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비로 쓰라"며 보내 준 5000만원⋯돌려주지 않으면 '횡령죄'로 고소하겠다는 母
"학비로 쓰라"며 보내 준 5000만원⋯돌려주지 않으면 '횡령죄'로 고소하겠다는 母
'단순 변심'에 따른 증여 취소로 보여⋯변호사들 "돈 돌려주지 않아도 돼"
"횡령죄 고소" 으름장은 오히려 협박죄에 해당할 수도

학비로 쓰라며 준 돈을 다시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어머니. 꼭 돌려줘야만 하는 걸까. /셔터스톡
부모님이 이혼 후 아버지와 함께 사는 A씨는 얼마 전 어머니로부터 5000만원을 받게 됐다. "학비로 써라"는 문자와 함께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는 갑자기 그 5000만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횡령으로 고소하겠다"며 아버지에게 으름장을 놨다고 한다.
돈은 아직 A씨 통장에 그대로 남아있다. 하지만, 학비로 쓰라며 줘 놓고선 다시 돌려달라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A씨는 어머니가 자신에게 준 이 돈을 다시 강제로 가져갈 수 있는지 궁금하다.
또한, "고소하겠다"는 어머니의 말이 가능한 건지도 알고 싶다.
A씨의 사연을 접한 변호사들은 어머니에게 받은 돈을 "다시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JLK 법률사무소의 김일권 변호사는 "어머니가 A씨에게 준 5000만원은 증여로 볼 수 있어, 민법에 따라 증여계약을 해제하고 돈을 돌려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①단순 변심은 증여계약 철회 사유 안 돼
법무법인 해냄의 조대진 변호사는 "어머니가 A씨에게 증여한 뒤 단순 변심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증여계약 해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법에 명시된 '증여 해제 사유'는 "수증자(A씨⋅증여를 받은 사람)가 증여자(A씨 어머니⋅증여를 한 사람) 또는 직계혈족에 대해 범죄행위를 하거나, 증여자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제556조)다.
또한 "증여계약 후 증여자의 재산 상태가 현저히 변경되고, 그 이행으로 인해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준 때"(제557조)도 증여 해제 사유가 되는데, A씨의 경우가 위에 해당하지 않으면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분석이다.
정현 법률사무소의 송인욱 변호사는 "설사 민사소송이 제기돼도 받은 돈을 어머니에게 반환하라는 판결은 선고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② 이미 이행된 증여는 취소 못 해
법무법인 정우의 권형수 변호사는 "민법에 증여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았다면 각 당사자는 이를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돈이 A씨의 계좌로 이체됨으로써 증여가 이미 이행되었기 때문에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민법 제555조(서면에 의하지 아니한 증여와 해제)에 따르면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각 당사자는 이를 해제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같은 법 제558조(해제와 이행 완료 부분)는 '규정에 따른 계약 해제가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이제 이체까지 완료된 증여의 경우엔 해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
김일권 변호사는 어머니의 횡령죄 주장에 대해서 "어머니와 자녀 사이에는 친족상도례가 적용돼 횡령죄가 성립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어머니의 "고소하겠다"는 말이 경우에 따라서는 협박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는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횡령죄로 고소한다는 어머니의 으름장은 내용에 따라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봤다.
송인욱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송 변호사는 "어머니의 말이 심해진다면 협박이 될 수 있다"며 "문자 내역이나 통화 내역 녹음 등 증거를 남겨 놓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법무법인 효현의 박수진 변호사는 "돈을 안 돌려주면 고소한다는 주장을 협박죄로 보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