한 반성문에 대해서도 "유족의 고통은 생각하지 않는 극도의 이기주의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라고 비판했다.
반복되는 '제 식구 감싸기' 논란
광주 광산경찰서의 짬짜미 수사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손 변호사는 2018년 해당 경찰서가 수사했던 폭행 및 감금 사건을 언급했다. 당시 사건 당사자 중 한 명이 전남 지역 경찰서장의 딸이었는데, 경찰이 남성에게 유리한 컬러 CCTV 영상을 고의로 흑백으로 변환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적을 받은 전력이 있다는 것이다.
당시 증거 조작은 무혐의로 결론 났지만, 강압 수사는 사실로 확인됐다.
손수호 변호사는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 모두의 불행"이라며, 제기된 모든 의혹을 투명하게 밝혀 수사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