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밀쳐 뇌진탕 입힌 80대…"치매라 기억 안 나" 통할까?
경비원 밀쳐 뇌진탕 입힌 80대…"치매라 기억 안 나" 통할까?
10년 근무한 70대 경비원, 청소 트집 잡은 입주민에게 폭행당해 뇌진탕
가해자 "치매 앓고 있다"며 심신미약 주장

경기도 한 아파트에서 80대 입주민이 70대 경비원을 폭행해 뇌진탕을 입힌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JTBC News' 유튜브 캡처
"네 월급은 내가 준다."
아파트 입주민의 폭언은 폭행으로 이어졌다. 10년 넘게 경비 일을 해온 70대 A씨는 시멘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뇌진탕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가해자로 지목된 80대 입주민은 경찰 앞에서 "치매를 앓고 있다"고 주장했다.
"낙엽도 안 치웠다"…경비실 문 박차고 들어온 입주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경기도 한 아파트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70대 경비원 A씨는 지난달 80대 입주민 B씨에게 폭행과 폭언을 당했다.
A씨가 청소와 순찰을 마치고 경비실에 있을 때였다. B씨가 문을 박차고 들어와 "청소도 안 하고 자리를 비웠다"며 소리쳤다. 바닥에 떨어진 낙엽을 가리키며 트집을 잡았다.
B씨는 "네 월급은 내가 주는 거야", "눈X을 빼버린다"는 폭언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A씨 얼굴을 손바닥으로 밀치고 가슴을 강하게 밀었다.
A씨는 뒤로 넘어지며 시멘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혔다. 이 일로 뇌진탕 진단을 받았고 손바닥과 손목, 엉덩이에 멍이 들었다.
목격한 주민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다. A씨가 단지 게시판에 피해 사실을 적어 붙이자, 주민들은 그를 돕겠다며 탄원서까지 썼다.
일주일 뒤 B씨가 사과하러 찾아왔다. 하지만 "내가 사과하면 받아야지", "눈 똑바로 봐"라며 되레 소리치고 A씨의 가슴을 또 밀쳤다.
B씨는 단순폭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치매를 앓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매 주장, 처벌 피할 수 있나
남의 신체에 폭력을 가하면 폭행죄로 처벌된다. 폭행죄는 2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 벌금 등에 처해진다.
다만 폭행으로 신체 기능을 다치게 하면 더 무거운 상해죄가 될 수 있다. 넘어져 머리를 부딪혀 생긴 뇌진탕도 상해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
다만 B씨는 현재 단순폭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뇌진탕이 상해로 인정될지는 진단서와 인과관계 입증에 달렸다.
"치매를 앓고 있다"는 주장은 형법상 심신장애 항변이다.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인정되면 형을 감경할 수 있다.
그러나 치매 진단서가 있다고 자동으로 감경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범행 당시' 사물을 분별하고 자기 행동을 통제할 능력이 있었는지를 따로 판단한다.
법원은 정신적 장애가 있더라도 범행 당시 계획적으로 행동했거나 상황을 분별한 정황이 있으면, 의사결정 능력이 남아 있었다고 보고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 B씨는 청소를 트집 잡고 폭언한 뒤 폭행했고, 일주일 뒤 다시 찾아와 또 밀쳤다. 이런 목적성과 반복성은 심신미약 인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폭행·폭언 당했다면 이렇게 하세요
직장이나 시설에서 폭행·폭언을 당했다면 증거부터 확보해야 한다.
다친 곳이 있으면 곧바로 병원에서 진단서를 받아둔다. 뇌진탕처럼 상해가 인정되면 폭행죄보다 무거운 상해죄로 다툴 수 있다.
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라 합의 압박을 받기 쉽다. 반면 상해죄는 합의하더라도 형사절차가 그대로 진행된다.
목격자 진술, CCTV, 현장 사진도 남겨야 한다. 이 사건처럼 주민이나 동료의 탄원서도 정황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된다.
경비원이나 미화원 등은 신원이 알려지면 재계약에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고용상 불이익이 우려된다면 노무 상담을 함께 받아두는 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