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계정 2만원에 팔았다 '성범죄' 벌금 300만원…'정식재판'이 구제 길
카톡 계정 2만원에 팔았다 '성범죄' 벌금 300만원…'정식재판'이 구제 길
계정 구매자가 '통매음' 범죄…경찰도 '애매하다'더니 약식기소, 변호사들 "7일 내 무죄 다퉈야"

소액을 받고 카카오톡 계정을 빌려준 A씨는 구매자가 성범죄를 저질러 억울하게 성범죄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나는 계정만 빌려줬을 뿐인데... 하루아침에 '성범죄자' 될 위기, 구제 방법은?
게임 커뮤니티에서 단돈 2만 원을 받고 카카오톡 계정을 빌려줬을 뿐인데, A씨는 하루아침에 '성범죄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법원이 보낸 서류 한 장에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 혐의, 벌금 300만 원'이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A씨를 범죄자로 지목한 것은 검찰이 내린 '약식명령' 때문이다. 약식명령이란 검사가 피의자를 정식 재판에 넘기지 않고, 서면 심리만으로 법원에 벌금형 등을 청구하는 절차다. 자신은 범행과 무관하다고 항변했지만, 검찰은 조사 한번 없이 A씨의 인생에 '성범죄'라는 주홍글씨를 새기려 하고 있다.
"고작 2만원에 계정 팔았는데…날아온 300만원 벌금 고지서"
사건의 시작은 몇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게임 커뮤니티를 통해 한 인물에게 2만 원을 받고 자신의 카카오톡 계정을 빌려줬다. 그는 계정을 넘기며 "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할 경우 경찰에 추적된다"고 경고까지 했다. 하지만 계정을 가져간 인물은 그 계정으로 다른 사람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통매음' 범죄를 저질렀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A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계정을 쓴 사람과 나는 IP 주소도 다르고 아무런 연고도 없다"며 관련 증거를 모두 제출했다. 수사를 진행한 경찰관조차 "사안이 애매해서 확신을 못 하겠다"며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A씨는 당연히 검찰이 불러 진실을 가려줄 것이라 믿었지만,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검찰은 A씨를 단 한 차례도 부르지 않은 채 벌금 3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내 사건인데…검사 얼굴 한번 못 보고 '성범죄자' 되나
A씨가 받은 약식명령은 경미한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한 제도지만, 피의자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방어권 행사 없이 전과자가 될 수 있는 '함정'이 되기도 한다. 법률사무소 가호의 이진채 변호사는 "경찰 수사 내용에 이견이 없다면 검찰이 별도 조사 없이 바로 기소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검사가 경찰 기록만 보고 A씨의 혐의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문제는 통매음이 성범죄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벌금 300만 원을 내고 사건을 끝내면, A씨에게는 평생 '성범죄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반포 법률사무소 김윤환 변호사는 "통매음은 성범죄로 분류되므로 유죄가 확정될 경우 단순 벌금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최대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취업이 제한될 수 있고, 사안에 따라서는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어 경찰의 관리를 받게 되는 등 사회적·직업적으로 치명적인 불이익이 따른다"는 것이다. 억울하게 성범죄 전과자가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골든타임은 단 7일, '정식재판'만이 유일한 탈출구
벼랑 끝에 몰린 A씨에게 법률 전문가들은 만장일치로 한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바로 '정식재판 청구'다. 약식명령에 불복해 법원의 정식 재판을 받겠다는 의사 표시다.
법무법인 한별 김전수 변호사는 "약식명령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해야 한다"며 "기한을 놓치면 벌금을 그대로 내야 하고 다툴 기회도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정식재판이 열리면 A씨는 법정에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기회를 얻는다. 경찰에 제출했던 IP 기록, 계정 거래 내역 등을 증거로 제출하고, 자신이 실제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음을 적극적으로 변론해야 한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정식재판 청구 후 수사기록을 열람·복사해 살펴보고 무죄 주장을 해야 할 사안"이라고 조언했다.
"무죄로 가는 험난한 길…'방조'의 덫을 피해야"
다만 정식재판을 청구한다고 해서 무죄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A씨는 법정에서 두 개의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첫 번째 산은 '통매음 방조' 혐의다.
법률사무소 니케 이현권 변호사는 "직접 범행을 하지 않았더라도, 구매자가 범죄에 사용할 것을 알면서 계정을 넘겼다면 방조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며 "결국 '범죄에 쓰일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예상했는가'를 두고 치열한 법리 다툼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A씨가 계정을 넘길 당시 범죄 가능성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는 점을 IP 기록, 대화 내역 등으로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계정 판 것 자체가 불법'…무죄 받아도 남는 '또 다른 혐의'"
설령 통매음 방조 혐의를 벗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애초에 돈을 받고 카카오톡 계정을 거래한 행위 자체가 현행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타인에게 전기통신역무(카카오톡 등)를 제공하는 행위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무적으로 약식 기소된 사안을 정식재판에서 무죄 받기는 매우 어렵다"며 "반드시 무죄를 받아야 하는 억울한 상황인 만큼 변호사의 조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순간의 안일한 판단이 불러온 '성범죄자' 낙인 위기. A씨가 7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정식재판의 문을 열고 억울함을 벗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