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하면 패가망신' 약속, '원금 몰수' 현실화 가능할까
'주가조작하면 패가망신' 약속, '원금 몰수' 현실화 가능할까
법적 근거는 있지만 법원, 현실적 이유로 '제한적' 추징
기존 법 집행의 한계 넘어야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주식시장과 관련해 "주가 조작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겠다"며 "주가조작에 투입된 원금까지 싹 몰수하겠다"고 경고했다.
대통령의 강경 발언은 투자자들에게 큰 기대를 안겼다. 그러나 법조계는 현행법상 '원금 몰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한다.
법적 근거는 충분하지만, 실제 재판 과정에서 범죄수익 특정에 난항을 겪는 등 여러 한계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달리, 주가조작 범죄의 뿌리 깊은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약속, '이익 몰수' 아닌 '원금까지 몰수'
지난 11일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주가조작 범죄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주식시장에서 주가 조작, 부정 공시 등을 하면 아주 엄격히 처벌하겠다"고 강조하며, "이미 제도가 있는데 잔인하다고 안 한다고 하더라. 제가 적용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의 '이익만 몰수'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범죄에 사용된 자금 자체를 모두 몰수하겠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10억 원을 투입해 2억 원의 이익을 얻은 경우, 기존에는 2억 원만 몰수했지만, 대통령이 언급한 방안대로라면 총 12억 원을 몰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원금 몰수'의 법적 근거는 자본시장법과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있다.
특히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8조는 '범죄수익' 외에도 '범죄행위에 관계된 재산'을 몰수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주가조작에 사용된 원금 역시 법률상 몰수 대상이 될 수 있다.
“부당이득 산정 불가능” 판사들이 몰수를 꺼리는 진짜 이유
법적 근거가 있는데도, 왜 '원금 몰수'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일까. 가장 큰 문제는 범죄수익을 명확히 특정하고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판례들을 보면 법원도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장기간에 걸친 주가조작 사건에서 "피고인의 시세조종 행위와 인과관계가 있는 부당이득액을 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며 추징을 선고하지 않았다.
법원은 주가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너무 많아 주가조작으로 인한 순수한 이익만을 분리해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즉, 주가 상승분이 피고인의 조작 행위 때문인지, 아니면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나 다른 요인 때문인지 명확하게 가려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주가조작 사건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으려 한다. 그런데 국가가 먼저 몰수·추징을 해버리면, 피해자들이 받아야 할 손해배상금이 줄어들거나 아예 사라질 수 있다.
법원 역시 이 점을 고려하여 피해자들의 권리 회복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강력한 경고에도 '밑 빠진 독'처럼 새는 돈
대통령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주가조작 사범들이 '패가망신'에 이르지 않는다면 법 집행의 실효성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범죄를 통해 얻은 돈은 모두 토해내야 한다'는 원칙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대통령의 '원금 몰수' 발언은 현행 제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합동조사본부 설치와 같은 범죄 감시·수사 시스템의 강화뿐만 아니라, 범죄수익 산정 기준을 명확히 하고 법 집행 기관들이 일관된 기준으로 몰수·추징을 집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의 '패가망신' 경고는 공허한 외침에 그치고, 주가조작 범죄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